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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③·끝] "K-푸드의 최종 목적지는 ‘수출시장’ 아닌 세계인의 일상"

곡산 2026. 7. 29. 07:39
[특별인터뷰③·끝] "K-푸드의 최종 목적지는 ‘수출시장’ 아닌 세계인의 일상"
  •  나주=김현옥 기자
  •  승인 2026.07.28 15:00

전기찬 aT 식품수출이사 “제품·한식·관광·콘텐츠·플랫폼 연결해야 지속가능한 글로벌 식문화 브랜드로 성장”

라면과 김, 과자와 음료를 더 많은 나라에 수출하는 것은 K-푸드 세계화의 중요한 성과지만, 그 자체가 최종 목표가 될 수는 없다. 해외 소비자가 한국 음식을 호기심으로 한 번 맛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집과 직장, 학교와 식당에서 자연스럽게 선택하며, 그 음식에 담긴 한국의 식문화와 생활방식까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단계로 나아가야 비로소 K-푸드가 세계인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수출식품본부 전기찬 이사가 말하는 K-푸드 수출의 궁극적인 방향도 여기에 있다. 그는 K-푸드를 개별 상품의 집합으로만 인식돼서는 안 되며, 한식과 K-콘텐츠, 관광, 뷰티, 유통 플랫폼을 연결해 한국의 식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이사는 “K-푸드가 글로벌 식문화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소비자가 특별한 날 한 번 먹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자연스럽게 찾는 식품이 되는 것”이라며 “이제는 제품을 판매하는 데서 더 나아가 한국의 식문화와 생활방식을 함께 제안하는 단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인터뷰 내내 거듭 사용한 단어는 ‘연결’이었다. 품목과 시장, 생산과 소비, 한식과 가공식품, 콘텐츠와 유통, 관광과 수출을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야 K-푸드의 관심이 일회성 체험에 머물지 않고 지속적인 소비와 시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찬 aT 수출식품본부 이사는 “K-푸드가 글로벌 식문화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소비자가 특별한 날 한 번 먹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자연스럽게 찾는 식품이 되는 것”이라며 “이제는 제품을 판매하는 데서 더 나아가 한국의 식문화와 생활방식을 함께 제안하는 단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식이 확산되면 한국 식재료 수출도 함께 커져 

전기찬 이사는 K-푸드와 한식을 별개의 영역으로 구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식품이 먼저 알려질 수도 있고, 한식이 먼저 주목받을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서로의 성장을 이끄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한식당이 늘고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고추장과 된장, 간장, 김치, 참기름, 떡과 면류 등 한국산 식재료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현지에서 일부 재료를 조달할 수 있더라도 한국적인 맛과 품질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국내산 식재료를 사용하려는 수요가 생길 수밖에 없다.

반대로 해외 유통매장에서 다양한 K-푸드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면, 소비자는 제품을 통해 한국 음식에 관심을 갖고 한식당이나 한국 여행으로 경험을 확장하게 된다. 결국 한식과 가공식품 수출은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지원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시장을 만들어주는 구조로 발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 이사는 “한식이 확산되면 식재료 수출이 늘고, 한국 식품이 현지 소비자의 일상에 들어가면 한식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며 “한식과 K-푸드는 함께 갈 때 훨씬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K-콘텐츠가 만든 관심을 실제 소비로 연결해야

K-드라마와 영화, 예능, K-팝을 통해 한국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해외 소비자는 이미 적지 않다. 드라마 속 라면과 김밥, 치킨, 떡볶이가 화제가 되고, K-팝 아티스트가 먹는 음식이나 즐겨 찾는 매장이 해외 팬들의 관심을 끌면서 K-콘텐츠는 한국 식품을 알리는 강력한 통로가 됐다.

그러나 콘텐츠 속 노출이 실제 구매와 반복 소비로 이어지려면, 관심을 경험과 유통으로 연결하는 후속 구조가 필요하다. 소비자가 영상을 보고 제품을 궁금해하더라도 현지에서 쉽게 찾을 수 없거나, 한 번 체험한 뒤 다시 구매할 방법이 없다면 수요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aT가 K-푸드페어와 팝업스토어, 안테나숍, 현지 유통망 입점, 온라인 플랫폼 연계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콘텐츠를 통해 형성된 호기심을 오프라인 체험으로 이어가고, 체험한 제품을 현지 매장이나 온라인몰에서 반복 구매할 수 있도록 소비 경로를 연결하는 것이다.

지난 7월 코엑스에서 열린 K-팝 역직구 플랫폼 연계 K-푸드 홍보행사 역시 K-팝 팬덤과 식품 소비를 연결하기 위한 시도였다. 전 세계 팬들과 접점을 가진 플랫폼에서 음반과 굿즈뿐 아니라 식품과 뷰티 제품을 함께 소개함으로써, K-컬처의 관심이 다른 산업으로 확장되는 구조를 만들려는 것이다.

전 이사는 Ktown4u와 같은 K-팝 팬덤 기반 플랫폼의 사례를 언급하며 “처음에는 음반과 굿즈를 판매하던 플랫폼이 이제는 뷰티와 식품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며 “K-팝이라는 문화가 식품 소비로 연결되는 구조는 K-푸드가 앞으로 어떻게 확장돼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플랫폼 자체가 K-브랜드의 신뢰가 되는 시대

최근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 제품을 평가할 때 제품의 성분과 가격뿐 아니라 국내에서 어떤 유통 플랫폼에 입점했는지를 함께 확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중국 바이어들이 “이 제품이 올리브영에 입점돼 있는가”를 묻는다는 전 이사의 설명은 플랫폼 자체가 제품 신뢰도를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해외시장 진출 전략도 개별 제품 중심에서 플랫폼과 생태계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에서 신뢰를 얻은 유통채널과 브랜드가 해외 소비자에게 한국 제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역할을 하고, K-팝과 K-뷰티, 관광 플랫폼이 식품 판매까지 연결하면서 산업 간 경계도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전 이사는 “앞으로는 식품만 따로 접근하는 시대가 아니라 콘텐츠와 뷰티, 관광, 유통 플랫폼이 함께 시장을 만드는 시대”라며 “K-푸드도 이미 형성된 K-컬처의 팬덤과 플랫폼 신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인이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K-푸드

K-푸드를 문화로 확산시키기 위한 과정에서는 해외 소비자가 단순한 구매자를 넘어 콘텐츠 생산자와 문화 확산의 주체로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aT가 추진하는 K-푸드 콘텐츠 공모전은 외국인 유학생을 포함한 대학생들이 자신이 경험한 K-푸드를 직접 해석하고 영상과 이미지, 이야기로 표현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 이사는 “한국인이 생각하는 K-푸드와 외국인이 실제로 경험하고 받아들이는 K-푸드는 다를 수 있다”며 “해외 소비자의 시각에서 새롭게 해석된 콘텐츠를 통해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K-푸드의 매력과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라면을 조리하거나 김치를 다른 음식과 결합하고, 한국의 전통음료와 지역식품을 새로운 스토리로 소개하는 과정은 K-푸드가 한국인의 음식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인의 식문화로 번역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자발적인 콘텐츠가 늘어날수록 K-푸드의 확산은 정부와 기업이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직접 경험을 공유하고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구조로 발전할 수 있다.

집무 중인 전기찬 aT 수출식품본부 이사

관광이 끝난 뒤에도 소비가 이어져야

최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음식과 식문화를 여행의 주요 목적으로 삼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전통시장과 한식당, 치킨집, 카페, 양조장 등을 찾아다니며 한국의 맛을 경험하고, 귀국한 뒤에도 해당 제품을 다시 구매하려는 수요가 형성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K-미식 여정’과 K-치킨벨트, 찾아가는 양조장 등의 프로그램은 이러한 흐름을 관광과 수출의 연결고리로 활용하려는 시도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음식과 전통주를 경험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현지 유통매장이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시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관광 경험이 실질적인 수출로 이어질 수 있다.

전기찬 이사는 전통주의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지역성과 역사, 제조방식이라는 차별화된 이야기를 갖고 있어 해외 소비자에게 프리미엄 문화상품으로 소개할 수 있지만, 여행 중 경험한 제품을 귀국 후 다시 구매하기 어렵다는 점은 여전히 한계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서 전통주를 경험한 관광객이 자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다시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며 “관광이 끝나는 순간 소비도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외 유통과 수출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관별 역할 연결해야 하나의 시장 만들어져 

K-푸드의 세계화는 어느 한 기관이나 한 기업의 노력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한식진흥원은 한식의 가치와 문화적 의미를 알리고, 한국관광공사는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의 음식을 직접 경험하도록 돕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드라마와 예능, 웹툰,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을 높이며, aT는 그렇게 형성된 관심과 수요를 실제 상품 소비와 해외 유통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전 이사는 “기관마다 맡은 역할은 다르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같다”며 “한 기관의 사업이 독립적으로 끝나지 않고, 콘텐츠에서 관심을 얻은 소비자가 관광을 통해 경험하고, 귀국 후 제품을 구매하는 흐름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공공기관 간 협력뿐 아니라 식품기업과 플랫폼, 유통사, 콘텐츠 기업, 관광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산업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K-푸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더 이상 식품산업 내부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다양한 산업과 문화자산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힘을 갖게 된다.

해외 전시 국가관도 대한민국 식품산업의 얼굴이 돼야

전기찬 이사는 해외 식품박람회의 국가관 역시 단순히 여러 기업의 부스를 모아놓은 공간이 아니라 대한민국 식품산업의 이미지와 수준을 보여주는 국가 브랜드의 현장이라고 평가했다.

세계적인 식품박람회에서 일본과 프랑스, 스페인 등의 국가관은 고유한 디자인과 일관된 이미지를 통해 어느 나라의 전시관인지 한눈에 인식하게 만든다. 한국관도 기본적인 아이덴티티를 유지해 왔지만, K-푸드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국가 브랜드를 보다 세련되고 강렬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제한된 예산 안에서 참가기업 지원과 통역, 바이어 상담, 전시 디자인을 모두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있다. 그러나 국가관이 대한민국 식품산업 전체의 첫인상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기업의 개별 제품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한국 식문화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디자인 전략이 필요하다.

전 이사는 “해외 박람회에서 국가관은 대한민국의 얼굴”이라며 “기업 지원의 실효성을 유지하면서도 한국만의 이미지를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향을 계속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K-푸드는 결국 기본기와 문화가 함께 갈 때 지속 가능

전기찬 이사가 강조한 K-푸드의 미래는 화려한 유행이나 단기적인 수출실적에 머물지 않았다. 안전성과 품질이라는 기본기가 제품의 생명력을 결정하고, 한식과 콘텐츠, 관광, 플랫폼이 그 제품을 세계인의 생활 속으로 확장하며, 기관과 기업의 협력이 일회성 관심을 지속적인 시장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메시지였다.

K-컬처는 K-푸드에 전에 없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적 관심만으로 식품이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는 없다. 한류를 통해 처음 제품을 접한 소비자가 맛과 품질에 만족하고, 현지에서 손쉽게 다시 구매하며, 자신의 식생활 속에서 반복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비로소 K-푸드는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산업이 된다.

라면과 김이 K-푸드의 세계화를 알리는 첫 장을 열었다면, 다음 장은 단순히 더 많은 품목을 수출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의 식품과 식문화, 콘텐츠와 관광, 플랫폼을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해 세계인의 일상에 스며드는 과정이 될 것이다.

수출 150억 달러는 결승선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선이다. 이제 K-푸드의 경쟁력은 ‘무엇을 얼마나 많이 파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사랑받는 식문화로 남느냐’에 의해 평가될 것이다.

■ 연재를 마치며

푸드아이콘은 이번 특별인터뷰를 통해 K-푸드 수출 150억 달러 이후의 성장 전략과 차세대 수출품목 육성, 중국과 신흥시장 공략, 비관세장벽 대응, 한식과 K-콘텐츠·관광·플랫폼을 연결하는 미래 전략을 살펴봤다.

전기찬 이사의 메시지를 관통하는 핵심은 분명했다. 지금까지의 K-푸드 성장이 세계 시장에 한국 식품의 존재를 알리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그 성장을 지탱할 기본기와 생태계를 만드는 시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소비자가 한국 음식을 더 이상 특별하고 낯선 음식으로 바라보지 않고, 자신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선택하는 순간 K-푸드는 비로소 진정한 글로벌 식문화 브랜드로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