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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②] 전기찬 aT 수출식품본부 이사 "K-푸드, 신흥시장과 비관세장벽을 동시에 넘어야"

곡산 2026. 7. 29. 07:38
[특별인터뷰②] 전기찬 aT 수출식품본부 이사 "K-푸드, 신흥시장과 비관세장벽을 동시에 넘어야"
  •  나주=김현옥 기자
  •  승인 2026.07.28 06:00

“중동은 할랄, 인도는 체험, 아프리카는 기반 조성…시장별 해법 달라야”

K-푸드 수출이 150억 달러 시대에 들어서면서 식품기업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다음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는 여전히 중요한 주력 시장이지만, 수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동과 인도, 아프리카, 유럽 등 새로운 권역에서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흥시장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동은 할랄 인증과 고소득 소비층에 대한 이해가 필수이고, 인도는 종교와 식문화가 복잡한 만큼 제품 판매에 앞서 소비자 경험과 인지도를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아프리카는 당장의 성과보다 현지 정보와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유럽은 높은 구매력과 시장 규모만큼이나 식품안전과 환경, 포장재 규제가 까다롭다.

전기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수출식품본부 이사는 “앞으로의 수출 경쟁력은 좋은 제품 하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시장별 소비문화와 유통구조, 인증제도와 규제까지 정확히 파악한 뒤 그에 맞는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관세보다 더 복잡하고 현실적인 장벽으로 작용하는 비관세 규제에 주목했다. 식품이 현지 소비자의 관심을 얻더라도 인증과 라벨링, 포장재, 검역, 통관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시장에 진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aT의 역할도 박람회 참가비나 홍보비를 지원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수출기업이 실제로 부딪히는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전기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수출식품본부 이사는 “앞으로의 수출 경쟁력은 좋은 제품 하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시장별 소비문화와 유통구조, 인증제도와 규제까지 정확히 파악한 뒤 그에 맞는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흥시장을 하나로 묶는 순간 전략은 실패”

전기찬 이사는 중동과 인도, 아프리카를 하나의 ‘신흥시장’으로 묶어 바라보는 접근부터 경계했다. 경제성장률과 인구 규모만 보면 공통점이 있지만, 종교와 문화, 소득 수준, 식품 유통 방식, 정부 규제는 국가마다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같은 지역 안에서도 국가별 시장환경이 다르고, 같은 제품이라도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다”며 “결국 현지 소비자의 생활과 유통구조를 이해한 맞춤형 전략이 성패를 가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동은 할랄 인증이 시장 진입의 출발점

중동은 높은 구매력을 갖춘 프리미엄 시장이지만, 식품기업이 진입하기 위해서는 할랄 인증이라는 분명한 관문을 넘어야 한다. 제품의 원료와 제조공정이 이슬람 율법에 부합해야 할 뿐 아니라, 국가와 인증기관에 따라 인정 범위와 절차가 달라 기업이 체감하는 부담도 크다.

aT는 UAE를 주요 거점으로 삼아 주변 중동시장으로 K-푸드의 유통망을 넓히는 한편, 기업별 인증 취득 비용을 지원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내 할랄 인증기관이 현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전 이사는 “기업 한 곳이 인증을 받을 때마다 개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국내 인증체계 자체가 현지에서 인정받도록 만들면 여러 기업이 보다 간소한 절차와 낮은 비용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할랄 한우의 UAE 수출과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 추진도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단순히 한우를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 축산물의 품질과 안전성, 할랄 인증체계를 함께 인정받음으로써 향후 다른 육류와 가공식품의 진출 기반까지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인도는 판매보다 ‘먹어본 경험’을 먼저 만들어야

14억 명이 넘는 인구와 젊은 소비층을 가진 인도는 장기적으로 가장 주목해야 할 시장 가운데 하나지만, K-푸드의 대중적 인지도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역과 종교에 따라 식생활이 크게 다르고 채식인구의 비중도 높기 때문에, 한국에서 성공한 제품을 그대로 들고 가는 방식으로는 시장을 열기 어렵다.

이에 aT는 대규모 K-푸드페어와 팝업스토어를 통해 현지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맛보고 한국 식문화를 경험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드라마나 K-팝을 통해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소비자가 떡볶이와 라면, 김밥, 음료 등을 실제로 접하고, 그 경험이 현지 유통매장에서의 재구매로 이어지도록 소비 흐름을 설계한다는 것이다.

전 이사는 “인지도가 충분하지 않은 시장에서는 제품을 진열하는 것보다 먼저 맛보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한 번 먹어본 소비자가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체험행사와 현지 유통망을 연결해야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는 당장의 실적보다 시장을 만드는 단계

아프리카는 젊은 인구와 빠른 도시화, 중산층 확대 등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지만, 한국 식품에 대한 인지도와 유통 기반은 아직 제한적이다. 따라서 단기간에 수출 실적을 끌어올리기보다, 현지 소비시장과 유통구조를 파악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발굴하는 기반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

aT는 재외공관과 협력해 국가별 시장정보와 수입제도, 주요 유통망과 바이어 정보를 확보하고, K-푸드를 소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 이사는 “아프리카는 지금 당장 큰 매출을 기대하는 시장이라기보다 미래를 위해 씨앗을 심어야 하는 곳”이라며 “시장에 대한 이해와 파트너십이 쌓여야 몇 년 뒤 실질적인 수출 성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럽은 K-푸드의 다음 성장축이지만 규제 대응이 전제돼야

전기찬 이사는 K-푸드 수출시장의 흐름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다시 동남아와 미국으로 이동해 왔다면, 앞으로는 유럽과 중동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유럽은 발효식품과 비건식품,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어 김치와 장류, 식물성 식품 등 한국 식문화의 강점을 보여줄 수 있는 시장이다. 최근 열처리 가금육 제품의 수출길이 열리면서 삼계탕과 닭강정, 계육 핫도그 등 새로운 품목의 진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유럽은 식품안전과 환경, 포장재에 관한 기준이 까다로운 시장이기도 하다. 소비자의 관심을 확보하는 것과 실제로 제품을 유통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며, 현지 규제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이뤄지지 않으면 통관 단계에서부터 수출이 막힐 수 있다.

전 이사는 “유럽은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지만 규제를 모르고 들어가면 가장 어려운 시장이 될 수 있다”며 “제품 경쟁력과 함께 규제 대응 능력을 갖춘 기업만이 안정적으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무 중인 전기찬 aT 수출식품본부 이사

관세보다 더 현실적인 장벽, 비관세 규제

수출기업들이 현장에서 가장 크게 어려움을 호소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비관세장벽이다. 관세는 비교적 명확한 기준과 세율을 확인할 수 있지만, 식품안전과 포장재, 표시사항, 인증, 검역 규정은 국가와 품목에 따라 다르고 수시로 개정되기 때문에 기업이 모든 변화를 제때 파악하기 어렵다.

유럽연합의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은 대표적인 사례다. 앞으로 유럽으로 식품을 수출하는 기업은 포장재의 재활용성과 유해물질, 표시기준 등을 충족해야 할 뿐 아니라 자사 포장재가 현지 기준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도 준비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저산성 식품과 산성화 식품에 대한 시설 등록과 공정관리, 식품안전 기준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중국도 해외 생산시설 등록과 품목 분류, 정부 추천 절차 등 수입식품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동일한 제품이라도 수출국이 바뀌면 라벨링과 시험·분석, 인증을 다시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중소기업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전 이사는 “규제는 알고 준비하면 관리할 수 있지만, 모르고 대응하면 현지에 도착한 제품이 통관되지 못하거나 폐기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며 “규제 정보를 얼마나 신속하게 파악하고 기업에 전달하느냐가 수출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정보 전달에서 인증·시험 지원까지, 선제 대응 강화

aT는 비관세장벽에 대응하기 위해 먼저 해외 규제 정보를 신속하게 수집하고 기업에 전달하는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베트남의 식품안전법 개정이나 EU 포장재 규정처럼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는 농식품수출정보(KATI)와 카카오톡 채널, 설명회와 세미나를 통해 안내하고 있으며, 국가별 최신 규제와 대응방안을 다루는 릴레이 세미나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해외 인증 취득과 시험·분석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해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현지 규정에 맞는 라벨 제작과 성분 검토, 통관서류 준비 등에 대한 컨설팅도 제공한다.

그러나 전 이사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거나 비용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실제 수출 현장에서는 통관과 검역, 식품안전, 상표권 등 여러 문제가 동시에 얽혀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기업이 어느 기관에 문의해야 할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15개 기관과 500여 명 전문가가 연결된 '원스톱 수출지원허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T가 운영하는 것이 ‘원스톱 수출지원허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검역본부, 관세청, KOTRA 등 15개 관계기관과 통관·검역·인증·법률 분야의 약 500명 전문가가 참여해 기업의 수출 애로를 하나의 창구에서 상담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기업이 aT에 문의하면 먼저 문제의 성격을 파악하고, aT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항은 직접 지원하며, 다른 기관의 권한이나 전문성이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 기관과 전문가를 연결해 후속 조치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전 이사는 “기업이 통관 문제는 관세청으로, 검역 문제는 검역본부로, 식품안전 문제는 식약처로 각각 찾아다니는 구조에서는 문제 해결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며 “기업은 한 곳에 문의하고, 관계기관이 함께 해결책을 찾는 방식으로 지원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공공기관의 역할도 예산과 사업을 배분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했다. 기업이 해외시장에서 부딪히는 구체적인 문제를 얼마나 신속하게 해결하고, 규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도록 돕느냐가 수출지원의 실질적인 성과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신흥시장 개척과 규제 대응은 따로 떨어진 과제가 아냐 

새로운 시장을 찾는 일과 비관세장벽에 대응하는 일은 서로 다른 과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전략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아무리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을 발굴하더라도 현지 인증과 검역, 유통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진입할 수 없고, 규제를 모두 충족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제품을 알리고 재구매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시장은 지속되지 않는다.

중동에서는 할랄 인증이 시장 진입권이 되고, 인도에서는 소비자 체험이 수요를 만드는 출발점이 되며, 아프리카에서는 현지 네트워크와 정보 축적이 미래 시장을 여는 기반이 된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환경과 안전기준에 대한 대응 능력 자체가 기업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전기찬 이사가 강조한 ‘시장별 맞춤 전략’은 결국 제품과 소비자, 인증과 유통, 규제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K-푸드 수출의 다음 성장은 새로운 국가에 제품을 보내는 것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장 안에서 지속적으로 팔리고 신뢰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서 시작된다.

<다음 회 예고> ③편에서는 K-푸드를 단순한 수출상품이 아니라 세계인의 식문화와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하기 위한 전략을 살펴본다. 한식·관광·K-콘텐츠·플랫폼을 수출과 연결하는 ‘K-푸드 2막’의 청사진을 집중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