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옥 기자
- 승인 2026.07.28 20:04
905개 업체 분석 결과, 전량 국산보다 혼합 조달시 매출·생산성 높아…중소·저성과 기업 맞춤 지원 필요

국산 원료 사용 확대에 초점을 맞춰온 김치산업 정책이 기업의 실제 경영성과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한층 유연해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산 고춧가루 사용은 제품의 가격 프리미엄과 매출 확대에는 일정한 도움을 주지만, 높은 원가 부담으로 인해 수익성 개선까지 이어지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성과가 낮은 중소업체일수록 원료 조달 방식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국산 사용률을 일률적으로 높이는 정책보다 기업 규모와 판로, 비용구조를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4 김치산업 실태조사’ 기업 단위 자료를 활용해 종사자 1인 이상 김치 제조업체 905곳을 분석한 결과다.
조사 대상은 이상치와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는 업체를 제외한 기업으로, 연구진은 총매출액과 종사자 1인당 매출액, 영업이익률을 각각 산업 규모와 생산 효율성,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삼았다. 단순히 국산 원료를 얼마나 사용했는지만 보지 않고, 수입산 대비 국산을 어떤 비율로 조달하는지도 함께 분석해 기업별 원료 전략과 경영성과의 관계를 들여다봤다.
원재료비가 총비용의 60%…조달 전략이 곧 경쟁력
김치산업은 원료비 부담이 경영성과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농산물 기반 식품산업이다. 2024년 기준 국내 김치 제조업체의 연간 총판매액은 약 2조1805억 원, 원재료 구입액은 1조4230억 원으로 집계됐다.
총 투입비용 가운데 원재료비가 약 60%에 달해, 원료를 어디에서 얼마에 확보하느냐가 기업의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을 좌우하는 구조다.

여기에 이상기온에 따른 농산물 가격 급등과 외식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수입김치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김치 수입량은 약 21만 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6%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99%가 중국산이었다.
국산 원료 기반의 산업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정책적 요구와, 가격·물량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기업의 현실이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연구진이 여러 원료 가운데 고춧가루에 주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고춧가루는 김치 전체 원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8~3.7%로 크지는 않지만, 색과 매운맛, 풍미를 결정하고 소비자가 국산 김치를 판단하는 핵심 원료다. 국산 사용 비중은 배추 99.97%, 마늘 94.07%에 비해 고춧가루가 69.79%로 낮아, 기업별 조달전략의 차이가 상대적으로 크게 드러나는 원료이기도 하다.
905개 중 630곳이 국산 100%…단순 사용률로는 차이 설명 못 해
분석 대상 905개 업체 가운데 국산 고춧가루를 100% 사용하는 업체는 630곳으로 약 70%를 차지했다. 국산 사용 비중이 50~99%인 부분 국산 업체는 160곳, 50% 미만인 저국산 업체는 115곳이었다.
대다수 업체가 국산 100% 구간에 몰려 있는 만큼, 단순한 국산 사용 비중만으로는 업체 간 조달전략의 차이를 제대로 구분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국산 사용 비중은 총매출액과 1인당 매출액에서 일관된 양의 관계를 보이지 않았으며, 총매출액과 1인당 매출액의 일반 회귀계수도 각각 -0.256과 -0.263으로 약한 음의 값을 나타냈다.
연구진은 이를 국산 원료 사용이 성과를 낮춘다는 의미가 아니라, 표본이 국산 100%에 집중돼 해당 지표의 변별력이 떨어진 결과로 해석했다.
반면 수입산 대비 국산 고춧가루의 상대적 조달비율을 적용하자 결과가 달라졌다. 국산·수입산 조달비율은 총매출액과 1인당 매출액에서 각각 0.165와 0.183의 유의한 양의 관계를 보였다. 특히 성과 하위 10% 업체에서는 계수가 총매출액 0.319, 1인당 매출액 0.396으로 높게 나타났지만, 상위 10% 업체에서는 각각 0.079와 0.102로 낮아졌다.
대형 업체는 브랜드와 판로, 생산설비 등 다른 요인이 성과를 좌우하지만, 중소·저성과 업체는 원료 조달구조와 생산 기반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의미다.

전량 국산보다 혼합 조달 업체 매출·생산성 높아
보고서가 정책적 유연성을 강조하는 근거는 조달구조별 비교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국산 고춧가루 100% 사용 업체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부분 국산 업체는 총매출액과 1인당 매출액이 각각 0.264와 0.286 높았고, 저국산 업체도 각각 0.231과 0.23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전량 국산 사용 여부를 나타내는 계수는 총매출액 -0.251, 1인당 매출액 -0.264로 조사됐다. 모두 국산만 사용하는 업체보다 수입산을 일부 병행하는 업체의 매출과 생산성이 높은 경향을 보여준다.
이는 수입산 사용이 곧 경쟁력이라는 뜻은 아니다. 부분 국산이나 저국산 업체 가운데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원가와 물량을 조절할 수 있는 조달 역량을 갖춘 기업이 많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핵심은 국산과 수입산 중 어느 하나를 획일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생산 규모와 제품 가격대, 판로에 따라 조달전략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있다.
국산 원료, 단가는 높였지만 이익률은 낮춰
수익성에서는 국산 중심 조달의 부담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수입산 대비 국산 조달비율은 영업이익률과 -0.098의 관계를 보여, 국산 중심으로 원료를 조달할수록 수익성이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 관계는 수익성이 낮은 하위 업체에서 특히 강했고, 수익성이 높은 업체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국산 고춧가루 사용 비중이 높을수록 평균 판매단가는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가 국산 원료에 일정한 가격 프리미엄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프리미엄이 높은 원재료비를 충분히 상쇄하지 못하면서 영업이익률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결국 국산 원료는 제품 가격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지만, 비용 부담까지 보전해주지는 못하는 구조가 확인된 것이다.
정부 정책도 ‘국산 사용 확대’에서 ‘성과 창출’로
보고서는 이에 따라 김치산업 정책의 목표를 단순한 국산 원료 사용 확대에서, 국산 원료를 사용해도 기업이 실제로 성장하고 이익을 낼 수 있는 환경 조성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선 국산 원료 사용이 실질적인 매출 프리미엄으로 이어지도록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고, 프리미엄 유통채널과 공공조달 시장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원료 조달과 경영성과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 중소·저성과 업체에는 판로 지원을 우선하고, 공동 저장과 물류, 품질관리 시설을 확충해 국산 원료 사용에 따른 비용 부담도 낮춰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편, 이번 분석은 국산 고춧가루 사용과 경영성과 사이의 상관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국산 원료 사용이 매출이나 수익성 변화를 직접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점도 밝혔다.
연구진은 "향후 김치산업 실태조사를 지속적인 패널자료로 축적하고 제품별 가격과 품질 정보를 결합해 인과관계를 보다 정밀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품분석,동향'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진격의 K라면' 올해 해외판매 5조원 간다 (0) | 2026.07.29 |
|---|---|
| “아그작서 두쫀쿠까지” 식감의 재미에 지갑 연다 (0) | 2026.07.29 |
| [기획-2026 플레이버 혁명 ②] 클린 라벨만으로는 부족…‘맛의 손실’ 해결 기술 경쟁 필수 (0) | 2026.07.27 |
| 농심, 8월부터 용기면·새우깡·음료 가격 인상…봉지라면은 제외 (0) | 2026.07.26 |
| [기획-2026 플레이버 혁명 ①] 불황일수록 ‘기억의 맛’ 찾아…플레이버 시장, 감정을 공략하라 (1) | 2026.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