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분석,동향

[기획-2026 플레이버 혁명 ①] 불황일수록 ‘기억의 맛’ 찾아…플레이버 시장, 감정을 공략하라

곡산 2026. 7. 26. 14:59
[기획-2026 플레이버 혁명 ①] 불황일수록 ‘기억의 맛’ 찾아…플레이버 시장, 감정을 공략하라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6.07.24 19:49

향수·가족 레시피·어린 시절 간식이 상품 개발 자산으로
건강·천연 원료 요구 커져도 구매 결정의 최종 관문은 ‘맛’
민텔 ‘The Future of Flavours: 2026’ 보고서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 민텔(Mintel)의 ‘The Future of Flavours: 2026’를 토대로, 글로벌 풍미 트렌드가 국내 식품산업의 상품개발·원료·마케팅 전략에 던지는 의미를 5회에 걸쳐 분석한다.

이번 시리즈는 유행하는 맛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의 감정과 건강 요구, 클린라벨, 소셜미디어, 지속가능성, 식품기술이 앞으로 어떻게 하나의 ‘풍미 경험’으로 결합되는지를 짚는다. <편집자 주>

ⓒMINTEL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소비자는 낯선 맛보다 자신이 알고 있는 맛으로 돌아간다.
어린 시절 먹었던 간식과 가족의 레시피, 고향 음식처럼 기억을 자극하는 풍미가 심리적 안정과 정서적 위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 민텔은 ‘2026 플레이버의 미래’에서 향수, 즉 노스탤지어(Nostalgia)가 식품 혁신을 이끄는 핵심 동인으로 자리 잡았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원료와 기술만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끌어내기 어려우며, 익숙한 맛이 주는 안정감과 신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는 의미다.

■ 불확실한 시대, 소비자는 ‘안전한 맛’으로 귀환

향수를 자극하는 풍미의 힘은 단순히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제품의 품질을 예측할 수 있다는 안도감을 주고, 실패 가능성이 낮은 선택이라는 인식을 형성한다.

프랑스 소비자의 34%는 과거의 기억이나 가족의 레시피를 떠올리게 하는 풍미가 식음료 제품을 특별한 즐거움으로 만들어준다고 답했다.

이는 불황기에 복고형 제품이나 장수 브랜드가 다시 주목받는 현상과도 연결된다. 다만 과거 제품을 그대로 복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억 속의 맛을 유지하면서 당·나트륨·지방을 줄이거나, 소용량·간편식·프리미엄 디저트 등 현재의 소비 방식에 맞춰 재구성해야 한다.

■ 천연을 찾지만, 맛없는 건강식은 외면

소비자는 식물성 원료와 보태니컬 성분을 인공 성분보다 유익하다고 인식한다. 이에 따라 허브, 꽃, 뿌리, 씨앗 등 식물 유래 원료가 기능성 음료와 건강 지향 식품의 풍미 소재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천연성과 건강성이 맛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민텔 조사에서 미국 소비자의 52%는 식음료 제품의 풍미가 ‘클린’ 라벨보다 중요하다고 답했고, 중국 소비자의 57%는 건강한 식음료를 구입할 때 제품의 성분 배합과 원료를 자세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다.

소비자가 요구하는 것은 ‘맛 또는 건강’이라는 양자택일이 아니다. 풍부한 맛은 기본으로 유지하면서, 그 맛이 어떤 원료와 기술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이해하고 안심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 전통의 현대화, K-푸드에 더 큰 기회

한국 식품산업은 글로벌 시장이 찾는 ‘기억과 문화가 담긴 풍미’를 이미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된장·간장·고추장·김치와 같은 발효 풍미는 물론, 누룽지·미숫가루·식혜·수정과·약과·인절미·흑임자 등은 맛의 배경을 설명할 수 있는 서사까지 갖췄다.

관건은 전통을 강조하는 데 머물지 않고, 해외 소비자가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제품 형태로 바꾸는 것이다. 식혜를 탄산음료나 에너지음료로, 누룽지를 스낵이나 시리얼로, 장류를 딥소스와 간편 조리소스로 전환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낯선 문화의 맛도 익숙한 형태로 제시하면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 반대로 익숙한 맛에 새로운 텍스처와 향을 결합하면 기존 소비자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Foodicon Insight
2026년 풍미 혁신의 출발점은 ‘완전히 새로운 맛’이 아니다. 소비자가 이미 알고 사랑하는 맛을 찾아내고, 그 맛이 지닌 기억과 정서를 오늘의 건강·편의·프리미엄 가치에 맞게 다시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