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술 아닌 라이프스타일 산다” 주류업계, 경계 허문 ‘체험형 마케팅’ 가속화

곡산 2026. 7. 31. 07:32

“술 아닌 라이프스타일 산다” 주류업계, 경계 허문 ‘체험형 마케팅’ 가속화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6.07.30 07:56

2030 세대 양보다 맛과 분위기 즐기는 추세
일본 맥주 ‘에비스’ 갤러리현대서 예술 감상하는 경험
위스키 ‘더 글렌그란트’ 다채로운 음식 페어링 선봬
국순당, 막걸리 활용한 빙수 등 여름 디저트로 주목

주류업계가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소비 경험을 제안하며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단순한 제품 홍보나 판매를 넘어 미술, 미식, 카페 등 서로 다른 산업과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가 가진 가치와 스토리를 전달하는 ‘체험형 마케팅’이 주류 마케팅의 핵심 전략으로 떠올랐다.

소비자들이 술 자체보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경험과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주류 브랜드 역시 문화 콘텐츠와 결합한 협업을 적극 확대하는 추세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소비자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과 콘텐츠를 마련해 제품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를 높이는 방식이다.

주류업계가 미술, 미식, 카페 등 다양한 이종 산업과 경계를 허물며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라이프스타일 경험을 선사하는 ‘체험형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왼쪽 상단은 국순당과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구테로이테가 협업해 선보인 막걸리 디저트(빙수, 라떼) 사례이며, 오른쪽 상단은 프리미엄 맥주 에비스(YEBISU)가 갤러리현대 전시 오프닝 파티에서 운영한 체험 공간이다. 왼쪽 하단은 설치미술가와 주류의 결합을 통한 문화 마케팅을, 오른쪽 하단은 싱글 몰트 위스키 더 글렌그란트의 미식 페어링 캠페인을 보여준다. 이러한 협업은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넘어선 브랜드 가치와 정체성을 전달하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진=각 사)

이처럼 주류업계가 체험형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는 바탕에는 전체 주류 시장의 구조적 침체가 자리 잡고 있다.

국세청과 통계청 등의 주류 출고량 통계에 따르면 국내 총 주류 출고량은 지속적인 감소·정체세를 보이고 있다. 회식 문화 축소와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맞물리면서 과거처럼 ‘양으로 마시는’ 대량 소비 시장이 크게 축소된 결과다.

특히 주류 소비의 핵심 축인 2030 세대의 소비 패러다임 변화가 결정적이다. 

음주의 목적이 ‘취하기 위해서’에서 ‘맛과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서’로 이동한 데다, 특정 브랜드에 대한 고정 충성도가 낮고 트렌드에 따라 쉽게 이탈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이에 따라 업계는 단순 음주를 넘어 팝업스토어, 전시, 페어링 등 다채로운 ‘체험’을 제공함으로써 SNS를 통한 자발적 확산을 유도하고 자사 브랜드만의 팬덤을 형성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제품이 팔리던 양적 성장의 시대가 저물자, 단순한 주류 유통을 넘어 술을 잘 마시지 않는 젊은 층이나 여성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일상적인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침투해 진입장벽을 낮추는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일본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 에비스(YEBISU)는 갤러리현대와 협업해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SAUVE QUI PEUT)’ 전시의 오프닝 파티 참석자들에게 ‘프리미엄 에비스’를 제공했다.

이번 협업은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맥주와 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브랜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이 작품 감상과 함께 브랜드가 추구하는 프리미엄 가치와 정교한 품질 철학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에비스는 지난해 호텔 협업을 통한 미식 경험 제공과 제41회 신한동해오픈 공식 후원에 이어, 올해는 갤러리현대와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아트페어인 ‘키아프 서울(Kiaf Seoul)’을 비롯한 문화예술 경험까지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와인업계에서도 예술과의 결합 및 체험 공간 구축을 통한 브랜드 차별화가 단연 눈에 띈다.

와인 수입사 에노테카코리아는 창립 15주년을 기념해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박선기 작가와 협업한 ‘바소 박선기 컬렉션’을 공개했다. ‘시간으로 통하는 예술과 와인’을 콘셉트로 한정 수량의 아트레이블 에디션과 스페셜 패키지를 구성, 와인을 소장 가치가 있는 예술 작품으로 재해석하며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안했다.

에노테카코리아는 단순히 와인을 유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와이너리의 생산자를 직접 국내로 초청해 와인 파인딩 다이닝과 마스터 클래스를 개최하는 등 오감 체감형 콘텐츠를 지속 확충 중이다. 또한 자사 오프라인 와인숍을 와인을 맛보고 배우며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플래그십 공간으로 구성해, 소비자가 와인 문화 자체를 라이프스타일로 흡수하도록 돕는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식과의 접점을 넓히는 협업도 활발하다.

싱글몰트 스카치 위스키 더 글렌그란트는 셰프 5인과 함께 위스키와 다채로운 음식의 페어링 코스를 선보이는 캠페인을 진행했으며, 브랜드 앰배서더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 제품 비교 시음을 제공하며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미식 철학을 오감으로 경험하게 했다.

전통주 업계는 무더운 여름 성수기를 맞아 젊은 소비자층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이색 디저트 협업에 나섰다.

국순당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구테로이테와 손잡고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를 활용한 빙수와 그라니따, 라떼 등 여름 한정 디저트 3종을 선봬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여름 디저트 3종은 막걸리 특유의 산미와 풍미를 여름철 대표 카페 메뉴인 커피와 빙수에 접목해 전통주를 한층 친숙하고 색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 비율이 높은 젊은 소비자들이 여름 시즌 한정 디저트를 즐기며 인증샷을 공유하고 새로운 맛을 경험할 수 있어,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체험형 마케팅의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경계를 허물고 소비자 접점을 확대할 수 있는 공간과 콘텐츠를 마련하는 것이 최근 주류 마케팅의 핵심”이라며 “주류 소비 트렌드가 프리미엄과 경험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다양한 산업과의 협업을 통해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브랜드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