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시대, BMI(체질량지수)와 한국인의 식생활 변화-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443)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6.07.27 07:44
다이어트·약물 의존 만능 열쇠 아냐
소비 기준, 맛에서 혈당·영양 균형 이동
MZ세대 저속노화·대사 건강 등 관심
최근 국내 식품·유통업계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단연 ‘GLP-1’이다.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GLP-1 계열 약물이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면서 이제는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뿐 아니라 식품산업 전반의 소비 트렌드까지 흔들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비만 치료제가 식품 소비 패턴을 바꾸고 있다”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국내 시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왜 지금 GLP-1일까? 그 배경에는 한국인의 BMI(체질량지수) 변화와 급격히 달라진 식생활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BMI 증가와 함께 이른바 ‘마른 비만’ 현상이 중요한 건강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BMI는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분류하며, 18.5~23은 정상, 18.5 미만은 저체중으로 본다. 한국인은 서구인에 비해 평균 BMI 자체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문제는 복부비만과 대사질환 증가 속도다.
특히 한국인은 체형상 상대적으로 날씬해 보여도 내장지방 축적이 빠르고, 당뇨병·고혈압·지방간 등 대사질환 위험이 높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이른바 ‘마른 비만’이다.
실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성인 비만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남성·청년층·중장년층 모두에서 비만 관련 지표가 상승하는 추세다. 코로나19 이후 배달음식 소비 증가, 야식 문화 확산, 고칼로리 초가공식품 섭취 확대는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했다.
사실 비만은 단순히 개인 의지의 문제만은 아니다. 과거에는 비만을 “많이 먹고 운동하지 않아 생기는 현상” 정도로 인식했지만, 최근 의학계는 비만을 대표적인 만성질환으로 본다. 식욕 조절 호르몬, 스트레스, 수면 부족, 장내미생물, 식품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 식품 환경은 인간이 과식하도록 끊임없이 자극하는 구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당·고지방·고염 식품 증가, 24시간 배달 플랫폼 확산, 고칼로리 식품 접근성 확대, 단맛 강화 음료 시장 성장, 혼밥·야식 문화 정착 등은 모두 과식을 유도하는 환경 요인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개인 의지만으로 체중을 관리하기 쉽지 않다. GLP-1 계열 약물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살 빼는 약’이 아니라 식욕 자체를 조절해 과식을 줄이는 기전이 소비자들에게 강한 체감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GLP-1 확산은 식품산업에도 새로운 변화를 만들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고칼로리 스낵 소비 감소, 고단백 식품 시장 확대, 저당·저탄수화물 제품 성장, 소용량 식품 선호 증가, 건강기능식품 시장 재편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역시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편의점과 식품기업들은 단백질 강화 식품, 제로 음료, 저칼로리 간편식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과거 식품산업이 ‘맛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혈당·포만감·영양균형 중심’으로 소비 기준이 이동하고 있다. 특히 MZ세대는 단순 체중 감량보다 혈당 스파이크 관리, 저속노화, 대사 건강 같은 개념에 더 관심을 보인다. 이는 단순 다이어트를 넘어 건강관리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인의 식생활은 어디로 가야 할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극단적 다이어트와 약물 의존이다. GLP-1 계열 치료제는 분명 의학적으로 의미 있는 도구이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열쇠는 아니다. 약물 사용과 함께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 것은 건강한 식생활 변화다.
단백질 섭취 확대, 고칼로리 식품 섭취 감소, 액상과당 음료 제한, 늦은 야식 줄이기, 규칙적인 식사, 근력운동 병행 등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인은 탄수화물 중심 식사가 많고 국물·배달·야식 문화가 강하다. 여기에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까지 겹치면서 체중 증가 위험이 높아진다.
결국 비만 문제는 사회 전체의 식품 환경 문제라 소비자, 정부, 기업, 의료계가 함께 접근해야 한다. 이제는 “얼마나 적게 먹는가?”의 양의 개념에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라는 질적 문제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대다.
앞으로의 식품산업 역시 단순 칼로리 경쟁을 넘어 건강 기능성과 대사 건강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굶는 다이어트가 아니다.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근육을 지키며, 지속 가능한 식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GLP-1 열풍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이는 한국 사회가 비만과 식생활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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