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말 가루 타던 시대 끝났다”…프리미엄 ‘우유 농축 단백질 음료’ 본격 경쟁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6.07.22 07:54
수입 분말 단가 폭등 속 국산 원유의 재발견
공급망 안정성 확보 병행 맛·영양 향상
편리미엄·웰니스 바람 타고 공법·품종 차별화 가속
매일유업 ‘퓨어틴’ 고소한 풍미·영양 변성 최소화
연세유업 ‘세브란스 A2프로틴’ 원유 품종에 집중
서울우유 ‘프로틴 우유’ 안착…균형 영양식 확장
단백질 음료 시장의 패러다임이 ‘분말 환원’에서 ‘원유 경쟁력’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그동안 운동 전후 보충용으로 여겨졌던 단백질 음료가 일상적인 건강 관리 식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영양 균형과 맛의 품질을 동시에 끌어올린 프리미엄 제품들이 시장 판도를 흔드는 모양새다.

이처럼 유업계가 국산 원유 농축 공법이나 국내산 전용 목장 우유 등 ‘국산 원유 자체의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우는 배경에는 수입 원료의 불안정성도 한몫하고 있다.
현재 국내 소비량의 거의 100%를 수입에 의존하는 유청 분말(WPI·MPI) 가격은 최근 6개월간 급격한 폭등세를 이어가며 국내 제조사들의 마진율에 적신호를 켰다.
실제로 올해 초 톤당 2800유로 선이던 미국산 유청단백농축물(WPC) 가격은 최근 3660유로(한화 약 550만 원) 안팎까지 치솟았고, 유럽산 표준 유청 분말 역시 연초 대비 50% 이상 급등했다.
유업계의 이 같은 행보는 단순한 마케팅 차별화를 넘어, 글로벌 원자재 단가 변동 리스크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국산 원유를 활용해 장기적인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포석인 셈이다.
그동안 시장을 이끌어온 기존 강자인 남양유업 ‘테이크핏 맥스’나 오리온 ‘닥터유프로’ 등은 주로 분리유청단백질(WPI)이나 분리우유단백질(MPI) 등의 분말 원료를 환원(물에 섞음)해 단백질 함량을 24g에서 25g 수준으로 극대화하는 전략을 썼다. 고함량에 초점을 맞춘 방식이지만, 가루를 물에 탄 형태 특유의 비린 맛이나 텁텁함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이에 맞서 13일 매일유업은 우유를 3배 농축해 만든 국내 최초의 RTD(바로 마시는) 단백질 음료 ‘퓨어틴(PURETEIN)’ 2종을 선보였다. 이번 신제품은 고유의 단백질 함량(퓨어틴 기준 23g)을 유지하면서도, 원유의 가공 단계를 최소화한 액상 베이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기존 분말 환원 제품들과 완벽한 대조를 이룬다.
해외 등에서 가공돼 수입된 고운 가루 형태의 분말을 물에 타는 대신, 목장에서 짠 신선한 액상 원유를 농축해 만듦으로써 영양소 변성을 최소화하고 우유 본연의 고소한 풍미를 극대화했다는 설명이다. “가공 분말을 타서 만든 음료가 아니라, 진짜 신선한 우유를 그대로 농축한 프리미엄 단백질”이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매일유업은 자체 보유한 한외여과(UF·Ultra Filtration) 공법을 적용해 우유에서 유당을 걸러내고 단백질과 칼슘만 남기는 방식을 택했다. 우유 722mL 분량을 농축해 단 한 팩(330mL)에 담아냄으로써 단백질 특유 of 텁텁함과 비린 맛을 줄이고 우유 본연의 부드러운 질감을 구현해 냈다.
유업계의 원유 차별화 전략은 공법뿐 아니라 품종과 제형으로도 다변화되는 추세다.
연세유업이 선보인 ‘세브란스 A2프로틴’은 원유의 품종 자체에 집중했다. 일반 우유와 달리 소화 불편을 유발할 수 있는 A1 단백질을 배제하고, 국내 전용 목장에서 분리 집유한 ‘A2단백원유’를 베이스로 삼았다. 동·식물성 단백질을 배합하되 베이스가 되는 A2원유 자체의 고소한 풍미를 활용해 단백질 음료 특유의 텁텁함을 지운 점이 특징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국산 원유를 기반으로 필수 아미노산 BCAA와 유단백질을 대폭 강화한 대용량 ‘프로틴 우유’를 시장에 안착시킨 데 이어, 균형 영양식 영역으로 라인업을 확장하며 맞불을 놨다.
최근 서울우유가 선보인 완전균형영양식 ‘한끼식사 데일리케어 구수한맛’은 A2 전용 목장에서 집유한 우유를 사용해 배앓이 부담을 줄이고 흡수율을 높였다. 유당을 분해해 소화 부담을 낮췄을 뿐 아니라 필수 아미노산을 함유한 동물성 단백질과 포화지방이 적은 식물성 단백질을 1대 1 비율로 균형 있게 배합한 저당 설계가 특징이다.
서울우유는 간식형 단백질 시장을 겨냥해 국산 원유 기반의 고단백 슬라이스 형태인 ‘프로틴치즈’도 함께 선보이며 2030년까지 원유 전량을 A2로 전환하겠다는 로드맵 아래 국산 원유의 가치를 다각도로 투영하고 있다.
이 같은 우유 농축 및 원유 다변화 방식의 단백질 트렌드는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먼저 확산됐다. 북미 RTD 단백질 쉐이크 시장에서 우유 농축 제품이 상위권에 오르며 메가 트렌드로 부상하자, 국내 유업계도 발 빠르게 기술력과 원료 차별화를 도입해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간편함과 고품질의 영양을 동시에 추구하는 ‘편리미엄’ 및 ‘깊은 웰니스(Deep Wellness)’ 성향이 강해짐에 따라 이 같은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가공된 분말보다는 진짜 원유를 베이스로 한 자연스러운 영양 섭취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단백질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단순한 함량 경쟁을 넘어 원료의 출처와 섭취 시의 미식적 만족감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며 “올해 하반기는 우유 전문 기업들의 독자적인 원유 처리 기술과 원료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프리미엄 단백질 제품의 세대교체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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