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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서 맞붙는 맛집 전쟁···CJ·치폴레·bhc까지 '외식대전'

곡산 2026. 7. 28. 07:58

강남서 맞붙는 맛집 전쟁···CJ·치폴레·bhc까지 '외식대전'

류빈 기자입력 2026. 7. 27. 17:33
국내외 브랜드 강남 출점 러시
치폴레도 아시아 첫 진출 낙점
강남 넘어 아시아 시험대 부상
CJ푸드빌의 이탈리안 비스트로부터 돈카츠·프리미엄 버거·커피·치킨까지 국내 외식기업들이 앞다퉈 전략 매장을 선보이는 가운데 미국 유명 멕시칸 브랜드 치폴레를 비롯한 해외 브랜드까지 강남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챗GPT

서울 강남이 외식업계의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이탈리안 비스트로부터 돈카츠·프리미엄 버거·커피·치킨까지 국내 외식기업들이 앞다퉈 전략 매장을 선보이는 가운데 미국 유명 멕시칸 브랜드 치폴레를 비롯한 해외 브랜드까지 강남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강남역·신논현·대치동 일대가 단순한 인기 상권을 넘어 브랜드 경쟁력을 검증하는 시험대로 변하는 모습이다.

27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남 출점의 특징은 매장 수를 늘리는 데만 목적을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정 점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를 내놓고 브랜드 최초 플래그십 스토어를 만들거나 상권에 맞춰 시간대별 운영 방식을 바꾸는 사례가 잇따른다. 신규 브랜드를 처음 소개하는 장소로 강남을 택하는 해외 기업도 늘면서 강남의 역할은 국내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는 무대에서 아시아 진출 가능성까지 가늠하는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CJ푸드빌의 이탈리안 비스트로 브랜드 올리페페(Olipepe)가 대표적이다. CJ푸드빌은 지난 16일 서울 강남대로 더갤러리832에 약 110평·120석 규모의 올리페페 강남점을 열었다.

올리페페는 지난해 12월 광화문에서 첫선을 보인 뒤 여의도와 판교를 거쳐 네 번째 거점으로 강남을 선택했다. 오피스 상권인 광화문·여의도와 기업·주거 수요가 함께 자리한 판교에서 고객층을 넓힌 데 이어 국내 대표 외식 상권으로 꼽히는 강남에서 브랜드 확장 가능성을 시험하는 단계다.

강남점은 이탈리아에서 가족과 이웃이 음식과 와인을 나누는 문화를 모티브로 공간을 구성했다. 강남대로를 바라보는 창가석부터 부스석·단체룸까지 마련해 비즈니스 미팅·데이트·모임 등 다양한 방문 목적을 아우르도록 했다.

강남을 새 메뉴를 선보이는 무대로도 활용했다. 이탈리아 피렌체식 스테이크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를 포함한 스테이크 라인업을 새롭게 구성해 강남점에서 먼저 판매하기 시작했다. 신규 매장 하나를 추가했다기보다 브랜드의 다음 전략을 먼저 보여주는 거점에 가까운 셈이다.
CJ푸드빌 올리페페, '강남점' 오픈 /CJ푸드빌

제너시스BBQ그룹도 강남역 상권에 프리미엄 돈카츠·우동 전문 브랜드 '우쿠야 강남본점'을 내고 고객 접점을 확대했다.

강남역 1번 출구 인근 먹자골목에 들어선 우쿠야 강남본점은 약 25평·40석 규모의 직영점이다. 유동인구가 많고 직장인·대학생 등 젊은 소비층이 몰리는 상권 특성을 고려해 낮과 밤의 매장 성격을 달리했다.

점심에는 로스카츠·히레카츠·나베·우동·소바 등 한 끼 식사에 초점을 맞추고 저녁에는 가라아게와 시그니처 콤보 등 요리 메뉴에 하이볼·맥주를 결합해 이자카야 수요를 공략한다. 하나의 점포에서 점심 식사객과 퇴근 후 모임 고객을 모두 확보해 높은 임차료와 운영비 부담을 상쇄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치킨 사업이 핵심인 BBQ가 별도의 외식 브랜드를 강남에 직접 운영한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주력 사업에 머무르지 않고 외식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동시에 강남에서 우쿠야의 시장성을 확인하려는 행보다. 

강남역에서 대치까지···출점 공식도 다양화

파이브가이즈도 강남권 안에서 출점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화갤러리아 자회사 에프지코리아는 9일 서울 대치동에 파이브가이즈 신규 매장을 열었다.

이번에는 강남역처럼 대규모 유동인구가 몰리는 곳이 아니라 학원가·주거단지·오피스가 함께 형성된 생활 상권을 선택했다. 앞서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에 진출해 도심 외 상권을 시험한 데 이어 대치점을 통해 지역 주민과 학생·직장인의 반복 방문 수요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국내에 처음 들어왔을 당시 핵심 상권의 대형 매장과 대기 행렬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렸다면 이제는 소비자의 일상 반경으로 접근하는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파이브가이즈가 강남권에서도 서로 성격이 다른 상권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은 해외 브랜드의 국내 출점 전략이 세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매일유업 관계사 엠즈씨드의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폴 바셋도 3일 신논현역 인근에 강남점을 열었다. 강남점에는 폴 바셋의 대표적인 커피와 아이스크림뿐 아니라 밀도 베이커리·디저트까지 한데 모았다. '게이샤 G 블렌드 룽고'와 '게이샤 G 블렌드 카페라떼'·'누텔라 아이스크림' 등 이곳에서만 접할 수 있는 메뉴도 마련했다.

프랜차이즈 매장의 표준화된 경험보다 특정 점포를 찾아야 할 이유를 만드는 전략이다. 트렌드 변화가 빠르고 신제품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강남에서 한정 상품을 운영함으로써 고객 반응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오는 8월 오픈 예정인 bhc 최초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bhc

강남 외식 경쟁은 8월 한층 치열해진다. 다이닝브랜즈그룹의 bhc는 8월 4일 강남역 인근에 브랜드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인다. 기존 치킨 프랜차이즈와 달리 3개 층을 서로 다른 목적으로 구성하고 간단한 식사부터 소규모 모임·외국인의 K푸드 체험까지 이용 범위를 넓힌 것이 특징이다.

핵심은 고객 선택권 확대다. '크리스픽(PICK)'을 내세워 치킨 부위와 맛·튀김 방식·크기·시즈닝·디핑소스 등을 소비자가 직접 조합할 수 있도록 했다. 식사에 적합한 박스 메뉴와 여러 메뉴를 나눠 먹는 플래터도 운영한다.

저녁과 배달 중심으로 굳어진 치킨 소비를 낮 시간대 식사와 매장 체험까지 넓히겠다는 시도다. bhc가 브랜드 첫 플래그십 스토어의 입지로 강남을 택했다는 점에서도 이 상권이 갖는 상징성이 드러난다. 

치폴레 아시아 첫 시장도 한국···강남으로 향하는 해외 브랜드

국내 기업들만 강남에 공을 들이는 것은 아니다. 미국 멕시칸 패스트캐주얼 브랜드 치폴레도 국내 첫 매장을 강남역 일대에서 준비하고 있다.

상미당홀딩스 계열 빅바이트컴퍼니와 치폴레 본사가 한국 사업을 위해 만든 합작법인 S&C레스토랑스홀딩스는 이르면 8~9월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 첫 점포를 열 계획이다. 2호점으로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선택해 매장 조성을 진행하고 있다.

1993년 미국에서 출발한 치폴레는 미국·캐나다를 비롯해 영국·프랑스 등 7개국에서 3800여 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밥·채소·고기·소스 등을 소비자가 골라 볼이나 부리토를 완성하는 주문 방식으로 성장한 브랜드다.

눈에 띄는 것은 아시아 첫 진출 국가로 한국을 택했다는 점이다. 그 첫 번째 시장 안에서도 강남을 출발점으로 삼으면서 강남의 의미는 국내 대표 상권을 넘어 글로벌 브랜드의 아시아 시장 진입을 시험하는 공간으로 넓어지고 있다.

최근 해외 브랜드의 강남행은 외식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밴루엔은 3일 강남에 아시아 첫 매장을 냈다. 프랑스 스포츠 브랜드 데카트론도 17일 강남에 플래그십 매장을 선보였으며 중국 캐릭터 브랜드 팝마트 역시 강남 출점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기업들이 국내 첫 매장이나 핵심 점포를 강남에 배치하는 흐름은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2016년 국내 시장에 진입한 쉐이크쉑을 비롯해 슈퍼두퍼·파이브가이즈 등 글로벌 외식 브랜드도 초기 국내 사업의 주요 거점으로 강남을 활용했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국내 외식기업의 전략 매장 출점까지 맞물리면서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올리페페는 신메뉴를 먼저 내놓고 폴 바셋은 강남점 전용 메뉴를 운영한다. bhc는 새로운 매장 형태와 주문 방식을 실험하고 우쿠야는 낮과 밤의 운영 전략을 달리한다. 여기에 치폴레와 밴루엔 같은 해외 브랜드가 한국 또는 아시아 첫 시장을 시험하면서 강남은 서로 다른 실험이 동시에 이뤄지는 상권으로 변하고 있다. 
치폴레 한국 1호점이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 쉐이크쉑 매장 옆에 들어설 예정이다. /SNS 캡쳐

15만명 오가는 강남역···평일·주말 수요 모두 확보

강남의 경쟁력은 특정 소비층에 의존하지 않는 상권 구조에서 나온다. 직장인뿐 아니라 인근 거주민·학생·20·30대 방문객이 뒤섞여 있고 쇼핑과 외식 수요도 평일과 주말에 걸쳐 이어진다. 여의도·광화문 등 업무지구와 달리 업무·주거·학원·상업 기능이 한데 모여 있어 시간대와 요일에 따른 수요 변화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브랜드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요소다.

접근성과 업무 수요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강남역의 하루 평균 승하차 인원은 15만2232명으로 서울 지하철 286개 역사 가운데 세 번째로 많았다. 신분당선과 광역버스를 통해 수도권에서도 소비자가 유입되는 데다 올해 1분기 강남권 오피스 공실률은 2.5% 수준으로 서울 주요 업무지구 가운데 가장 낮았다. 여기에 성형외과·피부과와 K뷰티 매장이 밀집하면서 외국인 관광객까지 꾸준히 유입돼 국내외 소비자의 반응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돼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조사에서 강남역 상권 임대료가 1ft²당 578달러로 세계 10위에 오를 만큼 비용 부담은 크지만, 미식·쇼핑·업무·관광 수요가 한곳에 모인다는 점에서 브랜드의 시장성을 시험할 수 있는 상권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불황인데도 강남으로···외식기업의 성장축 찾기

다만 최근 강남 출점 열기가 외식시장 전체의 호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 상황은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는 78.82로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서도 올해 1분기 서울에서 문을 닫은 외식 매장은 5747곳으로 새로 문을 연 4701곳보다 많았다.

고물가와 소비 침체에 임차료·인건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외식사업의 영업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그럼에도 식품·유통기업들이 새로운 외식 브랜드를 만들거나 기존 브랜드를 확장하는 것은 성장 동력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식품 제조업에서는 원재료·포장재·물류비 부담이 누적되고 있지만 제품 가격을 비용 상승 폭만큼 올리기는 쉽지 않다. 물가에 대한 소비자 민감도가 높고 유통업체의 할인 경쟁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외식은 상대적으로 메뉴와 가격·매장 형태를 상권과 소비자 특성에 맞춰 조정할 여지가 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시장 규모는 약 192조원으로 식품제조업 시장 규모 약 159조원을 웃돌았다.

식품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식재료 조달망과 브랜드 운영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새로운 사업을 완전히 처음부터 구축하기보다 보유 역량을 외식으로 확장해 추가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외식사업을 키워온 기업들은 실제 매출에서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폴 바셋·더키친 일뽀르노·크리스탈제이드 등을 운영하는 엠즈씨드는 2021년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외형을 키워 지난해 2136억원을 기록했다. 4년 만에 매출 규모가 두 배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매일홀딩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10%까지 높아졌다.

CJ푸드빌 역시 외식사업이 전체 실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전체 매출 가운데 외식사업 비중은 24.8%로 약 4분의 1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외식사업 매출은 6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다. 신규 브랜드 출점과 기존 외식사업 확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외식 부문의 실적 기여도 역시 커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외식기업의 성장 공식도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점포 수를 빠르게 늘리는 방식보다 한정 메뉴·플래그십 스토어·상권 맞춤형 운영·해외 브랜드 도입처럼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는 전략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강남은 이런 변화가 가장 압축적으로 나타나는 지역이다. 국내 기업이 키우는 신규 브랜드와 대형 프랜차이즈의 실험형 점포·한국에 처음 들어오는 해외 브랜드가 같은 상권에서 소비자 선택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강남에서의 성공 경험이 아시아 다른 국가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파이브가이즈 국내 사업을 맡은 에프지코리아는 국내 시장에서 브랜드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법인을 세우고 도쿄 진출을 추진한 바 있다. 한국에서 구축한 운영 모델이 해외 사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그렇다고 강남 입점 자체가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임대료가 높은 상권인 만큼 초기 화제성이 꺾인 뒤에도 방문 수요를 유지하지 못하면 비용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 해외 브랜드의 경우 국내 소비자 취향에 맞춘 현지화와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해야 한다.

결국 이번 '강남 외식대전'의 핵심은 어느 브랜드가 더 화려한 매장을 선보이느냐보다 강남에서 확보한 소비자 반응을 얼마나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연결하느냐에 있다. 국내 브랜드에는 새로운 성장 모델을 검증하는 무대이고 해외 브랜드에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시장 가능성을 가늠하는 첫 관문이 되고 있는 강남에서 누가 다음 확장의 발판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패스트캐주얼=패스트푸드처럼 주문과 음식 제공이 빠르면서 식재료 품질과 메뉴 선택권, 매장 경험 등을 강화한 외식 형태다.

☞테스트베드=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사업모델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전에 실제 시장에서 소비자 반응과 사업성을 확인하는 시험 무대를 뜻한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