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첨가제, 약인가? 독인가? 1989년말, 정기국회 예산심사를 위한 예결위 회의장에서는 당시 야당소속이었던 한 의원이 보건사회부 장관을 상대로 끈질긴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한 제약회사의 자양강장드링크에 ‘무수카페인’이 함유된 것을 두고 인체유해 여부를 추궁하던 중 장관이 “정량대로 복용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자 질문은 끝내 “하루에 열 병, 스무 병을 마셔도 무해하다는 것이냐?”는 비약으로 치달았고 이에 대한 장관의 답변은 바로 이것. “의원님, 물도 너무 많이 마시면 죽습니다.”... 그로부터 17년, 최근 한 방송사의 기획프로그램을 통해 과자에 함유된 식품첨가물의 유해여부가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마당에 문득 그 때 장관의 답변이 떠오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식품첨가제는 과연 무엇이고 유해논란의 진실은 무엇일까. 식품첨가제란 무엇인가? 우리나라 식품위생법에서는 식품첨가제에 대한 정의를 ‘식품첨가물"이라 함은 식품을 제조·가공 또는 보존함에 있어 식품에 첨가·혼합·침윤 기타의 방법으로 사용되는 물질(용구 및 용기·포장의 살균·소독의 목적에 사용되어 간접적으로 식품에 이행될 수 있는 물질을 포함한다)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한번에 그 의미를 파악하기에 힘들 정도로 어려운 표현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합동자문위원회에서는 ‘식품첨가물이란 식품의 외관, 향미, 조직 또는 저장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보통 적은 양이 식품에 첨가되는 비영양물질’ 이라고 정의하였다. 차라리 세계보건기구의 정의가 일반인들에게는 더 쉽게 와 닿는다.
식품 첨가물의 종류는 우선 식품의 제조공정별로 제조 단계에 사용하는 유화제, 증점안정제, 껌베이스, 효소, 제조용제, 품질개량제, 응고제 등과 가공 단계에 사용하는 강화제, 조미료, 산미료, 감미료, 향료, 발색제, 표백제, 고미료, 광택제 등, 그리고 보존 단계에 사용하는 보존제, 살균제, 산화방지제, 방부제, 품질 유지 향상제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를 종류별로 크게 분류해보면 첫째로 ‘발색제’가 있는데 이는 자신이 직접 색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고 식품에 첨가했을 때, 식품 중의 어떤 성분과 반응하여 색을 안정화시키는 물질을 말한다. 육류제품에는 아질산과 질산염들이, 야채 과일에는 황산제일철이 지정되어 있다. 두 번째로는 표백제를 들 수 있는데 표백제는 식품중에서 변화하거나 분해된 다음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무색으로 되게 하거나 갈변화 방지를 목적으로 사용되는 물질이다.
세 번째로 보존제는 식품의 변질과 부패를 방지하고 식품의 영양가와 신선도를 유지시켜 주는 물질로 부패미생물의 발육을 저지하는 정균작용과 살균작용으로 식품 및 세균이 생산하는 효소를 억제함으로써 방부 역할을 한다. 다음으로 산화방지제는 식품을 보존할 때 공기 중의 산소에 의한 산화변질의 방지를 위해 사용하는 물질로, 주로 유지의 산패방지로 사용되고 있으며, 유지나 유지식품에 자연성분으로 존재하는 자연항산화제와 유지성분의 산화를 억제하거나 유지식품의 저장성을 개선하기 위해 첨가하는 합성항산화제로 분류된다. 몸에 좋은 식품첨가제도 있다, 없다? 모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적정한 양을 섭취할 경우 인체에 무해하지만 과량섭취할 경우에는 대부분의 식품첨가제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논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런데 과연 인체에 유익한 식품첨가물도 있는 것일까. 본시 식품첨가제는 ●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 사용목적에 따른 효과를 소량으로도 충분히 나타낼 것. ● 식품의 제조가공에 필수불가결할 것. ● 식품의 영양가를 유지할 것. ● 식품에 나쁜 이화학적 변화를 주지 않을 것. ● 식품의 화학분석 등에 의하여 그 첨가물을 확인할 수 있을 것. ● 식품의 미관을 좋게 할 것. ● 식품을 소비자에게 이롭게 할 것 등을 그 기준으로 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기준 그대로만 관리한다면 식품첨가물은 그 자체만으로 유무해를 논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약에 대해 거의 맹목적으로 믿는 것처럼 식품의 가공 과정에 첨가되는 화학 물질에 대해서도 불감증을 갖고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식품첨가물들이 동물실험을 마치고 그 안정성이 검증된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인체라고 하는 복잡하고 다양한 시스템에서 획득된 안정성이 아니며 또한 여러 가공 식품을 복합적으로 섭취함에 따라 누적될 수 있는 식품첨가물의 양이나 화학 물질 상호작용에 의해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현재 인스턴트, 가공식품에 들어간 화학첨가물만 문제가 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니며 그동안 안전하다고 생각해 왔던 자연 식품들 그리고 조리하기 전의 식품 속에도 화학 물질은 범람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사육 동물에서 얻어낸 고기, 계란, 우유는 농약과 화학비료, 방부제, 살충제, 항생제, 백신이 검출되는 식품이 되어 버린 것이다. 전국의 어느 식당이나 똑같은 맛을 자랑하는 된장 찌게의 된장이 수입 콩깍지로 만들어지고 방부제에 절어 곰팡이 하나 피지 않는 된장과 고추장을 지극히 정상인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하얀 연근과 우엉을 구입하면서 '깨끗하게 손질했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아도 '표백제에 담갔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또 고급 패밀리 레스토랑의 양상추 샐러드를 먹으며 '아황산나트륨 스프레이로 표백했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얼마 전에 언론보도를 통해 문제가 된 중국산 수입 꽃게의 이산화황 표백문제도 이러한 안전 불감증에 기인한 것이다.
식품첨가물은 인체 내의 생화학 반응을 교란시키거나 세포에 손상을 입히기도 하며 그것이 해독 배설되는 과정 속에서 많은 영양소를 소모하도록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현대인들이 반조리 식품, 인스턴트, 가공식품, 외식을 즐기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양의 화학 물질을 섭취하고 있는데 인체의 정화기능에는 분명 한계가 있으며 이를 뛰어 넘어 무분별하게 화학물질을 섭취하면 반드시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가 하면 중국에서 건강식품 첨가제로 널리 쓰이는 콜레스틴이 혈중 콜레스테롤을 크게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쌀에 붉은 효모를 발효시켜 만든 콜레스틴이 전체적인 혈중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한편 양성 콜레스테롤인 고밀도지단백(HDL)은 증가시키고 악성콜레스테롤인 저밀도 지단백(LDL)은 감소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2건의 임상실험 보고서가 25일 미국 올랜도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심장학회(AHA) 학술회의에서 발표됐다.
콜레스틴은 중국에서는 심장기능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건강식품 첨가제로 특히 북경오리 요리에 첨가돼 붉은 색을 내게 해주는데 콜레스틴은 미국의 파머넥스 회사가 중국으로 수입해 음식보충제로 판매하고 있다. 이 중 한 임상실험은 혈중 콜레스테롤이 다소 높은 70명의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실시되었고 8주동안 한 그룹에게는 콜레스틴을 투여하고 비교 그룹에게는 가짜 콜레스틴을 먹게 한 결과 콜레스틴 그룹은 총 콜레스테롤이 26% 감소한 반면 비교 그룹은 감소폭이 6% 정도에 불과했다. 이러한 실험결과는 식품첨가물이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편견을 바로잡는 데 다소나마 도움을 줄 것이다. 식품첨가물에 얽힌 괴담 혹은 진실 중국 음식점 증후군으로 알려진 글루탐산나트륨(글루타민산나트륨은 일본식 표기이므로 이 기회에 글루탐산나트륨으로 바로잡는다)에 중독되면 안면마비와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황색 4호는 뇌의 전두엽을 손상시켜 아이들의 과잉 행동 장애를 불러 일으킨다. 또한 갈변 방지와 세균 발육 억제를 위해 첨가되는 아황산나트륨은 천식, 복통, 두드러기를 유발하고 햄과 소시지의 발색제로 사용되고 있는 아질산나트륨은 섭취 후 위산 분비 조건하에서 나이트로자민이라는 강력한 발암 물질을 만들어내 인체 내의 대사 과정을 교란한다. 이처럼 식품첨가제로 사용되는 화학물질들은 공통적으로 신진대사 과정 중에 영양소의 소모를 유발하여 영양 결핍에 해당하는 증상을 불러올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세포를 손상시키기도 하고 발암 세포를 만들기도 한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인체의 모든 기관의 기능이 나빠져 죽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온전한 컵에 채울 수 있는 물의 양이 인간의 수명이라면 컵의 한쪽이 떨어져 나갔을 때 채울 수 있는 물의 양이 훨씬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인체 역시 어느 한 기관의 고장과 기능 저하로 인해 인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다. 식품첨가물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을 다량으로 섭취하게 되면 특정 장기의 기능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많은 영양소를 소모하게 된다. 특히 성장과 발육의 시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식품첨가물 같은 화학물질이 남용되면 성장과 발육을 저해하게 되어 인체의 구조를 완성해야 하는 시기에 질이 나쁜 인체가 형성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결국 식품첨가제로 대표되는 화학물질의 섭취를 삼가고 사용을 줄이는 것은 곧 영양을 아끼고 자신의 몸을 아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식품첨가제와 관련한 가장 큰 궁금증의 하나는 아토피 발생과의 연관성 문제인데 이는 단순한 확률적 문제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식품첨가물에 의한 아토피 발생은 탄 음식을 먹으면 암에 걸릴 확률과 유전적일때 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고지혈증에 걸릴 확률이 있다는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면 되겠다. 식품첨가제에 의한 유발검사는 아토피 걸린 환자에게 첨가물이 함유된 음식을 먹이고 증세의 변화를 보는 것과 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은 음식을 먹이고 증세가 변화되는 것을 보고 알아내는 것이므로 첨가물의 성분에 의해서 아토피가 발생된 원인이 있다는 것이지 먹으면 아토피가 발생된다는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의 조사로는 식품첨가물에 의한 아토피 발생은 1% 미만으로 나와 있으므로 이미 아토피가 생긴 경우에는 아토피 증상이 악화될 우려를 생각해 가급적 식품첨가물이 들어있는 음식을 피하라는 것이지 식품첨가물 자체가 아토피 발생의 원인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고자 한다. 식품첨가물이 아이들의 성격까지 바꾼다고? 식품첨가제에 의한 아토피 발생은 인과관계의 규명이 좀 더 필요할만큼 불명확한 반면에 식품첨가제 중에서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보다도 화학조미료와 감미료를 들 수 있다. 화학조미료와 감미료는 두뇌발달 장애, 성장장애, 대사장애, 면역력 저하, 발육 장애는 물론 인내력과 집중력을 저하시키고 성질을 난폭하게 만들기도 한다. 화학조미료의 등장은 아무래도 일제 강점기에 이루어진 것 같다. 오늘날 ‘다시다’와 ‘맛나’로 양분되는 국내 화학조미료의 양대 메이커가 수십년 전부터 우리의 입맛을 길들여온 ‘미원’과 ‘미풍’의 대접전 이전인 1960년대에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구멍가게에서 샀던 조미료의 이름은 ‘아지노모도’ 아니면 그 후신인 ‘닭표 맛나니’였으니 말이다.
화학조미료를 계속 먹다보면 미각신경(혀)의 기능에 혼란을 일으켜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고도 맛있게 먹던 음식도 화학조미료를 넣어 먹다가 다시 그것을 먹어보면 전혀 맛이 없다고 불평을 하게 되는데 이는 화학조미료가 미각신경(혀)을 둔하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화학조미료에 의해서 판단력을 잊어 버린 혀는 짜다, 싱겁다, 달다, 덜 달다, 맵다, 덜 맵다, 시다, 덜 시다 등 맛에 대한 판단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글루탐산나트륨은 인체에 들어가면 우리가 알고 있는 소금(염화나트륨)같은 나트륨으로 되기 때문에 나쁘다고 한다.
글루탐산나트륨은 많이 먹으면 뇌에 장애를 가져오고 우리 몸에 중요한 단백질의 생산을 억제한다. 특히 어린아이의 경우 대뇌에 ‘글루탐산’ 같은 물질을 운반하거나 제한하는 관문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극소량만으로도 대뇌의 뇌하수체가 파괴돼 성장은 물론이고 일반 대사에도 이상을 초래한다고 한다. 일본 국립암 연구소와 태국, 미국 등에서는 글루탐산나트륨, 즉 엠에스지(MSG)가 암을 일으키는 물질이며 뼈의 성장을 멈추게 하고 천식과 구토, 두통 등을 유발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SOS, 식품첨가제로부터 가족을 지켜라 한 방송사가 두 번에 걸쳐 과자의 유해성, 구체적으로는 과자에 함유된 식품첨가제에 대한 유해성을 공론화한 이래 제과업체는 ‘식품첨가물공전에 의거한 철저한 품질관리’를 항변하고 있다. 동물실험을 통해 유해한 수준의 100배 섭취를 허용기준치로 설정한 엄격한 기준에 맞추었으므로 방송사와 소비자 단체의 유해주장이 과장되었다는 논리는 일면 타당한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비타민 음료의 벤젠 검출 파동에서 보듯이 각각의 첨가제가 기준에 적합하더라도 이들의 결합에 의한 제3의 유해물질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있게 항변하지 못하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언제 어떻게 우리의 건강을 해칠지 모르는 식품첨가제로부터 가족과 나 자신을 보호하려면 식품 하나를 고르더라도 깨알 같은 크기로 표기된
식품첨가물의 종류를 꼼꼼히 살펴보자. 17년 전 자양강장제의 과다복용 후유증 발생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물도 너무 많이 마시면
죽습니다.’고 한 장관의 답변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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