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원가 부담 견디기 한계…가격 인상 돌아서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6.07.27 07:56
고환율·원자재 값 상승…물류비까지 가세
젊은 층 수요 많은 햇반·디저트·장류 등은 제외
민감도 높은 라면·제과·제빵 등 8~9월 올릴 듯
소비자 부담 최소화 위해 휴가철에 할인 행사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환율과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8월 중순 이후부터는 식품 대부분 품목으로 가격 인상 러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원가 상승분을 자체적으로 흡수하며 버티던 식품업계가 고환율과 원자재값 상승에 백기를 들었다.

CJ제일제당은 햇반, 만두, 생선구이 등 총 8개 카테고리, 27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8% 인상한다고 밝혔다. 단 학생 등 젊은 소비자층의 이용이 많은 편의점 대표 품목인 햇반 컵반, 디저트 제품 등은 이번 가격 인상 대상에서 제외했고 고추장, 된장, 쌈장 등 장류와 냉장·냉동면 제품도 인상 요인을 자체적으로 극복하기로 했다.
사조도 내달 3일부터 가격 조정에 합류한다. 참치캔은 10%, 꽁치와 고등어 등 수산 통조림은 20%, 고추장과 된장, 참기름·들기름 등 장류와 식용유지는 12% 인상된다. 어묵과 맛살 제품은 이달 초 6~7% 가격을 올렸다.
오뚜기 역시 카레와 케첩, 당면, 후추 등 29개 품목의 가격을 조정했다. 카레와 케첩은 평균 6.1%, 당면은 10%, 후추는 17% 인상됐다.
음료업계도 2년 만에 가격 인상에 나섰다. 코카콜라음료는 오는 8월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코카콜라, 스프라이트, 환타 등 주요 음료 52개 품목의 소비자 가격을 100~300원 인상한다. 평균 인상률은 7.2%다.
이에 앞서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6월 칠성사이다 4.3%, 밀키스 6%, 펩시콜라 5% 등 12개 브랜드 44개 품목 평균 5.3% 인상했다.
고환율과 원재료·포장재 가격 상승이 주요인이다. 먼저 원·달러 환율이다. 주요 원재료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식품업계는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
한때 1500원대 후반까지 치솟던 원·달러 환율은 현재 1480원대(7월 22일 기준)를 유지하고 있으나 중동 전쟁 불안감에 언제 다시 1500원선을 돌파할지 모른다.
다음은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다. 특히 포장재에 쓰이는 나프타 가격 급등의 영향이 크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등에 따르면 이달 중순 기준 나프타 가격은 약 722달러로 전년 대비 30% 넘게 올랐다. 지난 4월 초 1010달러까지 치솟았던 시세가 중동 전쟁 종전 협상 움직임으로 60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양국간 공세가 심상치 않자 다시 상승하는 흐름이다.
나프타는 플라스틱 용기나 뚜껑, 비닐봉투, 포장재 필름 등 식음료 업체가 생산하는 제품을 만드는 데 핵심 소재로 사용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환율·원료값도 문제지만 나프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가 너무 크다. 올 초와 비교해도 평균 20% 넘게 인상되는 등 원가 부담이 너무 크다. 올해 초부터 가격 인상 요인이 누적됐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와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부담을 감내해왔지만 이제는 원가 부담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요인은 국제유가의 상승이다. 그 여파로 식음료에 사용되는 철강 가격은 물론 물류비가 동시에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88.1달러로 1일과 비교해 23.1% 상승했고, 두바이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각각 16.0%, 20.3% 올랐다. 한국은행도 ‘7월 경제상황 평가’에서 중동 전쟁 여파로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확대됐다고 진단한 바 있다.
이는 알루미늄, 캔 등을 사용하는 음료업계가 2년 만에 가격을 올리는 결정적 이유가 됐다. 실제 음료업계에 따르면 작년 5월 톤당 2440달러 수준이던 알루미늄 가격은 올해 5월 3670달러로 약 50% 상승했다.
문제는 가격 인상 러시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아직 라면이나 제과, 제빵 등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은 품목들은 인상 행렬에 합류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품목도 8~9월 중으로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그동안 누적된 원·부자재, 환율, 물류비 등의 부담이 본격적으로 가중돼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결국 가격 인상을 통해 이 부분을 최대한 상쇄하는 전략을 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단 업계는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본격적인 휴가철인 8월부터 여름철 성수기 품목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업계가 처한 현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도 할당관세 연장 등 원가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는 만큼 전면 인상보다 일부 품목 중심의 단계적 조정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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