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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에 혁신을 불어넣는 일본 젊은 후계자들

곡산 2024. 10. 8. 07:47
가업에 혁신을 불어넣는 일본 젊은 후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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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사카무역관 심혜지
  • 2024-10-07
  • 출처 : KOTRA

 

일본 경영자 평균 연령 63.76세…심각해지는 중소기업의 사업승계 지연

가업을 이으며 신규 사업 개발에 도전하는 젊은 후계자들의 등장

친환경 신소재 개발, 지역 대학과의 공동연구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 중

일본에서는 경영자 고령화에 따른 중소기업 사업승계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최근 후계자들이 신규 사업 개발에 도전하며 가업을 이어 나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본 중소기업의 가업승계 현황과 혁신에 성공한 기업 사례들을 살펴본다.

 

일본 경영자 평균 연령 63.76중소기업의 사업승계 지연 심각

 

‘2025년 문제 1차 베이비붐 세대(단카이 세대) 75세 이상이 되며 일본이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발생할 다양한 문제들을 일컫는다. 의료비 증가 외에도 중소기업의 사업승계가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2025년까지 경영자가 70세 이상인 기업이 약 245만 개사로 증가하고, 이 중 절반인 127만 개사가 후계자 부재로 폐업이나 도산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때 누계 650만 명의 고용이 상실되고 약 22조 엔의 GDP가 소실될 가능성이 있다.

 

도쿄상공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전국 사장의 평균 연령은 63.76세로 전년의 63.02세보다 높아져 조사 시작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령대별로는 ‘70대 이상 사장의 구성비가 35.49%로 가장 높아 사업승계 지연 문제가 두드러졌다.

 

<사장 평균 연령 추이>

(단위: )

[자료: 도쿄상공리서치]

 

중소기업청이 매년 발간하는 중소기업백서에 의하면 중소기업의 후계자 부재율은 2018년 이후 감소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2023년에도 54.5%를 기록하며 절반에 가까운 기업의 후계자가 미정인 상황임을 나타낸다.

 

<연도별 중소기업 후계자 부재율 추이>

(단위: %)

[자료: 중소기업백서 2024, 제국데이터뱅크]

 

혁신을 더해 가업을 잇는 새로운 사업승계 트렌드 아토츠기

 

최근 지방 중소기업의 후계자가 대학이나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자사의 기술로 지역과 업계의 사회과제를 해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토츠기(アトツギ)’란 젊은 후계자가 단순히 선대의 가업을 잇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신규 사업, 업태 전환 등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사업승계를 의미한다. 혁신을 통해 자사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함과 동시에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스타트업과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아토츠기 기업은 특정 영역의 틈새 기술과 제조 노하우를 이미 보유하고 있으며 경영기반이 있어 도전에 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후계자가 가업을 이으며 신규 사업 개발에 도전한 일본의 사례들을 살펴보자.

 

버려진 가리비 껍데기로 만든 친환경 헬멧

 

1969년 창업한 플라스틱 가공기업 코시화학공업(甲子化学工業) 3대인 기획개발부 난바라 테츠야씨는 기존의 하청 중심 사업 구조와 탈 플라스틱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위기감을 느꼈다. 그는 친환경적인 플라스틱 제조를 위해 고민하던 차에 홋카이도에서 연간 20만 톤에 이르는 가리비 껍데기가 폐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오사카대학과의 공동 개발을 통해 가리비 껍데기와 폐플라스틱을 조합한 신소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소재의 높은 강도와 고급스러움을 살려 제작하게 된 헬멧은 기존 공정 대비 CO 배출량을 약 50% 감축해 탈탄소에 기여한다. 해외로부터의 문의도 많으며, 2025 오사카 엑스포 방재용 공식 헬멧으로도 도입될 예정이다.

 

섬유업계의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공기로 만드는 실

 

마루이섬유기계(圓井繊維機械) 1970년 창업 이래 가공기계부터 섬유제품까지 일관 제조하는 특수섬유개발 기업으로서 인공혈관이나 금속섬유가공 등 다양한 섬유제품을 개발해 왔다. 2대인 현 사장이 수지 전문기업 프레지르와 만나며 POM 수지의 사업화에 함께 착수했다. POM 수지는 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한 종류로 경량이면서도 강도가 높다는 특징이 있으나, 안정적으로 섬유를 양산하는 기술은 확립 전이었다. POM 수지의 주원료는 원래 메탄올이지만, 최근 기술력으로 이산화탄소와 수소로부터 메탄올 제조가 가능해져 이를 섬유화 기술과 조합해 공기로부터 만드는 실이 탄생했다.

 

기술자였던 선대와 다르게 문과 출신인 3대는 개발한 POM 수지의 사업화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경제산업성과 JETRO 2015년부터 주최하는 글로벌 기업가 육성 프로그램 시동 Next Innovator 2023’에 도전했다. 전문가 피드백을 받으면서 사업계획의 질을 높여 최종 데모데이 최우수상을 획득하며 세대를 초월해 사업화에 성공했다.

 

 

소의 소변으로 탈취제부터 바이오연료까지

 

홈센터 점장이었던 환경대선(環境大善)의 창업주는 효과가 좋은 탈취제를 찾던 도중 소의 소변을 미생물로 분해한 액이 무취인 것을 발견한 계기로 1998년 천연성분 100%인 바이오 탈취제 키에~(없어진다)’를 상품화했다. 또한 식물 생장 촉진 효과를 살린 토양개량제도 발매하며 지역사회의 환경에 공헌해 왔다.

 

한 대기업의 인수 제안을 계기로 가업 승계를 생각하게 된 2대는 입사 후 상품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일에 집중했다. 2017년부터 같은 홋카이도 지역에 소재한 키타미공업대학(北見工業大学)과 공동 연구를 시작해 상품의 품질개발과 소 소변의 용도 개발을 진행했다. 연구 중 액체에서 맨눈으로 보이지 않는 미세조류(microalgae)의 성장을 촉진하는 미생물 추출에 성공해 미세조류를 활용하는 바이오연료 생산에 공헌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2023년 중소기업청의 성장형 중소기업 등 연구개발 지원사업(Go-Tech)’에 채택돼 미세조류의 배양 효율을 높이는 연구개발을 시작하며 바이오 딥테크(Deep Tech)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중이다.

 

시사점

 

일본은 2000년대부터 정부와 금융회사들이 중소기업의 사업승계를 뒷받침하기 위해 사업승계 상담, 보조금, M&A 등 지원책을 실시하고 있다. 공인재단법인 오사카산업국 관계자는 KOTRA 오사카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중소기업 세대교체의 당사자인 젊은 후계자들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지속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멘토링, 데모데이, 세미나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경영자의 고령화가 진행되며 가업승계가 주요 경영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바, 같은 과제에 앞서 대응하고 있는 일본 중소기업 사례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자료: 닛케이트렌드, 중소기업청, 제국데이터뱅크, 아사히신문, 각 기업 웹사이트, 우리금융경영연구소, KOTRA 오사카 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