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뉴스

김치업계, 배추 등 원료 부족에 원가 상승 이중고

곡산 2024. 5. 17. 07:25

 

김치업계, 배추 등 원료 부족에 원가 상승 이중고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4.05.16 07:55

생산 능력 10년간 3배 증가 불구 출하량 정체
겨울 배추·무 작황 안 좋아…소금도 출하량 감소
상품 김치 큰 가격 변동은 없으나 조달난 지속
농식품부 방출 물량 대폭 늘리고 봄 배추 확보

김치업계의 오랜 원료 수급 문제에 또 적색등이 켜졌다. 계속되는 이상 기후 등으로 원부재료 출하량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그에 따른 가격 급등에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계속되는 이상 기후 등으로 김치 원부재료 출하량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그에 따른 가격 급등에 김치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식품음료신문)

상품 김치 원부재료 중 투입비중이 가장 큰 배추는 작년 겨울 배추의 생산량 감소로 수급 불안정을 겪었다. 겨울 배추 생산량은 여러 요인에 의해 평년대비 3.5%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배추 도매가격은 지난달 중순 포기당 5295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8.6% 높았고, 이달 상순 4671원까지 하락했지만 이 또한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높은 수준이다. 농식품부는 배추의 경우에도 김치 업체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시설재배 출하 물량은 많지 않은 탓에 이달 하순까지는 1년 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무 가격도 작년 동월보다 4.2% 올랐다. 품질 저하와 재배 면적 감소 등 영향을 받았다. 다음달 중순 이후 전북 고창 등에서 본격적으로 출하되면 가격이 평년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대파 역시 2~3월 잦은 강우와 저온 영향으로 출시가 지연되며 지난달 가격이 작년 동월보다 17.6% 상승했고, 마늘의 경우 도매가격은 평년보다 낮을 전망이지만 올해 재배 면적 감소와 작황 부진으로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치와 절임에 필수적인 소금도 문제다. 소금 공급 업체인 한주의 작업자 사망 사고 발생 이후 공급 대란을 우려했으나 작업 중지 명령이 조건부 해제되면서 업계에 미치는 타격은 미비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상기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염전면적과 생산자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식염의 생산량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가격도 부담스럽게 높아졌다는 것이 업계 입장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자료 기준 최근 5년간 염전 면적은 2018년(9048만㎡)부터 지속해서 감소하면서 2022년(8363만㎡)엔 약 7.6% 지속적으로 감소 중이고, 천일염 총 생산량도 2016년(32만3000톤) 대비 2020년(17만6000톤) 약 45.5% 감소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 원료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정제소금 연간 규모는 17만톤 정도이며 전체 사용량의 72%다. 수입은 4만8000톤(28%) 정도다.

이 상황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겨울 배추는 1월 수확 이후 5월 상순까지 사용하고 이후에는 강원지역 시설 배추 이용, 본격적으로 봄배추 출하에 들어가게 된다. 올해는 작년 겨울배추의 생산량이 적었기 때문에 이를 많이 이용하는 김치업체들의 수요에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가격도 많이 비싸졌다”면서 “상품김치의 가격 변동은 크게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업체들은 원부재료 가격이 오른 만큼 비싸게 살 수밖에 없고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치산업은 최근 10년간 생산능력은 증가했으나 실제 생산량 증가는 미미하다. 세계김치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국내 김치 생산능력은 195만6072톤에서 2021년 626만3676톤으로 연평균 13.6% 증가했으나 생산량(액)은 42만2000톤(9546억 원)에서 2021년 47만8000톤(1조2625억 원)으로 각각 연평균 1.4%, 3.2% 증가에 지나지 않았다. 연평균 증가세도 미미한 데다 생산능력 대비 생산량의 비중이 10%도 안 되는 상황이다.

이는 국내 김치 생산능력은 산업기계화 등으로 규모가 3.2배 증가했으나 생산량이 미미한 것은 원부재료의 수급 부족 및 불균형의 문제가 크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소수의 대기업과 절대다수의 영세기업으로 양분돼 있는 산업 구조상 원부재료 수급과 기술적 측면에서 그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관련 정부부처의 대안 및 지원 없이는 문제 타개가 힘들다는 것.

이러한 상황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배추는 봄철 역대 최대 물량을 방출하고 있다”며 “정부가 지난달 방출한 배추 물량은 4654톤으로 최근 5개년 평균의 4.7배에 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농식품부는 오는 6월 이후 노지 재배량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면 대부분의 노지 채소류 가격은 평년 수준까지 안정될 것으로 봤다. 또 공급이 부족한 엽근채소에 대해서는 할당관세를 추진하겠다며 국민들 식탁에 자주 오르는 배추, 무, 대파 등 채소류의 조속한 수급안정을 위해 봄철 생육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지난 2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시설 봄배추 사전 수매계약을 마쳐 배추 모종을 심는 시기에 충남 예산, 전남 나주 등 시설 봄배추 주산지를 중심으로 사전 수매계약을 통해 1000톤을 확보했다. 이어 1일 평균 50톤 수준으로 5월 중순까지 도매시장에 봄배추를 출하하고 중·장기적인 배추 수급안정을 위해 사전 수매계약을 통한 비축 물량 조기 확보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