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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술 복고풍 ‘과일 맛’ 주류 재부상

곡산 2024. 5. 21. 07:40
맛있는 술 복고풍 ‘과일 맛’ 주류 재부상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4.05.20 07:56

달콤한 맛에 예쁜 색감 젊은 층 취향 ‘믹솔로지’ 트렌드 이어가
롯데칠성, 살구 과즙 첨가한 ‘새로 살구’ 선봬
올 소주 점유율 25% 목표…‘순하리 레몬진’ 매출 증가
복숭아 맛 ‘진로토닉’에 대선 과일 소주 3종
유통 업체 스타트업과 제휴 과일 주류 개발

주류 소비 트렌드가 변하면서 ‘맛있는 술’을 찾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주류업계가 10여 년 전 유행했던 과일 맛 주류(리큐르)를 재출시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특히 과일 맛이 첨가된 주류의 경우 과일 특유의 달콤한 맛에 예쁜 색감으로 눈으로 마시는 재미까지 더해지며 젊은 소비자층을 타깃해 술에 다양한 음료, 과일 등을 섞어 마시는 트렌드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믹솔로지(Mixology)의 트렌드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맛있는 술’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10여 년 전 인기를 끌었던 ‘과일 맛 주류’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사진=각 사)

지난 2015년 과일 향료를 첨가하고 과즙을 일부 넣은 리큐르 소주, 일명 ‘과일소주’가 유행한 바 있다. 같은 해 봄 롯데칠성음료에서 발매된 ‘처음처럼 순하리’가 판매 2개월 만에 2200만병의 판매고를 올리는 대히트를 치면서 하이트진로, 금복주, 무학 등 소주 제조사들이 신제품을 쏟아내 ‘자몽에 이슬·이슬톡톡(하이트진로)’ ‘좋은데이 컬러(무학)’ ‘순한참(금복주)’ 등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 인기의 불길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당시 한 대형마트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7월 리큐르 소주의 매출을 100으로 놓고 봤을 때 2016년 1월에는 39.6까지 떨어졌다.

지난 과일소주 전성기를 이끌었던 롯데칠성음료는 작년 매출 1256억 원을 달성하며 메가 브랜드 반열에 오른 제로 슈거 소주 ‘새로’의 흥행을 이어가기 위해 여기에 살구 과즙을 첨가한 ‘새로 살구’를 새롭게 선보였다. 기존 새로 제품에 살구 과즙을 추가해 소주 특유의 쓴맛은 줄이고 상큼함과 산뜻함을 더한 제품으로 저도주 트렌드를 반영해 알코올 도수는 기존 도수인 16도보다 낮은 12도로 출시했다.

이러한 시도로 롯데칠성은 과일 맛과 제로 트렌드를 통해 자사 인기 주류 브랜드의 선택지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소주 점유율을 작년 20.7%에서 올해 25%를 목표로 잡은 만큼 점유율 상승도 노린다는 방침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미 ‘청하’ ‘순하리 레몬진’ 등 브랜드들의 확대를 통해 시장 재공략의 뜻을 명확히 해 왔다. 실제 롯데칠성의 청주 브랜드 ‘청하’는 탄산과 과일 맛을 다양하게 가미한 ‘별빛청하’ ‘로제청하’ 등을 선보이며 현재까지 각각 3300만병, 230만병의 누적 판매량을 보였다.

또 탄산수를 바탕으로 레몬 농축액과 과실주를 첨가해 만든 탄산주 ‘순하리 레몬진’도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아 ‘순하리 레몬진 레귤러·스트롱·제로슈거 9.0’ 등으로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순하리 레몬진’은 올해 2분기 매출 3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5% 증가한 수치를 기록해 롯데칠성 전 주류 제품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품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주류 스타트업들과 협업해 참신한 과일 주류를 개발 중이다. 편의점 CU는 국내 최초 생레몬 슬라이스를 넣은 ‘생레몬 하이볼'을 지난달 출시, 소주와 수입맥주 1위 제품들의 매출을 모두 뛰어넘었다고. 이 제품은 출시 일주일도 채 안 돼 카스 후레쉬 500ml 제품에 이어 CU의 전체 상품 매출 순위 2위에 등극했다.

’생레몬 하이볼‘은 CU가 지난 1년 동안 주류 제조 스타트업인 부루구루와 협업, 하이볼을 직접 만들어 마실 때 레몬을 넣어 먹는 것에서 착안한 RTD 생과일 하이볼 제품이다. 일반 캔 상품과 달리 통조림처럼 뚜껑 전체가 개봉되는 풀 오픈탭을 적용해 캔을 따는 순간 풍성한 탄산과 함께 실제 생레몬 슬라이스가 떠오른다고.

CU와 부루구루는 호주에 지사를 설립하고 올해 상반기 내 생레몬 하이몰의 수출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대만과 주요 해외 국가에도 상반기 중 100만달러 이상 수출을 목표로 내걸었다.

믹솔로지 붐에서 빠질 수 없는 토닉워터에도 과일로 제품 다양화가 이뤄지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복숭아를 활용한 토닉워터 ‘진로토닉 와일드피치’를 출시했다. 복숭아 중에서도 국산 개복숭아를 활용해 개발한 제품으로 진로토닉 고유의 맛과 복숭아의 새콤달콤함이 어우러져 깔끔한 단맛이 특징이다. 은은한 복숭아 풍미와 함께 적당한 탄산감으로 소토닉(소주+토닉), 하이볼 등 다양한 조합으로 즐길 수 있다고.

진로토닉의 선전으로 하이트진로음료의 비알코올 음료 사업 매출액은 작년 8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또 ‘진로토닉워터’만으로는 작년 337억 원의 매출을 세워 전년 동기 대비 87% 급증하고,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등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 관계자는 “‘진로토닉’에서 다양한 맛의 제품을 선보이는 등 라인업을 늘린 것이 비알코올 음료의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부산지역을 대표하는 주류업체 대선주조도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선 유자·사과·라임’ 등 과일소주 3종의 품목제조보고를 마치고 출시 지역 및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지난 2021년 8월 ‘대선 샤인머스캣’을 출시한 이후 3년여 만에 과일소주 라인업을 총 4종으로 대폭 확대하고 나선 것.

주류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주 시장에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건강하고 맛있게 술을 즐기려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주류업체들이 ‘과일소주’를 다시금 주목하고 있다”며 “국내뿐 아니라 과일소주가 최근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이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