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간편식 제품들의 비약적인 성장세와 달리 장류시장은 몇 년 째 역신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가정간편식 시장 확대되면서 장류를 활용해 요리해 먹는 인구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국내 장류시장은 2002년 1600억 원 규모에서 2012년 두 배가량인 3700억 원까지 성장했지만 이후로는 하락세를 띠며 3000억 원선에 머물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장류 중 가장 소비량이 많은 고추장 소매시장 규모는 2013년 2210억 원에서 2017년 1863억 원으로 15.7% 줄었다. 간장 역시 동기간 2290억 원에서 2170억 원으로 5.3% 감소했다.
가정 내에서 장류를 활용한 직접 조리 수요가 감소한 대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소스·양념으로 바꾸거나 간편식 제품으로 소비가 이동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간장, 고추장, 된장, 청국장 등 장류 4업종이 작년 6월 말 중소기업적합업종에서 해제됐지만 작년 말 소상공인 생계형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장류업계는 장류시장 활성화를 위해 트렌드에 맞는 제품 개발 및 국내외 신시장 개척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한 해를 보냈다. 편의성을 높인 한식양념소스 개발, 기존 용도 외 활용법 다양화 및 홍보, 소가족 및 1~2인 가구 타깃 제품 용량 다변화, 글로벌 시장 개척, 쌀 등 고추장 원료 교체 등 방안을 모색한 한 해였다.
특히 1인 가구 증가와 가정간편식 선호 트렌드 영향을 받아 전통 방식의 고추장, 된장, 간장을 응용해 소비자가 원하는 메뉴에 즉시 사용할 수 있는 편의형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며 전반적인 물량 감소 속에서도 성장세를 이어 갔다.
CJ제일제당은 장 하나만으로 다양한 요리를 쉽게 만들 수 있는 볶음 요리장, 무침 요리장, 조림 요리장을 선보였는데, 요리경험이 적어 장류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에게 장의 용도를 쉽게 인지시켜 주고 추가양념 없이 바로 요리에 활용할 수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
된장의 경우에는 마늘, 고춧가루 등 양념이 더해진 편의형 조미된장들이 주목을 끌었다. 편의형 조미된장 제품은 된장에 갖은 양념들이 더해져 있어 된장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 육수나 추가양념 없이 야채와 두부만 있으면 맛있는 된장찌개를 완성할 수 있어 맞벌이 가정의 선호도가 높다.
이와 함께 용도에 특화된 장류(국간장, 맛간장, 회간장, 찌개된장 등)들 역시 매년 두 자릿수를 상회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해외 시장 개척으로 내수시장의 부진을 떨치려는 업체의 노력도 계속됐다. 최근 5년간 수출액을 살펴보면 연평균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이는 한류 열풍에 따른 한식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데, 업계에선 현지 음식들과 쉽고 간편하게 곁들여 먹기 쉽도록 용기와 점도 등을 바꾸고 현지화된 마케팅 전략을 펼쳐 수출 증가세를 이어갔다.
aT에 따르면 고추장 수출량은 2013년 1만458톤에서 2017년 1만4710톤으로 40.7% 증가하고 있고, 같은 기간 간장은 1만1507톤에서 1만3699톤으로 19%, 된장은 3621톤에서 4368톤으로 20.6% 각각 늘었다.
기존 교민 중심으로 형성됐던 수출 수요가 한류 영향을 받아 비빔밥과 떡볶이 등 한국 음식이 인기를 끌면서 장류 수요 역시 늘어난 것이다. 또 세계적으로 건강식이 인기를 끌면서 된장 등 발효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장류 업계는 국가별로 특징적인 상품을 개발해 수출하거나 현지인 식습관을 고려한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는 등 수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5년동안 수출물량을 꾸준하게 늘리고 있다. 작년에만 8000톤가량을 수출했다. 특히 선진국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CJ제일제당은 현재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비비고 고추장 소스’ ‘애니천 고추장 소스’를 판매하고 있다. 현지 소비자 입맛에 맞게 매운맛을 낮추고 당과 산미를 높인 디핑소스(Dipping sauce) 형태다.
케첩, 마요네즈, 칠리소스 등 찍어먹는 소스문화에 익숙하다는 점을 반영해 고추장을 비벼먹는 소스가 아닌 찍어먹는 소스로 용도를 달리했는데, 미국에서는 메인스트림인 홀푸드마켓과 코스트코에서 판매 중이며 영국에서는 테스코(TESCO) 전 지점에 입점돼 있다.
일반 고추장이 아닌 신살균기술을 도입한 감균 고추장을 개발해 B2B 시장의 문도 두드리고 있다. 2015년 10월 최초 개발돼 2016년 말 출시된 이 제품은 현재 미국 소스업체인 그리피스(Griffith)와 일본 에바라CJ에 B2B 제품으로 납품하고 있다.
수출환경에 잘 견딜 수 있도록 고온에서 단기 살균 기술을 통해 장류의 균을 감소시킨 것이 특징이다. 최근 영국의 대형 레스토랑 체인인 잇츠(Itsu)사와 제휴를 맺었고, 초고추장을 입점시킬 예정이다.
대상도 현지화된 소스 개발과 레시피 전파에 힘써 미국과 중국, 일본 등 100여 개국에 수출 중이다. 이 가운데 청정원 순창고추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0% 성장하며 작년 1300만 달러 매출을 올렸다.
샘표 역시 70~80개국에 장류를 수출하면서 ‘장 문화 알리기 프로젝트’ 활동을 꾸준히 지속하며 장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중 ‘요리에센스 연두’의 활약이 관심을 모았다.
샘표는 작년 9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Yondu Culinary Studio)’를 열고 연두와 우리 장을 활용한 다양한 클래스, 세미나를 위한 공간으로 운영하는 한편 해외 진출을 꿈꾸는 유망한 한국 셰프들에게 시장 조사 및 연구에 필요한 테스트 키친이나 팝업 스토어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용량·사용법 다변화…찌개된장·회간장 등은 고성장
수출은 한류 열풍 타고 5년간 20% 고공 행진
할랄 고추장·프리미엄 간장으로 장류 세계화 포부
올해 장류시장 역시 범용 장류 제품 시장은 정체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사회 인구변화에 따라 진화하고 있는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는 제품들이 주목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가정간편식 트렌드에 맞춰 장류시장 활성화를 위해 사용자 편의성과 활용도를 높인 한식양념소스 개발 및 신제품 출시, 소가족 및 1~2인 가구 타깃 제품 용량 다변화, 전통장류의 기존 용도 외 활용법 다양화, 글로벌 시장 개척 등 노력이 올해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소용량 제품 출시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장류업체들 역시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제품들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CJ제일제당은 전통발효식품 우수성에 집중해 한식의 우수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R&D를 지속적으로 지속한다. 전통 장류가 글로벌 건강 장수식품으로서의 가능성을 여는 데 집중할 계획인 것.
또한 그동안 추진했던 다양한 마케팅 활동들을 온·오프라인 다방면으로 지속적으로 진행해 침체기를 극복해나가겠다는 포부다.
특히 CJ제일제당은 중동시장을 겨냥한 할랄 고추장 개발도 연내에 성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CJ제일제당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과 ‘할랄 장류 개발’에 대해 연구 중이다. 장류 발효과정에서 중동국가 수출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알코올을 억제하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유통 중 이상발효 현상을 최소화시키는 연구도 마무리 단계다.
CJ제일제당은 수출이 까다로운 중동국가에 우리의 고추장이 할랄 인증을 받음으로써 장류 세계화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샘표는 간장 시장의 리더로서 침체된 장류 시장에 활력을 부여하고 다양해지는 소비자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용도의 간장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에 출시됐던 간장 또한 현재 수준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품질과 맛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의 일환으로 샘표는 이천공장에 193억 원을 투입, 노후 설비 교체 및 설비 신설 및 증설을 통해 간장 품질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간장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만큼 사업을 확장하기보단 품질 개선으로 업계 선두 기반을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간장 품질 개선이 이뤄지면 현재 샘표가 추진하고 있는 프리미엄진간장SP 등을 통한 간장 세계화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