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유업계는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원유 생산량 감소와 출산율 저하, 대체 음료의 증가로 원유 시장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시니어 시장과 건강식 등 기능성 우유 시장에 도전하고 유제품 디저트 등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성장정체 상황에서 신(新)성장동력을 찾는 해였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2000년 30.8kg에서 작년 26.6kg로 떨어졌다. 반면 시니어제품과 건강식 등 기능성 우유 시장과 유제품 디저트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유업체들은 이러한 소비 변화에 따라 흰 우유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커피·디저트 전문점을 통해 기존 사업을 보완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위해 힘썼다.
이와 함께 반려동물 전용 제품 ‘펫푸드’ 시장이 성장을 보이며 락토프리 우유에 콜라겐·타우린 등 반려동물에게 좋은 영양분을 첨가한 제품인 ‘펫밀크’에 유업체들이 도전했다. 업체들은 1세 미만을 위한 어린 반려견을 위한 우유부터 7세 이상 노령견을 위한 시니어 우유 등 생애주기에 맞추거나 국산 원유와 색다른 기능성 원료를 강점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또한 유제품 사업 외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사례도 있다. 최근 식품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시장인 가정간편식, 간편대용식 시장에 뛰어들어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건강 스프나 식사 대용식 우유 등 다양한 제품 출시를 이어갔다.
한편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균·이물질 등으로 위생 관련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며 곤욕을 치른 유업체도 있었다. 특히 이들 업체에서 발견된 이물질이 분유 등 아이들이 먹는 식품에서 발생했기에 소비자의 ‘먹거리 불신’을 키웠다는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셌다.
지난 2월에는 매일유업이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분유에서 길이 2mm 가량의 파란색 이물질이 발견돼 해당 분유에 대한 환불을 진행했다. 또 지난 11월 남양유업은 분유에 코딱지 등 이물질이 발견돼 제조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으나, 전문 검사기관에 의뢰한 결과 ‘제조 공정상 이물질 혼입 불가’라는 결과를 받았다.
이에 유업계는 사건이 알려진 후 소비자 신뢰도 하락을 회복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검사 기관의 철저한 검사 및 신중한 조사 발표와 언론의 책임감 있는 보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작년 한 해 동안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며 기존 제품의 라인업 확장 및 신제품 론칭을 시도하며 소비자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기 위해 노력했다. 간편식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건강 스프 ‘아침에스프’ 3종과 액상형 간편대용식 ‘아이마이밀 오트밀크’를 선보였고, 토핑 요구르트 브랜드 ‘비요뜨’에서도 ‘쿠키앤크림’ ‘후르트링’ 2종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확장했다.
또 자사 쇼핑몰 ‘나100샵’, 유제품 디저트 카페 ‘밀크홀 1937’ 등 개설로 유통망을 확대, 소비자 접점을 늘렸으며, 1인가구와 맞벌이 가구를 중심으로 한 젊은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소비영역을 넓혀가는데 주력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종로에 5층 규모의 유제품 전문 디저트카페 ‘밀크홀 1937’ 로드숍을 오픈해 앞서 오픈했던 서초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밀크티 4종(오리지널, 라이트, 스트로베리, 말차)과 청량감이 돋보이는 ‘민트레몬 밀크티’, 참깨 아이스크림에 참기름 토핑을 곁들인 ‘블랙 그레인 아이스크림’ 등 우유를 활용한 다양한 메뉴를 선보였다. 아울러 국내 최초로 서울우유 전용 목장에서 한정 생산, 별도 집유한 국내산 ‘저지우유’와 이를 활용한 ‘저지아이스크림’도 선보여 인기를 얻었다.
올해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서울우유의 대표제품인 ‘나100%’ 브랜드 강화를 위해 온라인 마케팅에 주력하고, 이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며 원유품질의 고급화 전략을 지속적으로 시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 관계자는 “간편대용식의 인기와 이에 따른 소비트렌드 변화에 주목해 관련 제품 개발에 주력하며 액상형 간편대용식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건강한 중장년층 니즈에 따른 성인용 우유제품 출시를 위해 현재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라며 “꾸준한 매출을 보이고 있는 ‘밀크홀 1937’도 올해 매장을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저지우유의 상용화를 위해 유통용 제품으로도 생산할 예정”이라고 올해 계획을 밝혔다.
서울우유 밀크티 등 다양한 메뉴에 유통망 확대
매일유업 흰우유 성과…성인 영양식·건기식 사업
남양 컵커피 등 주력 브랜드 리뉴얼·치즈 다양화
매일유업도 성인영양식 등 신사업에 진출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한편 흰우유 소비 진작을 위해 기존 브랜드의 라인업 확장을 시도했다.
매일유업은 우유를 더욱 신선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고민해 수십억의 신규 설비를 투자하고 뚜껑이 달린 ‘매일우유 후레쉬팩’을 출시했다. 후레쉬팩 우유는 용기 안에 공기층 없이 우유로만 빈틈없이 채웠고, 외부 빛 투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두꺼운 3중 재질의 포장을 적용했다. 또 뚜껑으로 외부 냄새 및 공기를 철저히 차단했다.
또한 미세한 필터로 유당만 분리해 제거하고 분해하는 락토프리 여과 공법을 사용해 우유 본연의 고소한 맛을 살린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내놓고 있는데, 이 제품은 작년에 이어 국내 락토프리 우유 시장에서 점유율 90%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성인영양식과 건강기능식품 사업에도 선도적으로 진출했다. 매일유업은 성인의 팔과 다리 등을 구성하는 골격근과 근 감소증에 주목해 지난 2월 ‘매일사코페니아 연구소’를 설립했다. 그리고 10월 성인에게 가장 중요한 영양소인 단백질을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성인영양식 ‘셀렉스’ 제품을 개발해 내놨다. 셀렉스는 음료 형태의 ‘마시는 고단백 멀티비타민’과 씨리얼바 형태의 ‘밀크 프로틴바’ 2종으로, 단백질 제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년간 맛 개발과 소비자 평가에 돌입해 고소하고 부드럽게 먹을 수 있는 단백질 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연말에는 단백질, 필수아미노산 등 영양성분을 강화하고 진한 우유맛을 가진 파우더 형태 건강기능식품 ‘매일코어프로틴’도 선보였다.
매일유업 측은 올해도 건강하고 맛있는 제품 연구와 개발에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기농 우유나 프리미엄 유제품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관련 제품을 발전시키고 상하목장, 컵커피, 치즈, 발효유 등 프리미엄 유제품을 개발하고 선봬 선진국 유제품을 앞서는 품질과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HMR과 시니어 대상 제품 연구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남양유업은 기존 브랜드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했다.
발효유 ‘불가리스’는 한국의과학연구원과 공동연구를 통해 장내 미생물 밸런스를 위한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Microbiome project)’로 제품을 리뉴얼했다. 장내 유익균 증가 및 장내 환경개선 등 장내 미생물 밸런스에 초점을 맞춰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으로 일어나는 현대인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개발됐다.
또한 기존 ‘옳은 유기농 우유’를 천연 DHA가 함유된 유기농 우유인 ‘옳은 유기농 아인슈타인으로 리뉴얼했다. 동물복지 인증 목장에서 키운 젖소로부터 생산된 원유를 사용해 국제 유기농협회(IFOAM) 유기농 인증을 획득했을 뿐 아니라, DHA함량검사, 품질 검사 등 36가지 검사를 통과한 프리미엄 유기농 우유로 선보였다.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RTD커피 시장에는 ‘프렌치카페’ 라인업을 업그레이드, 커피의 진한 맛을 강화한 ‘듀얼 로스터리’로 리뉴얼 출시했다.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2대의 로스터기를 활용한 애프터 블렌딩 기법으로 원두 본연의 특징을 살렸다.
신제품으로는 치즈 제품과 흰우유 제품을 선보였다. 소비자 선호가 높은 슬라이스 체다치즈 사이에 크림치즈 등 다른 치즈들을 넣어 풍부한 치즈맛을 느끼게 한 ‘치즈사이에치즈’, 저온숙성과 필로우 포장 공법을 적용한 ‘핑거스트링치즈’를 치즈 신제품으로 내놓았다. 또 단백질과 칼슘을 20% 올리고, 지방과 콜레스테롤은 40% 내린 제품으로 특허받은 GT공법과 영양설계로 맛과 영양을 모두 충족한 ‘슈퍼밀크’도 선보였다.
남양유업 측은 작년 주력 브랜드의 리뉴얼을 통한 콘셉트 강화를 올해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식품 소비 트렌드에 걸맞는 제품군 출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내년에는 다양한 제품군에서 최상의 영양설계와 관능을 목표로 제품을 개발해온 경험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고령친화식품 시장 진출 및 영유아용 제품 라인업 확대, 향후 HMR 시장 진입을 위한 사전 활동을 계획 중이다”라며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과 기호를 제공하고자 다양한 신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으며 관련 기획단계를 거쳐 구체화 후 빠른 시일 내 제품을 선보이겠다”라고 말했다.
올해도 국내 유제품 시장은 저출산 상황이 지속되며 어려움이 예상된다. 여기에 고유가와 달러강세 등에 따른 불가피한 물가 상승과 해외 제품과의 경쟁으로 인해 안팎으로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또한 경기부진에 소비 심리는 싸늘해져 최악의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식품산업 전반적인 트렌드로 ‘웰빙’에 대한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는 제품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했다. 고령층을 넘어 전 연령층에 건강, 웰빙,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향후 건강을 위한 아이템을 어떻게 식품에 반영하고 타깃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가가 또 다른 시장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