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인터뷰

'무리수'에 '개콘우유'까지, 누가 만들었나 했더니

곡산 2017. 1. 25. 13:48

'무리수'에 '개콘우유'까지, 누가 만들었나 했더니

  • 박수호
  • 입력 : 2016.08.30 06:01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재계 인사이드-61]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 '무리수'를 치면 무려 5000개가 넘는 사진이 올라옵니다. 무리수는 MBC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캐릭터를 차용한 생수 제품입니다. 7월 말부터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팔기 시작한 무리수는 무한도전 팬은 물론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라고 하네요. 세븐일레븐에서는 '개콘우유'도 볼 수 있는데요. KBS '개그콘서트' 캐릭터와 유행어를 본떠 우유를 만들었다네요. '억수르 커핑커핑 하다능~!' '뭐야 뭐야 딸기우유야 뭐야~' '크리에지 초코러브' 같은 제품명이나 캐릭터 디자인이 눈길을 끕니다. 무리수보다 앞선 지난 7월 중순, 출시하자마자 전국 세븐일레븐 매장 중 80%에 입점했고 단숨에 가공우유 부문 3위 자리를 꿰차기도 했답니다.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오민국 세븐일레븐 팀장은 "일반 브랜드 제품 출시 후 매출 추이와 비교해보면 평균 이상"이라면서 "특히 친근한 프로그램 캐릭터 제품이라 재밌어 하면서 특별히 광고,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SNS로 자기들끼리 퍼뜨려서 노출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모리김치찌개라면은 또 어떤가요. 허영만 화백의 '식객'에 나온 성찬 캐릭터가 그려져 있고 맛집으로 유명한 오모리김치찌개 집의 실제 레시피를 가미해 GS25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세상에 첫선을 보였지요. 결과는요? 라면계 '거성'이라 할 수 있는 신라면의 아성을 무찌르고 지난해 1월부터 GS25에서 1위로 올랐습니다. 출시 1년 만에 900만개가 판매되는 신기록도 세웠답니다. 최근엔 KBS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을 모태로 한 새우칩과 소프트콘 2종도 편의점 매출 상위권에 올랐다고 하네요.

 아니 누가 이런 기발한 생각을 했을까요?

 오모리김치찌개라면에서 본 '식객' 캐릭터를 바탕으로 탐문(?) 수사를 했습니다. 플렉스플레이코리아란 업체가 나오더군요. 이 회사는 예전에 소멸성 DVD를 팔던 회사였습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포장지를 뜯으면 하루 정도는 정품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상품이었는데요. 스마트폰, IPTV 등의 등장으로 사실상 콘텐츠 유통 시장에선 '조상님'이 돼버렸습니다. 망했다는 말입니다.

 이후 이 회사가 절치부심해서 내놓은 게 만화 '식객' 캐릭터를 활용한 기획상품이었습니다. '식객'의 원조는 허영만 화백이니 당연 대표도 그럼 허 화백인가 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창업자는 서대경 대표였습니다. 서 대표는 2000년대 벤처 붐 시절 삼성그룹 내 신사업추진단 격인 금융소그룹에 있으면서 창업에 눈을 떴습니다. 이후 디스퍼트, 리드락코리아 등을 잇달아 창업 후 매각하는 등 벤처업계에선 나름 의미 있는 성과를 낸 인물입니다. 리드락코리아는 수십억 원에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매각하기도 했지요.

 그리고 새롭게 플렉스플레이코리아를 차렸는데 앞서 소개한 대로 첫 아이템은 실패. 다시 심기일전해서 사업 아이템을 찾던 중 인기 만화 '식객'이 눈에 들어오더랍니다. 상품화 가능성을 보고 허영만 화백을 설득해 2010년부터 만화, 캐릭터 등을 기반으로 한 간편조리식품(HMR) 기획상품들을 내놓기 시작한 거지요. 식객 갈비탕·육개장·갈낙탕·삼계탕 등 7종의 탕류는 편의점, 마트 등에서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로 등극했고요. 추가로 내놓은 식객 족발·편육·오향수육도 히트치면서 상품 기획에 대한 자신감이 쌓였다네요.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2014년에는 또 한번 일을 냅니다. '식객에 나온 맛집을 한자리에 모으면 어떨까'란 생각을 현실화시킨 거지요. 종로 청진동 그랑서울빌딩에 맛집 9개를 모아 식객촌이란 이름으로 1호점을 냅니다. 벽제한우설렁탕·봉우리한정식·오두산메밀가·만족오향족발·부산포어묵·무명식당·전주밥차 등인데 문을 열자마자 인산인해를 이뤘지요. 이후 상권을 개발하려는 시행사, 신규 대형쇼핑몰 등에서 '러브콜'을 보내오면서 식객촌은 2년 만인 올해 5호점(여의도점) 개장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입점 식당으로 약 40여 개를 운영하는 종합 맛집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지요. 참고로 식객촌 직원은 고작 4명입니다. 그런데 취급고가 연말 기준 200억원 돌파를 바라볼 정도니까 경영 효율성 면에서는 탁월하다고 하겠습니다.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물론 손댄 것마다 다 성공한 건 아니랍니다.

 "상품 기획을 하면 모든 제품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회사를 통해 생산한 후 유통합니다. 현재까지 출시한 상품은 지난 5년간 200여 가지가 넘어요. 이 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상품은 40% 내외랍니다. 그만큼 상품의 생명 주기도 짧고 트렌드 변화도 심해요. 이름값만 믿고 상품을 만든다고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돌이켜보면 실패한 상품은 상품력, 즉 가격 대비 품질이 그만큼 미치지 못해서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소비자는 정말 똑똑하고 무섭다는 걸 매년 절감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또 하나의 의문.

 4~5년 전만 해도 김혜자 국민김치, 혜리 도시락 등 연예인 이미지를 딴 제품이 대세였습니다. 물론 최근에도 이런 현상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 대표가 내놓는 건 좀 다릅니다. 방송프로그램, 그것도 제목을 응용해 기획상품을 내놓지 '사람' 모델을 잘 쓰지 않는다는 겁니다.

 "연예인은 광고 모델인 상품과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아요. 아무리 인기 배우라고 해도 안주, 설렁탕 이런 거랑은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볼 수 없잖아요. 또 사람이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요. 결혼, 폭행, 도박 사건 등 개인사에 따라 상품 판매에 영향을 많이 받더군요. 그래서 가급적 만화, 캐릭터, 방송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무한도전과 같은 방송프로그램은 프로그램 성격이 명확한 데다 시청률이 떨어지는 것을 제외하고는 큰 사고가 날 확률이 적지요. 시청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장수 프로그램의 경우 생명력이 꽤 길어서 상품 개발 등에 유리하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식객촌 외 무리수 같은 상품 기획만으로 올해 취급고 100억원 돌파를 노린다는 서 대표. 하반기에는 신세계 그룹 피코크와 연계한 식객 프리미엄 상품도 하나 둘 내놓는다고 하네요.

 "식음료만 기획하는 건 아닙니다. 시각장애인 작가로 웃음을 승화한 이목을 화백의 '스마일' 시리즈를 우산, 패션, 시계 등 다양한 공산품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또 자체 브랜드인 에브리밀(www.everymeal.co.kr) 브랜드로 다양한 건강, 다이어트 식품을 개발해 유통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한류 기반 기획상품은 해외에서도 각광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해외에서도 납품·제휴 요청이 많은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결과물이 나올 거니 기대해도 좋습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