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기고] 쌀 생산, 수매정책 재설정 필요

곡산 2024. 11. 26. 22:21
[기고] 쌀 생산, 수매정책 재설정 필요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4.11.26 07:42

기능성·가공용 쌀 생산 확대…즉석밥 등 쌀 가공식품 활성화도
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올해 벼 수확이 끝났다. 다시 수확된 쌀 물량처리로 농식품부의 고민이 클 것으로 여겨진다. 전년도에 비하여 재배면적이 1.2% 감소했다고는 하나 전체 생산량은 365만7000톤에 이르고(통계청, 2024), 이 양은 연간 총 국민 쌀 소비량을 훨씬 초과한다.

소비되지 않고 남는 쌀을 매입하고 비축하여 되파는 과정에서 지출하는 국가 예산은 1조7700억 원에 이르고 이는 전년도에 비하여 50%까지 증가했다는 보고다. 이는 쌀값 하락을 막아 쌀 생산 농민의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양곡관리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현재 잉여 쌀 처리에 농식품부 전체 예산의 16%를 사용하는데 이 금액은 어려운 처지에 놓인 농식품산업 진흥에 더 유용하게 써야 할 예산이다.

쌀은 우리 주곡으로 식량안보 면에서도 대단히 중요하며 쌀농사를 짓는 농민에게도 중요한 소득원이다. 이제 쌀의 소득에 의존하는 농민의 수는 크게 감소하는 추세이며(총인구의 5% 이하), 쌀이 전체 농민 소득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23년 기준 16%에 불과하다. 2004년 33%에 비해 큰 폭의 하락이다(통계청). 이는 농민의 연간 총 농업소득 3792만2000원 중 623만3000원에 해당되며 농민이 쌀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더 소득을 얻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런 현황을 고려할 때 쌀 생산도 점차 시장 논리를 적용하여 경쟁력 있는 한 산업 분야로 육성해 자립 기반을 구축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여겨진다.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즉 주곡인 쌀 생산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쌀농사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위한 쌀 강제 매입이 아닌 다른 소득원을 보장하고, 그것도 여의찮으면 저소득층 지원제도나 전체 소득에 따라 직접 차등 보조하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농민의 농업생산액은 2021년 미곡이 1위를 차지했으나 2023년 전망은 2위로 떨어졌고 2032년은 3위로 낮아질 것(농경연, 2023)으로 예상하고 있어 농민이 쌀농사로 소득을 얻는 비중은 계속 낮아질 것이다. 그러나 식량안보 면에서 일정 물량의 쌀은 계속 생산하여 유사시를 대비한 비축정책은 계속되어야 하나 양곡관리법에서 정한 기준에 의한 의무매입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우리 주곡을 시장원리를 적용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을 수 있으나 소비되지 않는 쌀을 계속 수매하여 비축하고 막대한 비용을 투입, 저장하면서 식미 기간이 지난 쌀을 헐값에 판매하여 귀한 자원을 낭비하는 것은 극히 바람직하지 않다.

쌀을 의무 매입하는 나라는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인도 등 몇 나라에 한정되어 있고 인도는 쌀을 구매하여 저소득층에게 배분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식량안보와 빈곤층 구제라는 명분이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은 쌀 매입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농업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의 쌀 생산 농가 지원제도를 면밀히 조사, 검토하고 우리의 실정에 맞게 변경할 필요가 있다.

우선 몇 가지 검토해야 할 사항은 첫째 국내 소비 가능한 양을 고려해 쌀 재배면적을 서서히 줄여나가야 한다. 또 지금 시행하고 있는 대체 작물 등 농지 활용방안을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이는 쌀 생산을 줄이면서 앞으로 쌀 경작 가능한 농지를 보존하는 좋은 방법이다.

둘째 시장 기반 가격책정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고가에 매입하여 싼값에 판매하는 것은 그 차액을 결국 온 국민이 세금으로 다시 나눠 내야 한다.

셋째, 쌀 품질개선 및 특성을 갖는 쌀 생산 확대가 필요하다. 즉 가공용도에 맞는 쌀을 생산(쌀밥, 제빵, 국수, 음료 용 등)하여 원료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지금의 쌀가루 생산 보급을 연계시킬 필요가 있다.

넷째, 장기계획으로 기능성 쌀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 거대배아미 등 영양이 풍부한 쌀이나 쌀 전분의 소화율을 낮춰 당뇨용, 혹은 비만 관리용 등 특화된 쌀이 생산되면 수출이 가능하고 가격 탄력성도 높아질 것이다.

다섯째, 쌀 가공식품의 활성화다. K-푸드에 힘입어 즉석밥, 떡볶이, 음료, 과자 등 가공 수출한 물량이 8만5000 톤, 금액으로 2억1700만 불에 이르며(2023, aT) 수출량과 금액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우리 쌀의 특성을 감안한 경쟁력 있는 가공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비를 지원하고 품종개량을 통한 특화된 쌀 생산을 계속해야 한다.

특히 물량부족시를 대비한 비축정책, 즉 가공용 물량 확보를 위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언젠가 다가올 남북통일을 대비한 일정 물량을 비축해야 한다. 이 비용은 정부가 부담하고 매년 적정 저장기간이 지난 비축미를 풀어 가공용으로 공급하면 가공 산업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아울러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인디카 품종(안남미)의 생산 확대로 수출 길을 찾을 수도 있다.

지금과 같은 양곡관리법에 의한 강제 매입은 남는 쌀 활용처를 확보하지 않는 상태에서 국가의 재정부담만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생산과 소비의 균형, 그리고 생산자 농민을 보호하는 묘수를 찾아낼 때이다. 강제법으로만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