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서영 기자
- 승인 2024.11.26 07:54
한 번에 대량 구매…150g 이하 저중량·즉석 잡곡밥 늘어
빵류 전연령대 소비 늘어…여성, 40∼50대 섭취 많아
식빵-베이글-모닝빵-식사용 순…집에서 직장·학교로 이동
샐러드 20대 감소-50대 증가…직접 조리·외식 비중 확대
간편식 생선구이 구입 하락 불구 외식선 상승 추세
내년은 식품 시장의 편중화와 구획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정 세그먼트의 소비층이 특정 식품을 몰입해서 구입하는 경향이 더욱 강화된다는 것.
‘2025 식품외식산업 전망’에서 서울대 문정훈 교수는 실구매·섭취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2025 푸드 트렌드’를 발표하면서 “식품 시장의 여러 트렌드의 공통점은 특정 그룹이 특정 식품군을 몰입해서 소비하고 있다. 어떤 사회적 현상 때문에 특정 그룹의 소비자들(구획화)이 특정 농식품을 소비(편중화)하고 있고, 그것은 식품기업이나 유통업체가 의도한 것이 아니다”며 “이러한 구획화와 편중화가 의도하지 않았고 예측하기 힘들기에 업계의 매출, 수익률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에 관련 현상을 분석했다”고 연구 의도를 설명했다.
문 교수는 구획화와 편중화의 경향을 보이며 한국인의 ‘일상식’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표에 따르면 밥(쌀)·국·반찬의 섭취 형태가 변화했고, 성숙기를 맞은 간편식 시장에서 특정 메뉴군의 증감을 보이며, 유통채널에선 편의점에서의 냉장식품·음료 등의 소비가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섭취하는 일상식 메뉴인 밥은 섭취 형태가 가장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식품 중 하나다. 푸드비즈랩의 분석에 따르면 일반 밥 섭취 빈도는 과거 3년 대비 최근 1년간 증가했으며, 특히 외식과 간편식에서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일반 밥(공기밥+즉석밥)의 전체 섭취 빈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외식의 증가폭이 가장 크며, 간편식(즉석밥)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흰쌀밥과 잡곡밥 섭취 빈도 모두 과거 3년 대비 최근 1년간 증가했으며, 전년 대비 잡곡밥 섭취 빈도의 증가(13%↑)가 흰쌀밥 섭취 빈도 증가(4%↑)보다 더 높았다. 잡곡밥인 즉석밥의 섭취 빈도는 무려 34%가 증가했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코로나19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타 탄수화물 식품 대비 밥류의 섭취 빈도가 급증하고, ‘요리된 밥(非일반밥으로 분류, 김밥·볶음밥·덮밥·비빔밥 등)’과 비교해 ‘일반 밥(공기밥·즉석밥)’의 섭취가 증가했는데 이는 코로나 이후 외식 및 급식의 빈도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반면 쌀 원물의 소매 구매는 구매횟수와 실질 구매금액 모두 줄어들고 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꾸준히 멥쌀의 구매가 하락하고 있으며, 올해 1분기 호전되는 듯 보이나 쌀 물가지수를 고려하면 실 구매액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문 교수는 지적했다. 실제로 물가지수를 고려한 쌀 소매 실질 구매금액은 2016년과 2017년 대비 2022년과 2023년에 14.5% 감소했다.
반대로 즉석밥의 구매금액은 증가하고 있다. 즉석밥은 한 번에 대량구매를 하고 있으며, 저중량(150g 이하) 제품의 구매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210g 용량의 즉석밥은 2016년 전체의 71%를 차지하고 있으나 작년 55%까지 줄어들었다.
문 교수는 “1kg, 2kg 소량의 쌀을 사서 밥을 지어 먹던 1~2인 가구 소비자들이 이젠 즉석밥을 구매하고 있다. 밥을 짓는 가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라며 “즉석밥의 구매 금액이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잡곡 즉석밥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즉석밥은 저중량 제품을 중심으로 대량 구매하는 경향을 보이며, 앞으로 저중량 선호 경향은 더욱 높아져 100g 이하 제품에 대한 니즈가 상승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쌀과 대비해 빵류의 소비는 크게 늘었다. 식사빵 섭취는 2022년부터 최근 1년 외식을 중심으로 증가, 간편식 외 섭취 방법으로 섭취가 증가하고 있다. 주요 소비 세그먼트는 남성보다 여성, 40대와 50대의 섭취가 높으며 최근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섭취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사빵은 △식빵 △베이글 △모닝빵 △기타식사빵 △바게뜨 순으로 섭취 빈도가 높았다. 특히 베이글의 섭취가 외식업체에서의 섭취를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식사빵의 섭취 장소가 집에서 직장·학교 등 외부로 이동하고 있다.
샐러드의 경우 섭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20대에선 감소하고 오히려 50대에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간편식 샐러드의 섭취는 전년 대비 감소(15.8%↓)했으나 직접조리(20.3%↑)와 외식(17.2%↑)의 비중이 증가했다. 직접 조리한 샐러드의 섭취는 50대 여성 소비층에서 증가했고, 외식 섭취는 남성 중에서는 40대가, 여성에선 40·50대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반찬으로 먹는 생선구이는 과거 대비 외식 섭취만 증가했으며 주요 소비층은 5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선구이의 섭취는 2023년까지 크게 감소했는데, 과거 3년 대비 최근 1년간 외식에선 17.8% 증가했으며, 간편식으론 2.5% 감소, 배달로는 21.9%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가정에서 섭취하기에 조리하기 불편하고 냄새 등의 불편으로 ‘못 먹는다’라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남녀 모두 연령대가 높을수록 생선구이 섭취 횟수가 높았으나 50대 남성과 30대 여성 소비층에서 2022년, 2023년에 섭취가 급격히 감소했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문 교수는 “최근 해수산물 관련 외식업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카테고리는 생선·해산물의 구이류”이라며 “외식에서의 생선·해산물 구이는 2022년, 2023년 2년 연속 각각 15.3%, 10.3% 증가세에 있으며 여성 소비자에서 이 증가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쌀밥과 함께 등장하는 한국인의 일상식이 변화하고 있다. 우리 밥상에 혼밥의 문화가 더 강하게 다가오면서 단순히 메뉴, 식품 자체가 싫은 것이 아니라 섭취 형태, 방법, 장소 등을 선호하지 않고 편의성이 낮다는 이유로 특정 소비층의 섭취량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며 “여러 가지 사회 상황과 이유 때문에 구획화되고 편중화된 현상이 의도치 않게 식품 시장에 나타나는 것은 업계 입장에서 수익성에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니다. 시장의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선 식품의 섭취방법별 주요 섭취 세그먼트에 대한 분석을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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