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기고] 홀 푸드(통식품)의 또 다른 추세

곡산 2024. 11. 14. 08:03
[기고] 홀 푸드(통식품)의 또 다른 추세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4.11.12 07:45

비타민 등 미량 성분 함유…김치·된장 등 전통식품 해당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자연식 혹은 통식품이라 일컬어지는 홀 후드(Whole food)에 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초가공(Ultra processed food)에 대한 거부감에서 나온 반응이다. 여기에는 고도 정제된 식품, 거부반응이 있는 인공 합성첨가물을 사용한 식품류가 포함되나 너무 경직되게 한정 지워서는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 큰 흐름에서 여러 종류의 가공된 식품을 모두 거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인류가 이 지구상에 생물로 출현한 이후 최근까지 자연에서 나는 식물이나 곡식을 그대로, 혹은 운이 좋으면 손에 넣을 수 있는 동물고기를 맛볼 기회가 있었다. 농업이 인간 식생활을 변화시킨 것은 지구에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한 250만 년 중 겨우 1만~1만2천 년 전이라고 추정한다. 이 긴 수렵채집 기간 중 인간의 유전자는 천연물, 즉 가공하지 않은 날 것의 먹이에 적응했고 지금도 그 특성을 면면히 우리 체내에 유전인자로 각인되어 기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인간의 지혜가 발달하면서 각종 천연의 식재료, 곡류, 과실, 채소, 그리고 육류를 소재로 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처리하여 맛이 좋으면서 먹기 좋고 보기 좋게 만들면서 소화율도 높이는 노력을 꾸준히 해 왔다.

세계인의 주요 식량이 된 밀은 제분하여 영양분의 보고인 배아, 껍질은 모두 벗겨내고 안에 있는 흰 부분만을 분리한, 밀가루를 이용하여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들어 먹고 있으며 세계 인구의 상당 부분에 주식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쌀은 어떤가. 먹을 수 없는 왕겨를 벗겨 낸 다음 현미의 외부를 감싸고 있는 쌀눈, 미강 층(쌀겨 층)을 제거한 흰색의 백미를 선호한다. 현미를 꺼리는 이유는 단지 맛 때문이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 쌀눈과 쌀겨 층에는 인간에게 필요한 단백질, 비타민, 유지, 무기질이 풍부하게 들어있는데도 영양소의 가치보다는 식미, 즉 먹을 때 맛이 소비자 선택의 절대기준이 되었다. 흰 쌀밥을 가장 선호하나 이 흰 쌀밥에는 현미가 품고 있는 대부분 영양소는 제거된 상태이다.

처음 쌀이 우리 식생활에 들어온 1만 년 전, 어찌 그때 도정 기술이 있었겠는가. 겨우 먹지 못하는 바깥 껍질, 왕겨만 제거하고 끓이거나 삶아서 먹었을 것이고 때에 따라서는 확독에 갈아서 먹기 편하게 했을 것이다.

우리 소화기는 이런 거친 음식에 실로 오랫동안 적응해 왔다. 따라서 이런 음식이 입에서는 거북하나 장내에 들어오면 오히려 친숙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한다.

근래 홀 푸드(Whole food)먹기 열풍이 불고 있다. 현대 식품으로 자리 잡은 초가공식품의 폐해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맛과 관능적 우수성은 있으나 미량영양소의 제거, 특히 인체 장기 내에서 큰 기능을 하는 프로바이오틱의 먹이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섬유 등 특수물질들의 결핍은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통식품의 섭취는 인간의 유전인자에 친숙함과 동시에 인간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미량성분을 그대로 함유하고 있어 건강에 필수인 각종 미량영양소 공급원이 되고 있다. 특히 장내 미생물과 이들 통식품은 친밀한 관계가 있고 오랜 친구로서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우리 삶에서 보면 모든 것이 좋을 수는 없다. 좋고 이익되는 쪽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 별로 즐겁지 않고 이익이 되지 않는 경우가 공존한다. 식품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은 그대로 적용된다.

통식품을 먹을 때는 많은 미량원소를 포함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으나 거친 촉감, 열등한 맛, 끌리지 않는 모양 등등 거부반응을 일으킬 요소가 많다. 이런 거부감을 낮추기 위하여 여러 식품 첨가물을 넣어 색, 향, 맛, 향, 조직과 보존성을 높이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이런 노력은 식품산업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홀 푸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자연으로 돌아가야 우리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깨침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이런 추세는 덜 가공한 것, 천연원료를 사용하는 식품에 관심을 두는 소비자의 요구에도 부합된다. 그럼 통식품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식품에서 가장 중요한 맛과 조직을 유지하는 식품들은 무엇이 있는가.

근래 통밀가루를 이용한 빵류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현미밥이 건강식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 최소 가공식품들이 통식품의 약점을 보완하는 상품으로 출시되고 있다.

홀 후드로 대표되는 식품류는 우리 전통 식품으로 가장 많이 먹고 있는 장류가 선두 주자이다. 된장, 청국장, 고추장은 알 콩을 그대로 삶고, 발효과정을 거쳐 통째로 먹고 있으니 자연식에 가장 가깝다. 더 나아가서는 미생물 적용으로 단백질을 분해하여 소화율을 높인, 한층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으로 변신하였다.

그 외 통식품으로는 견과류, 과실류, 채소류가 있으며 대부분 생체를 그대로 먹거나 최소 처리를 해서 편의성을 개선하고 있다. 김치는 각종 채소류 전체를 세척 등 간단한 처리 후 천연양념을 혼합, 발효하여 맛을 좋게 하는 최소 처리를 한 통식품이다.

한국의 식단은 상당 부분 통식품이나 최소 가공 처리한 식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앞으로 주식까지도 최소 가공으로 통식품의 장점을 살리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