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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 지도 바뀐 한국 시장, 북유럽산 공세

곡산 2024. 10. 22. 08:29
수산물 지도 바뀐 한국 시장, 북유럽산 공세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4.10.22 07:51

소비량 많은데 생산량 들쭉날쭉…청정 ‘원산지 마케팅’도 한몫
노르웨이에 11번째 수출국…작년 7만2100톤 공급
고등어 87% 장악…연어 2만7600톤으로 63% 점유
아일랜드 수산물 10년간 183% 증가…소고기 다음 큰 비중
지속 가능성 ‘오리진 그린’ 회원…열빙어·볼락 등 수입

최근 수온 변화로 수산물 지도가 바뀌면서 해외 대체 품종으로 북유럽 해역에서 조업된 수산물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북유럽 국가들의 수산물 업계가 한국 시장을 겨냥,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북유럽 국가들의 원산지를 강조한 수산물들이 유통업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홈플러스에 입점한 노르웨이산 연어 브랜드 '휘라'. (사진=홈플러스)

한국은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로 꼽힌다. 대체로 척박한 자연환경과 대비해 차갑고 맑은 대서양 해역에서 수산업을 주된 생존 수단으로 삼아온 북유럽의 국가들에겐 구미가 당기는 시장일 것.

이에 최근 국내 수산물 시장에서 북유럽 국가의 원산지명이 눈에 많이 띈다. 일본 오염수 해양 방류와 러-우 전쟁의 여파로 이들의 수산물 수급이 힘들어지면서 바뀐 선택지 때문이기도 하다. 북유럽 수산물이 최근 국내 수산물 시장에서 주목받는 것은 수산물을 잘 먹지 않는 젊은 세대에게도 인기가 좋은 지방질이 북유럽산 수산물에는 풍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유럽 수산물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북유럽 지역의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자연환경, 청정 해역에서 온 수산물임을 강조한 ‘원산지명 마케팅’이다. 일례로 북유럽 국가 중 국내 수산물 수입 통계상 가장 상위권에 위치한 노르웨이(4위, 2023년 기준 5억7364만7000달러)는 노르웨이 수산부 산하 마케팅 조직인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를 통해 노르웨이 수산물임을 보장하는 ‘씨푸드프롬노르웨이’ 원산지 인증마크를 통해 한국 소비자들이 노르웨이 수산물을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전 세계 최대 수산물 순수출국으로 꼽히는 노르웨이의 수산물 수출량은 285만3988톤을 기록한다. 한국으로는 작년 7만2138톤, 올해 상반기엔 2만5578톤의 수산물을 수출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노르웨이 수산물로는 연어와 고등어, 갑각류 등 신선제품이 주를 이룬다.

특히 노르웨이는 세계 최대의 고등어 생산국가이자 수출국이다. 이런 노르웨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장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이다. 작년 기준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5만1300톤으로 전체 고등어 수입량(5만8500톤)의 87.7%였다. 수입 고등어 10마리 중 9마리는 노르웨이산인 셈이다. 노르웨이 고등어는 수온이 낮은 북대서양 해역에서 크기 때문에, 조직이 탄탄해 식감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연어도 지난해 수입량 4만3500톤 중 63.4%(2만7600톤)가 노르웨이산이었다.

한국은 올해 상반기 기준 노르웨이 전체 수산물 수출로는 수출국 중 11위, 냉동 노르웨이 통고등어의 최대 시장이다. 10위권 내 비유럽 국가는 중국과 한국뿐이다. 특히 전자상거래 시장이 발달했으며 소비자들이 원산지의 중요성 또한 잘 인지하고 있는 한국 시장은 노르웨이 입장에선 수출에 고무적인 시장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 노르웨이는 한국의 연어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고등어 시장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국산 자국 제품이 강세를 보이는 반면 연어는 사실상 국내산 경쟁자가 거의 없어서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는 ‘노르웨이 연어로 커스터마이징하는 식사’라는 모토로 가을 캠페인을 시작했다. 인플루언서 협업, 소셜 미디어 이벤트, 온·오프라인 유통 플랫폼 등 다양한 채널 통해 소비자 접점 확대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노르웨이 연어의 소비를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아일랜드 역시 EU 내 가장 풍요로운 어장을 자랑하는 국가 중 하나다. 아일랜드는 전 세계 70여 개국에 약 6억 유로 상당의 해산물을 매년 수출하고 있다. 주요 수출품목으로는 아일랜드산 유기농 연어, 고등어, 바닷가재, 황게, 유기농 홍합 등이 있다.

아일랜드 전체 해산물 수출 중 조개류는 약 40%, 부어류는 30% 이상, 연어는 20%가량, 그리고 나머지는 흰살생선이 차지한다. 아일랜드가 한국에 수출하는 농식품수산물 규모는 지난 2022년 기준 7500만유로(1078억 원)다. 한국의 아일랜드산 농식품수산물 수입은 10년간 183% 성장했다. 이중 수산물은 소고기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아일랜드 수산물 생산업체들은 엄격한 EU 식품품질 안전기준을 준수할 뿐만 아니라 첨단기술을 활용한 국가 주도의 식품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인 ‘오리진 그린(Origin Green)’의 회원이다. 아일랜드 식품청인 보드비아(Bord Bia)가 운영하는 오리진 그린은 아일랜드의 해양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기업들이 측정 가능한 지속 가능성 목표를 수립해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울러 아일랜드 수산물은 EU의 엄격한 식품안전 기준을 준수해 식품 체인 전 과정에 반영하고 있으며, 해양관리협외회(MSC)의 인증도 받았다. MSC는 전 세계 지속가능 수산물 시장을 선도하는 국제비영리기구로, 지속가능어업을 위한 국제표준(MSC 인증)을 제정하고 장려한다.

아일랜드식품청 관계자는 “아일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식품 안전 기준을 준수한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생산 방식을 통해 전 세계 수산물 시장에서 그 명성이 이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천혜의 환경에서 자란 자연산 수산물을 직접 경험해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이슬란드도 어업과 수산물 가공업이 근간을 이루고 있는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만큼 대외수출에서 수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에 달하는 국가다. 지난해 국내로 수입된 아이슬란드 수산물은 2900여 톤으로 전체 수입의 0.3%가량을 차지한다. 국내 시장에선 냉동 열빙어알(캐비어 대용), 냉동 대서양붉은볼락과 냉동열빙어, 냉동 대구곤이 순으로 수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온 변화라는 근본적인 변화로 수산물 지도가 바뀌면서 국내 생산량은 일정하지 않은데 가정에서 소비하는 오징어, 갈치, 고등어 수요는 꾸준하다”며 “많은 유통업체들은 해외에서 대체 수산물을 도입해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은 수산물 원산지로 국내 소비자들의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