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서영 기자
- 승인 2024.10.11 14:25
오하이오주 농장 무경운에 윤작…수확 후 첨단 창고에 보관
생산자별 이력 추적 가능…GMO 검사 등에 이물 6번 제거
대두 공급 스카울러 社, 맛·단백질 등 측정 단일 품종만 포장
이승기 주립대 교수 형질·대체육 연구·가격 형성 등 설명
오뚜기 조민국 대리 등 “지속 가능 농법에 감명…장점 확인”
콩 식품 전문가 ‘소이푸드 마스터’들이 미국 식용 대두 산업현장을 방문했다. 4일간 진행된 이번 프로그램에서 마스터들은 대두 농장과 대두 공급사인 Scoular와 KG Agriculture Product Inc(KAPI)을 방문해 식용콩 생산과 계약, 저장 및 관리 전반에 걸친 과정을 살펴보고,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농경제, 육종 등 전문가들을 만나 대두 산업의 미래에 대해 탐구할 수 있었다.
‘소이푸드 마스터’는 미국대두협회가 오하이오대두협회와 미국농무부의 지원으로 진행하는 '소이푸드 마스터 프로그램'을 수료한 콩 식품 전문가다. 이 프로그램은 영양사와 식품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콩의 영양적 가치를 온라인 강의로 교육하고, 시험을 통해 콩 식품 전문가를 선발한다. 2022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소이푸드 마스터 프로그램'은 총 294명의 전문가를 양성했다.
이들 중 우수한 성적을 거둔 수료자들에겐 미국 콩 산업 견학의 기회가 주어진다. 올해는 삼육식품, 풀무원, 동원의 단체급식 영양사 3명과 롯데중앙연구소, 삼성웰스토리, 샘표식품, 오뚜기 등 국내 F&B 기업 종사자 8명이 소이푸드 마스터 자격으로 함께했다.
대두 농장 견학은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4대째 농장을 운영 중인 데이비드 블랙(David Black)의 농장으로 시작됐다. 650에이커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농장주 블랙 씨는 지속가능한 농법이 환경뿐만 아니라 콩의 품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고 품질의 식용콩을 생산하기 위해 콩이 나고 자라는 이 땅과 환경을 보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가 재배한 콩이 누군가의 식탁 위에 올라간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블랙 씨는 밭으로 나간 소이푸드 마스터들에게 대두를 뿌리째 뽑아 보여줬다. 윤작의 영향으로 대두 뿌리엔 지난해 심었던 옥수수 줄기가 그대로 붙어 있었다. 블랙 농장은 콩, 옥수수, 밀 순으로 매년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윤작을 하고 있다. 매해 같은 작물을 재배하면 특정 병해충과 잡초가 번식하기 쉬운데 반해, 윤작하면 병충해 및 잡초 번식 방지와 토양의 생물다양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농약이나 제초제의 양도 줄어들어 토양을 보호해 결국 대두의 품질 또한 좋아진다.
또 이곳은 무경운 농법을 실시한 지 30년 정도 됐다. 무경운은 땅을 갈아엎지 않아 배출되는 탄소가 반 이하로 내려가 환경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농장주의 설명이다. 농기계에 사용되는 연료와 인건비 또한 줄어들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줄인 비용을 다시 건강한 대두를 생산하는 데 투자한다는 것. 그 대신 토양의 수분을 보존하기 위해 피복작물을 남겨뒀다. 피북작물은 수확용으로 재배하지 않고 그대로 다음 작물의 거름이 돼 영양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렇게 블랙 농장에서 생산된 대두는 계약재배를 진행 중인 식용대두 공급사 KG Agriculture Product Inc(KAPI)로 이동한다. KAPI는 대두의 생산부터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 주력 상품은 NON-GMO 및 유기농 식용 대두다. 연간 180여 개의 오하이오 대두 농가와 계약재배를 진행해 생산한 대두를 판매하고 있다. 생산되는 대두의 60%는 일본으로 수출하고 나머지 40%는 미국 내에서 판매한다. 풀무원의 미국법인인 풀무원USA 역시 KAPI의 고객이다.
KAPI의 대두 보관창고를 견학하는 소이푸드 마스터들에게 최고운영책임자(COO) 타케시 디제이 야마모토는 “KAPI는 생산자별로 추적 번호를 붙여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to-table) 모든 생산 과정의 이력 추적이 가능하다. KAPI가 판매하는 대두는 생산자의 얼굴까지도 직접 볼 수 있다”며 “저장된 대두는 샘플을 채취해 종자의 순수성, 혼입도, GMO 검사 등을 실시하고, 포장 전 6번의 이물질 제거를 거쳐 깨끗한 상태로 고객에게 보내진다”고 설명했다.
KAPI는 직접 종자 개발도 하고 있다. 테스트 농장에서 품종의 수확량을 체크하고 고객사에 보내 대두 가공품의 생산량을 확인한다. 수확량과 단백질 함량이 높아도 정작 제품 생산량이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KAPI는 두부, 두유, 낫또, 간장 등에 최적화된 8개의 자체 정체성 보존(IP, Identity-preserved) 대두 품종을 가지고 있다. ‘IP 대두’란 특정 품질 기준을 충족하고 생산부터 유통까지 기록·관리되어 출처와 생산 과정이 추적 가능한 대두를 말한다. 특히 식용 IP 대두의 경우 기계적 손상과 다른 작물이나 이물질 혼합을 최소화하며, 습도 조절과 통풍, 위생을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또 다른 대두 공급사인 Scoular도 방문했다. Scoular의 주력 상품은 식용콩과 사료에 사용되는 곡물 등이다. 농작물의 생산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
Scoular의 매니저 론다 콜은 소이푸드 마스터들을 분석실로 안내했다. 그는 “운송된 대두는 분석실에서 일반 대두와 NON-GMO로 분류 후 수분, 단백질, 지방함량, 섬유소 등을 측정한다”며 “수확과 운송 과정에서 다른 품종의 대두가 혼입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데, 이때 99.1%까지 정확하게 단일 품종이어야 비로소 저장과 포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Scoular는 Non-GMO IP 대두 테스트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품종이 오하이오주 환경에서 잘 자라는지, 단백질, 기름 함량, 맛과 보관도 등을 테스트하고 식품회사 등 고객사에 보낼 샘플을 생산하기 위함이다. 고객사는 샘플을 받아 관능, 영양성분, 가공품의 생산량 등을 확인해본 후 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 현재 12~16개의 품종을 생산 중이며, 단위당 수확량이 많은 품종, 재배 기간이 긴 품종, 알이 굵은 품종뿐만 아니라 최근엔 고올레산 품종, 고단백 품종, 대두의 소화율이 떨어지는 아이나 노인을 위한 저탄수화물 대두까지 품종을 다양화하는 중이다.
오하이오주립대학에선 미국 대두 산업의 숨은 조력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소이푸드 마스터들은 이곳에서 농업 시장을 다각도에서 분석해 농부들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농업, 환경 및 개발 경제학과(AEDE) 이승기 교수를 만나 대두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과 바이어들이 고려해야 할 사항, 앞으로 농업 전망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또 오하이오 대두협회의 펀딩으로 오하이오주에서 잘 자라면서 우수한 형질을 가진 대두 육종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인 원예 및 작물학과 반규정 박사는 연구 중인 형질을 소개했다.
아울러 식품 가공 개발 실험실 학생들이 소이푸드 마스터들에게 직접 진행중인 대체육 연구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한국에서도 대두를 활용한 대체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이 발표는 많은 마스터들의 이목을 끌었다.
4일간의 미국 대두 산업 견학 프로그램 일정은 오하이오주 농무부(ODA) 방문으로 마무리됐다. 소이푸드 마스터들은 오하이오 농무부 농업 수출 관리자 팀 스워드 등 관계자들과 함께 이번 견학에 대한 소감을 공유했다.
오뚜기 FS사업부 조민국 대리는 “케이터링 업체에 오뚜기 주력 상품인 대두유를 납품한 경험이 있다”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대두가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는지 배울 수 있었고, 미국이 농업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미국대두협회에 감사를 표했다.
삼성웰스토리 이경용 프로는 “농가의 지속가능성 농법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되어 감명 깊었다”며 “젊은 요리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미국 대두에 대해 있던 오해를 바로잡고 장점을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 생산되는 콩은 연간 14만1000톤으로, 나머지 약 350만톤의 콩은 수입된다(대두유, 대두박 수입량도 대두로 환산해 포함). 실질적인 콩 자급률이 5%도 되지 않는 것이다. 콩 사용량의 95% 이상을 수입하는 상황에서 콩을 단순히 ‘국내산’과 ‘수입산’만으로 이분법적으로 분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콩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되는지, 사용 목적에 적합한 품종인지, 안전한 방식으로 관리되는지 등 복합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미국대두협회 측 설명이다.
이형석 미국대두협회 한국대표는 “소이푸드 마스터들이 직접 생산부터 공급까지 미국 대두의 산업 전체를 경험했다. 지속가능한 농업의 중요성과 콩의 우수한 가치가 잘 전달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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