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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법령의 변경이 형사처벌에 미치는 영향

곡산 2024. 7. 11. 07:47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법령의 변경이 형사처벌에 미치는 영향

  •  식품저널
  •  승인 2024.07.10 10:14

 

식품안전과 바른 대응法 85. 

최승환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바른

안녕하세요. 법무법인(유한) 바른 식품의약팀 검사출신 형사전문 최승환 변호사입니다.

식품산업에 관한 법령은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내용이 많고 각 법령이 도입한 제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개정이 자주 있습니다. 그리고 형법 제1조 제1항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 소개드릴 사건은 유통기한 제도가 소비기한 제도로 변경되면서 형사처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사례입니다(제주지방법원 2024. 1. 17. 선고 2023고정364 판결, 제주지방법원 2024. 4. 9. 선고 2024노107 판결).

식품접객업자인 피고인은 2023. 1. 17.경 유통기한이 경과된 된장(유통기한 2022년 3월 9일), 부침가루(유통기한 2023년 1월 10일), 짜장가루(유통기한 2020년 11월 14일), 건고추(유통기한 2021년 5월 4일)를 폐기용 표시 없이 보관한 사실이 적발되었습니다.

그런데, 위 적발 당시에는 이미 유통기한 제도가 소비기한 제도로 변경이 되었습니다. 이 사건 적발 이전에 시행되던 구 식품위생법 제44조 제1항 제3호는 “‘유통기한’이 경과된 제품ㆍ식품 또는 그 원재료를 제조ㆍ가공ㆍ조리ㆍ판매의 목적으로 소분ㆍ운반ㆍ진열ㆍ보관하거나 이를 판매 또는 식품의 제조ㆍ가공ㆍ조리에 사용하지 말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었으나, 이후 2021. 8. 17. 법률 제18445호로 위 조항 중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개정되어 2023. 1. 1. 시행되었고, 2022. 6. 10. 일부 개정된 식품위생법(법률 제18967호) 제44조 제1항 제3호 역시 “‘소비기한’이 경과된 제품ㆍ식품 또는 그 원재료를 제조ㆍ가공ㆍ조리ㆍ판매의 목적으로 소분ㆍ운반ㆍ진열ㆍ보관하거나 이를 판매 또는 식품의 제조ㆍ가공ㆍ조리에 사용하지 말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위 법률은 2022. 12. 11. 시행되었습니다.

위 사건의 피고인이 유통기한 경과 식품을 보관한 점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검사는 피고인이 조리 등 목적으로 식품을 보관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구 식품위생법 제44조 제1항 제3호의 “유통기한”이라는 단어가 개정 후 법률에서 “소비기한 또는 유통기한”이라고 개정되었다면, 검사는 유통기한 경과 식품 보관으로 기소를 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위 사건의 범행일자는 이미 유통기한 경과 식품 보관에 대한 처벌 규정이 폐지되어 유통기한 위반 보관의 점이 범죄가 될 수 없었으므로 검사는 소비기한 경과를 주장하며 기소하였습니다.

위 사건의 1심은, 검사가 소비기한이 경과된 식품을 보관하였다고 주장하면서도 유통기한이 경과되었다는 점 외에 소비기한이 경과되었다는 점에 대해서 입증하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검사는 1심의 무죄 판결에 대해서, 공소사실 기재 일자인 2023. 1. 17.을 기준으로 각 식품이 유통기한을 상당히 경과하였으므로 그 식품의 상태를 고려하면 소비기한 역시 경과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항소를 하였습니다.

2023. 1. 1. 시행된 「식품, 식품첨가물, 축산물 및 건강기능식품의 소비기한 설정기준」에 의하면 소비기한은 식품에 표시된 보관방법을 준수할 경우 섭취하여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을 말하며, 소비기한 설정방법은 식품제조ㆍ가공업자 등이 포장재질, 보존조건, 제조방법, 원료배합비율 등 제품의 특성과 냉장 또는 냉동보존 등 기타 유통실정을 고려하여 위해방지와 품질을 보장할 수 있도록 소비기한 설정을 위한 실험을 실시하고, 설정된 품질안전한계기간 내에서 실제 유통조건을 고려하여 제품의 유통 중 안전성과 품질을 보장할 수 있도록 설정하여야 합니다.

이에 대하여 항소심 재판부는, 각 식품별 소비기한이 다르고, 위 설정기준에 따라 소비기한 설정실험을 통하여 소비기한이 정해지므로 이 사건 식품에 대해서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공공기관에서 시행한 소비기한 설정실험결과, 소비기한 설정과 관련한 국내외 식품관련 학술지 등재 논문, 정부기관 또는 정부출연기관의 연구보고서, 한국식품산업협회 등에서 발간한 보고서 등의 구체적인 자료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이 사건 식품에 대해서 소비기한이 설정되어 있지도 않다는 이유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위 사건은 법령의 개정에 따라 사실상 처벌의 공백이 생긴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개정 법률 시행 전에 생산되어 소비기한이 아닌 유통기한만 설정된 식품의 유통을 금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므로, 종전에 생산되어 유통기한이 표기된 식품을 유통시키는 것은 합리적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개정 법률의 부칙에서 유통기한 위반에 대해서는 개정 전 법률에 따라 처벌한다고 규정하거나, 「식품, 식품첨가물, 축산물 및 건강기능식품의 소비기한 설정기준」에서 소비기한 설정 전에는 종전에 설정한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본다는 간주 규정을 두어서 처벌의 공백을 피해야 한다고 보입니다.

형사법의 원칙은 근본적으로 헌법적 원칙이기 때문에, 법집행에 대한 행정청의 편의나, 국가 또는 사회적 필요가 있더라도, 엄격한 법해석을 초월하여 개인을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위 사건은 기본적인 법원칙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으며, 또한 법령의 개정이 세심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이 있다고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