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뉴스

식품·외식, K-푸드 열풍 타고 ‘할랄시장’ 진격

곡산 2024. 3. 12. 07:35

 

식품·외식, K-푸드 열풍 타고 ‘할랄시장’ 진격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4.03.11 07:57

2조 불 규모 연 6% 성장…정부도 지원
CJ 햇반·김치 등 110여 개 인증…비비고도 출격
농심 신라면 등 40여 종…불닭·비락식혜 진출
SPC 파리바게뜨, 말련 이어 중동 12개국 확장

뚜레쥬르, 인니 전역 출점…매출·이익 두세 자리 증가

식품·외식업계가 올해 할랄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K-푸드가 비상한 관심을 모으며 각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여세를 몰아 그동안 진출이 용이하지 않았던 할랄시장까지 섭렵한다는 계획이다.

업계가 할랄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막대한 시장 규모에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할랄푸드는 지난 10여 년간 연평균 6% 이상 성장세를 보이며 올해 2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할랄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할랄인증의 경우 위생과 건강함이라는 신뢰를 줄 수 있어 유럽 등 비이슬람권 소비자들까지 공략할 수 있다는 점도 주효하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할랄인증은 획득하기가 까다롭지만 인증 절차 과정 자체가 식품의 성분은 물론 위생 검사까지 꼼꼼해 인증을 획득하는 것만으로도 소비자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곧 현재 위상이 높아진 K-푸드에 날개를 다는 격”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할랄인증을 취득한 제품을 햇반·김·김치·설탕·밀가루·물엿 등 110여 개로 확대했다. 국내와 인도네시아·베트남에서 생산해 해당 국가뿐 아니라 말레이시아와 중동, 필리핀 등지에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특히 대표 브랜드 비비고를 글로벌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새단장해 할랄시장 공략에 나선다. 치킨(소바바치킨)과 떡볶이, 붕어빵, 냉동김밥 등 K-스트리트푸드를 ‘넥스트 만두’로 선정, 두 가지 품목을 해외 시장에서 대형 카테고리로 집중 육성한다는 목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그동안 K-푸드 미개척시장인 할랄시장까지 비비고의 영향력을 확대해 한국 식문화를 전파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농심은 10여년 전부터 부산공장에 할랄 전용 생산라인을 별도로 준공하며 할랄인증 신라면을 생산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카타르·파키스탄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후 김치라면, 너구리우동, 뚝배기라면 등 10개 브랜드 40여 종 제품으로 할랄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작년에는 인도네시아 매체 ‘수아라(Suara)’가 선정한 한국 라면 순위에서 신라면이 1위를 차지하기도. 무슬림 식문화를 겨냥한 농심의 맞춤식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불닭볶음면’ 수출 초기부터 할랄시장을 겨냥한 삼양식품도 지난 2017년 인도네시아 MUI 인증을 획득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에 판매법인을 설립하며 할랄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팔도 역시 ‘비락식혜’를 앞세워 인도네시아 시장에 뛰어 들었다. 작년 인도네시아 할랄청(BPJPH)으로부터 비락식혜를 포함한 음료 5종(비락식혜, 밥알없는 비락식혜, 비락수정과, 비락 단호박 식혜, 쿠퍼스 헛개차)에 대해 할랄인증을 획득했다.

인도네시아 수출 품목은 ‘밥알없는 비락식혜(175mL)’ ‘비락식혜(238mL)’이다. 팔도는 기존 수출 전용 제품과 일부 면 브랜드에 대한 할랄인증을 추가로 획득하고 시장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SPC그룹 허진수 사장(오른쪽)이 사우디아라비아의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 모하메드 갈라다리 회장과 파리바게뜨 중동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제공=SPC)

외식업계에서는 베이커리 브랜드의 강세가 돋보인다. SPC는 2021년 말부터 인도네시아에서 9개 파리바게뜨 매장을 운영하던 것에서 올 초 말레이시아에 이어 중동 시장으로 영역을 넓혔다.

특히 말레이시아에는 할랄인증 제품 생산기지인 조호르바루 공장을 건립하는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의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과 조인트벤처를 설립, 2033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등 중동과 아프리카 12개국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모든 제품은 조호르바루 공장에서 공급할 예정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할랄시장은 파리바게뜨의 글로벌사업에 있어 전략적 중요성이 큰 시장이다.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과 긴밀한 협력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뚜레쥬르도 인도네시아 전역으로 출점 확대해 영토 확장을 가속화한다. 뚜레쥬르는 최근 자카르타 인근 반둥지역에 신규 매장을 오픈하며 전체 매장 수가 60개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뚜레쥬르는 지난 2011년 인도네시아에 처음 진출한 이후 수도인 자카르타 위주로 매장을 늘리며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나섰으며, 현재는 땅그랑, 브까시, 반둥, 발리, 메단 등 주요도시를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전역에 걸쳐 진취적인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수익성도 개선됐다. CJ푸드빌 인도네시아 법인은 지난 2022년 매출이 전년 대비 약 71%, 영업 이익은 약 740% 상승하는 등 인니 진출 이래 최대치의 흑자를 달성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지금까지 쌓아온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인니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기존보다 빠른 속도로 출점이 이뤄지고 있다”며 “인도네시아를 필두로 아시아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K-베이커리로서 뚜레쥬르의 경쟁력을 알리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작년 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인도네시아 할랄인증청(BPJPH)과 한국이슬람교(KMF), 한국할랄인증원(KHA)간 할랄인증에 관한 상호인정협약을 체결했다.

인도네시아는 ‘할랄제품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올 10월부터 자국으로 수입·유통되는 식품에 대한 할랄인증을 의무화(신선농산물은 제외)한다.

이번 협약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인도네시아로 수출하는 식품·외식기업은 인도네시아 할랄인증청의 인증을 받지 않고, 우리나라 민간 할랄인증기관의 할랄인증을 받아 인도네시아로 수출할 수 있어 할랄인증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인증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양주필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타 이슬람 국가에도 우리 K-푸드의 수출이 확대될 수 있도록 수출상대국 할랄인증기관과 상호인정협약을 지원하는 등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