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서영 기자
- 승인 2024.01.04 12:30
‘오너 리스크’에 제동이 걸렸던 남양유업이 기나긴 법적 공방을 끝내고 한앤코의 품에 안겼다.
4일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가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일가를 상대로 낸 주식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최종 승소하며 남양유업 인수를 두고 오너가와 벌여온 3년여 간의 경영권 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판결에 따라 홍 회장은 거래종결 의무에 따라 보유 주식을 한앤코에 넘기기고 60년간의 경영을 마감하게 됐다.
4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한앤코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가족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 계약대로 남양유업은 대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한앤코에 주식을 넘기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한앤코는 지난 2021년 5월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당시 홍원식 회장은 자사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며 3107억 원을 받고 한앤코에 지분을 양도하기로 했다. 그러나 홍 회장 측이 계약 이후 3개월이 넘도록 회장직을 유지하며 지분을 양도하지 않고 인수합병(M&A)을 늦추자 한앤코는 8월 홍 회장에게 계약을 이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오너가는 같은 해 9월 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위약벌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계약 선행조건 중 하나인 홍 회장 일가에 대한 예우를 이행하지 않았고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계약 과정에서 양측을 모두 대리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 홍 회장 측의 주장이었다. 이에 한앤코는 홍 회장의 의결권행사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맞불을 놓았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소송 공방이 진행되던 가운데 홍 회장은 대유위니아에 지분을 넘기려는 시도도 했다. 한앤코는 홍 회장 측의 계약이행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홍 회장의 이의신청은 기각됐으며 대유홀딩스는 홍 회장과의 계약 해제를 선언했다.
한앤코가 홍 회장 일가에 제기해 2022년 9월과 작년 2월에 각각 진행된 주식양도소송 1심과 2심에선 양측이 체결한 계약의 효력을 인정하면서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다. 홍 회장 측의 불복에 진행된 대법원 판결도 원심의 결론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4일 상고를 기각하며 최종적으로 남양유업은 3년 여만에 한앤코를 새 주인으로 맞게 됐다.
이에 따라 홍 회장 일가는 남양유업 주식 보유지분 전량 37만8938주(합계 지분율 52.63%)를 한앤코에 양도해야 하며, 이후 계약 미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소송에도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향후 한앤코는 남양유업 지분 인수 작업을 재개하며 남양유업의 경영 정상화 작업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3년 넘게 계속되는 적자 탈출을 목표로 신사업 발굴에도 속도를 내며, 소송 과정에서 훼손된 회사 이미지 회복과 개선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남양유업의 연 매출은 지난 2020년 11년만에 1조원 아래로 떨어졌고 2022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엔 3분기까지 28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앤코는 입장문을 통해 “남양유업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 개선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며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남양유업도 “경영권 분쟁 종결로 구성원 모두는 회사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각자 본연의 자리에서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입장문을 통해 밝혔다.
한편 유업계는 남양유업의 경영 정상화에 긍정적인 태도다. 유가공시장에서 남양유업은 강력한 경쟁자인 만큼 선의의 경쟁과 전체 시장 규모 확대를 유발해 유업계 성장을 도모할 긍정적인 요인으로 보고 있는 것.
업계 관계자는 “기업 이미지가 추락한 것에 오너 리스크의 작용이 컸던 만큼 이번 판결로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이 달라질 수 있다”며 “빠르게 경영 정상화에 나서 이미지 개선을 필두로 불가리스 등 국내 유가공시장을 풍미했던 남양유업 대표 제품들의 경쟁력을 다시 알리고 건강기능식품, 외식산업 등 신사업을 본격 추진한다면 시장에 새로운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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