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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가루쌀’ 활성화 사업…현장을 가다

곡산 2023. 12. 17. 20:42
[탐방] ‘가루쌀’ 활성화 사업…현장을 가다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3.12.14 12:09

소비자 식감·소화 만족…“밀가루 제품과 경쟁 가능”
정부 내년 예산 2030억 책정 밀가루 10% 대체 박차
이름만 ‘쌀’일 뿐…밀가루와 비슷한 특성 지녀
입자 둥글고 성글어 제분 시간·비용 절감
농식품부 원료 공급 기반 마련-제품화 지원
 

정부가 내년 가루쌀 지원사업 예산을 2033억4200만 원으로 책정했다. 올해보다 841억 원 증액된 것이다. 가루쌀을 연간 밀 수요 200만톤의 10%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가루쌀은 농식품부 핵심 정책 중 하나로, 쌀 소비 감소에 따른 공급과잉을 개선하고 새로운 식품 원료로 활용한 식품시장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가루를 내기에 적합한 특징을 지닌 새로운 쌀의 종류로, 이름만 쌀일 뿐 실제 밀가루와 더 비슷한 특성을 보인다.

실제 밥쌀용 쌀과 달리 가루쌀은 밀처럼 전분 입자가 둥글고 성글게 배열돼 가루로 만들기 쉽고, 제분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모내기 시기가 늦고 재배기간이 짧아 메탄 배출량이 중만생종 밥쌀과 비교해 36% 적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며, 글루텐프리 원료로 수출 활성화도 가능한 식품 원료다.

 

농심·SPC·풀무원 등 15개 업체 제품 개발
성심당 등 19개 사 베이커리 76종 신메뉴 내놔 

충북 청주 소재 청원생명농협은 가루쌀로 만든 ‘우리쌀칩(양파맛·조청맛)’ ‘쌀로팝’ ‘프리믹스’ 등 3개 품목 6종의 제품을 개발한 상태며, 식품업계의 시제품 개발·사업화 연구도 지원하고 있다.(사진=식품음료신문)
 

이에 농식품부는 가루쌀 재배면적을 작년 100ha에서 올해 2000ha로 20배 이상 늘려 식품 원료 공급 기반을 마련했으며, 식품기업·지역제과점과 제품 개발을 추진해 가루쌀의 시장 수요를 확대하는 동시에 대량 소비 기반을 구축했다.

 

현재 농심, SPC삼립, 대두식품, 풀무원, 해태제과, 삼양식품, 농심미분, 하림, 농협경제지주, 호정식품 등 식품기업 15개가 제품 개발을 완료해 순차적으로 출시하고 있으며, 베이커리 업체는 성심당, 삐에스몽테제빵소 등 19개사가 76종의 신메뉴를 개발하고 소비자 품평회·레시피 보급 등을 통해 확산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청원생명농협은 도정·분쇄 공정을 갖추고 있어 식품업계 가격 경쟁력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8개사에서 개발한 12종의 제품이 진열돼 있다.(사진=식품음료신문)
 

이의 일환으로 농식품부 기자단은 6일 가루쌀 가공·생산 판매 현장을 방문해 시설을 견학하고, 제품개발 추진상황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충북 청주 소재 청원생명농협은 가루쌀로 만든 ‘우리쌀칩(양파맛·조청맛)’ ‘쌀로팝’ ‘프리믹스’ 등 3개 품목 6종의 제품을 개발한 상태다.

 

농협경제지주는 가루쌀을 활용한 쌀가공식품산업 활성화 계획에 따라 식품업계의 시제품 개발·사업화 연구(1개 제품당 최대 160만 원)를 지원하고 있다.

 

주력 제품인 ‘우리쌀칩’의 경우 출시 6개월 만에 9만봉 판매를 돌파했다. 현재 생산라인을 증축해 기존 하루 1만봉 생산하던 것에서 5만봉까지 생산능력을 갖췄으며, 월 평균 5만봉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청원생명농협 ‘쌀로팝·프리믹스’등 6종 제조
‘우리쌀칩’ 잘 나가…월평균 5만봉 판매 목표
삐에스몽테, 5종 보유…시오빵 가루쌀 75% 사용
습식 공정 없어 활용도 높아…가격 측면 과제
 

생산된 ‘우리쌀칩’을 포장하고 있다. 우리쌀칩은 출시 6개월 만에 9만봉 판매를 돌파했다. 청명생명농협은 현재 생산라인을 증축해 기존 하루 1만봉 생산하던 것에서 5만봉까지 생산능력을 갖췄다.(사진=식품음료신문)
 

농협경제지주는 향후 우리쌀칩, 쌀로팝 등의 새로운 맛 제품을 추가 출시하고, 프리믹스 및 면류 R&D를 중점 추진한다. 또 가루쌀 프리믹스를 활용한 가정 요리 레시피를 보급하고, 농협식품 내 가루쌀 브랜드를 개발 및 제품 라인업 구축에 총력을 가한다는 계획이다.

 

수원시 소재 베이커리 삐에스몽테제빵소는 총 200여 종의 제품 가운데 가루쌀 사용 제품 5종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사진=식품음료신문)
 

이어 방문한 수원시 소재 베이커리 삐에스몽테제빵소는 대한제과협회 주최 ‘가루쌀 품명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보이고 있다.

 

총 200여 종의 제품 가운데 가루쌀 사용 제품은 5종이다. 대표 제품은 ‘시오빵(소금빵)’이다. 2019년 밀가루로 개발한 이 제품은 2020년부터 가루쌀로 교체해 현재 가루쌀 75%, 밀 25%가 함유된 제품이다.

우원석 오너 셰프(사진=식품음료신문)

우원석 오너 셰프는 “초창기 100% 가루쌀로만 제품을 만들기도 했지만 빵의 볼륨감을 위해 밀가루와 혼합 사용하고 있다. 가루쌀은 일반 가공용쌀보다 풍미가 높고 고소하면서도 단맛이 풍부하다. 특히 반죽을 칠 때 수분량이 밀가루보다 15% 이상 더 함유되다 보니 시간을 흐를수록 촉촉함이 유지돼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가루쌀 교체 이후 ‘시오빵’은 한때 하루 2000개가 팔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으며, 현재도 주말 1500개, 평일 7~800개 이상이 팔리는 대표 제품이라고 우원석 오너 셰프는 설명했다.

 

그는 “가루쌀과 가공용 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습식 과정을 거치지 않는 제분 과정이다. 베이커리의 경우 일반 쌀가루를 제분하기 위한 설비를 갖추고 있는 곳이 드물다. 베이커리 업체들이 쌀가루로 제품을 만드는데 한계가 있는 이유”라며 “반면 가루쌀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다보니 활용도가 높다. 단 가격적인 부분은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삐에스몽테제빵소는 가루쌀 사용 제품의 경우 스티커를 부착해 소비자들이 알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식빵, 카스테라 등 다양한 제품에 가루쌀로 대체하는 연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우원석 오너 셰프는 “가루쌀 제품을 맛 본 소비자들이 ‘식감이 좋다’ ‘소화가 더 잘되는 것 같다’ 등 피드백을 전하고, 이제는 먼저 찾는다. 충분히 밀가루로 만든 제품과 경쟁이 가능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제빵사들이 ‘시오빵’을 반죽하고 있다. 삐에스몽테제빵소 핵심 제품인 시오빵은 가루쌀 75%가 함유돼 있다.(사진=식품음료신문)
가루쌀 사용 제품의 경우 스티커를 부착해 소비자들이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사진=식품음료신문)
 

한편 농식품부는 내년 가루쌀 재배면적을 1만ha로 하고, 가루쌀 산업이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직접 원료를 매입해 실수요업체에 공급하는 초기 유통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 식품업계에 원료가 정착될 때까지 가루쌀 제품화와 제품 확산을 위한 판로를 지원하고, 밀가루 다소비 품목뿐 아니라 식물성 대체유 등과 같은 새로운 식품에도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