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호 기자
- 승인 2022.07.22 17:23
외식 10개 업체 중 7곳 인상하거나 계획…6%는 폐업
만두 ‘오쇼’-덮밥 ‘스키야’ 가격 올리고도 매출 증가 주목
도토루 커피, 음료에 푸드 메뉴 세트로 끼워 단가 높여
임대료 저렴해져 ‘야키니쿠 킹’ 등은 도심 지역으로 출점
구인난 해결 위해 무인 주문기·로봇 등 신기술 도입 활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최근 발표한 '2022년 2분기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외식산업 경기지수는 85.56으로 지난 1분기보다 14.7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20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음식점 영업이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식재료 원가지수가 145.1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커져가는 원가 부담과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 증가가 예상돼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외식업계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일본 외식업계도 마찬가지다. 올해 3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영업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식자재 가격 상승과 심각한 구인난으로 인해 좀처럼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계속되는 물가 상승을 견디지 못해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가격 인상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본 소비자들이 외식 지출을 억제할 가능성이 커 코로나 이전 수준의 회복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이처럼 물가 상승과 인력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일본 외식업계는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상품력 강화를 통한 차별화로 객단가를 높이는 동시에 각종 할인 캠페인 진행을 통해 고객 이탈 방지와 신규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또 한층 더 심화된 구인난에 대응하기 위해 무인 주문·결제기기나 서빙 로봇 등 점포 운영 효율화를 위한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다음은 일본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외식업계를 위해 코트라 도쿄무역관이 소개한 불황에 맞서는 일본 외식업계의 대응 사례를 요약, 정리했다.
일본 외식업계 동향
◯ 가격 인상 단행
우크라이나 사태와 인도 등 주요 식자재 생산국의 수출 제한으로 최근 식재료 값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엔저까지 겹치면서 비용 상승 부담을 견디지 못한 일본 외식업계가 잇따라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닛케이MJ가 일본 주요 외식업체 554개사를 대상으로 2022년 2/4분기에 시행한 2021년도 요식업 조사에 따르면, 전년도보다 가격을 인상한 기업은 전체의 70%에 달했다. 2022년도 가격 인상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 기업한 302개사의 73%가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가격 인상 이유는 식재료 가격 상승이 96%로 가장 많았고, 물류비 및 인건비 상승이 각각 64%로 뒤를 이었다. 인상폭에 대해서는 응답 기업의 48%가 ‘3~5% 미만’이라고 답했고 ‘5~10% 미만’이라고 응답한 기업도 21%나 있었다.
이 같은 가격 인상 움직임은 2021년 하반기부터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덮밥 체인점 ‘요시노야’는 지난해 10월 소고기 덮밥 보통 사이즈의 가격을 387엔에서 426엔으로 10% 올렸다. 요시노야가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은 2014년 이후 7년 만이다. '스타벅스 재팬'도 올해 4월 국제 원두 가격 상승 등의 이유로 원두 가격을 약 90~300엔 인상하고 커피, 라떼, 프라푸치노 등의 음료 가격을 10~55엔 인상했다. 스타벅스 재팬이 원두 가격을 인상한 것은 2006년 이후 16년 만의 일이다.
수제버거 체인점 '모스버거'는 7월 13일부터 햄버거, 음료, 사이드 메뉴 등 전체 메뉴의 90%에 대해 가격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운영사는 "내부적인 비용 삭감 노력만으로 식자재 가격 상승의 압박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회전초밥 체인점 '스시로'도 창업 때부터 이어오던 100엔 초밥의 판매를 중단했다. 그 외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초밥 전문점 등도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으며, 이자카야 체인점은 메뉴 리뉴얼 타이밍에 가격 인상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최근 1년간 가격을 인상한 기업 중 79%는 올해에도 추가 인상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인상을 단행하지 않은 기업의 62%도 올해에는 인상 의사를 밝혔다. 그동안 장기 디플레이션의 대명사였던 일본 외식산업이 바야흐로 전환기에 접어들고 있다.
◯ 코로나19 이후 폐업 속출
지난해 일본에서도 문을 닫는 음식점이 증가했다. 닛케이신문과 NTT타운페이지가 일본 전국 음식점을 대상으로 시행한 공동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일본 전국 음식점의 약 6%에 해당하는 4만5000개 점포가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점한 음식점 대부분이 대형 체인점이 아닌 개인 운영 점포였으며 후계자 부재 등을 계기로 경영자가 은퇴해 문을 닫는 가게도 많았다.
또 코로나19 장기화로 재택근무가 정착되면서 오피스가가 밀집된 도심부 상권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일본 정부와 지자체가 하루 최대 7만5000엔에 달하는 협력금을 지원했으나 임대료·인건비가 비싼 도심 주변 음식점은 협력금만으로는 손실을 보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 인력 부족 심각
외식 수요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만성적인 구인난에 시달리던 일본 외식업계의 인력 부족 현상이 팬데믹 이후 더욱 심각한 문제로 부상했다.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일본 정부의 입국 제한 조치로 인해 외국인 종업원 채용이 어려워지면서 일본 내 인력 부족 현상이 한층 더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일본 외식업계의 대응 전략
◯ 객단가 높이기
일본 주요 외식업 기업은 가격 인상에 따른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신메뉴 개발과 세트메뉴 강화 등 부가가치 높은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객단가를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만두 전문 체인점 '교자의 오쇼'는 지난 5월 간판 메뉴인 만두를 포함한 전체 메뉴의 20%에 해당하는 상품 가격을 인상했음에도 5월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120.3% 늘어난 73억8400만 엔으로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신메뉴 출시와 더불어 각종 할인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시행해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신규 고객층까지 확보한 것이 매출 상승의 주요인으로 분석된다"라고 밝혔다.
덮밥 체인점 스키야는 2021년 12월 소고기 덮밥 가격을 350엔에서 400엔으로 14% 인상했음에도 2022년 5월 기준 전체 점포 매출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달에 비해 오히려 14% 증가하는 등 견조한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가격 인상에 따른 고객 이탈 방지를 위해 매달 최소 3개에서 많게는 5개가 넘는 새로운 덮밥 메뉴를 출시하고 조식 세트 메뉴와 런치 세트 메뉴 구성을 다양화하는 등 상품력 강화에 주력한 것이 매출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도토루는 커피 가격을 올리지 않는 대신 푸드 메뉴를 강화해 음료와 세트로 판매함으로써 상품 단가를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스타벅스 재팬이나 툴리즈 등 주요 카페 체인점이 잇따라 커피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계절 한정 샌드위치와 음료를 세트로 묶어 판매하는 등 단가 높은 상품 개발에 주력해 커피 가격 인상분을 전가시키겠다는 의도다. 도토루 관계자는 "카페 이용객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쉬운 커피 가격은 올리지 않을 계획이다. 그 대신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개발해 원두 등 원재료 가격 인상분을 전가시킬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 공격적인 신규 출점
도시 교외지역을 중심으로 매장을 전개해온 고깃집 체인점 ‘야키니쿠 킹’은 올해 5월 말, 도쿄 도심 쇼핑몰 ‘아사쿠사 ROX’ 내부에 신규 점포를 열었다. ‘야키니쿠 킹’이 도심부 상업용 빌딩에 출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심 상업시설에 출점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관계자는 "교외 입지만으로는 매장 수를 확장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회전초밥 체인점 ‘쿠라 스시’는 지난 3월 말 도쿄 스미다구 오시아게역 앞에 신규 매장을 오픈하는 등 도심 주요 역 근처에 신규 출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에 면적이 넓은 도시 교외지역을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해온 프랜차이즈들이 도심 지역에 출점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2년 넘게 코로나19 영향이 지속되며 도심의 비싼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가게들이 속출했으나 출점 의욕이 있는 기업에게는 오히려 저렴해진 임대료로 도심에 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작용한 것이다.
닛케이MJ 조사에서 실제로 '1년 전에 비해 출점이 쉬워졌다'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24.9%로 '출점이 어려워졌다'고 응답한 비율 14.8%을 웃돌았다. 출점이 쉬워진 이유로는 ‘빈 상가 매물 증가’가 80.8%로 가장 많았으며 ‘매물 획득 경쟁 완화’가 55.8%, ‘임대료 하락’이 30.8%로 각각 뒤를 이었다. 복합 상가뿐만 아니라 폐업한 노면점의 매물도 늘어나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임대료로 입점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 신기술로 인력부족 해결
일본의 주요 외식 기업은 심화된 구인난을 해결하기 위해 무인 주문기와 서비스 로봇 등 신기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 조사에서 지난해 키오스크 등 셀프 주문 시스템을 도입 확대하거나 신규 도입한 기업은 전체의 44.2%로 절반 가까이 달했으며, ‘앞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14.9%였다.
서빙로봇 도입에 대해서도 전체의 44.2%가 ‘2022년도에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일본 최대 패밀리 레스토랑 기업 스카이라쿠 홀딩스는 2022년 4월 말 시점 기준으로 약 880개 점포에 서빙로봇을 도입 중이며 올해 안에 자사의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점 ‘가스토’를 중심으로 3000개 점포에 서빙로봇을 확대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종과 매장 운영 방식에 따라 도입하는 기술은 각기 다르겠지만, 인력부족 해소와 매장 운영 효율화를 위한 투자는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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