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시간 근무제 등 근로환경 변화에 따른 인건비 확대
미·중 무역전쟁 환율변동 등 대외환경 악화 리스크 반영
식품업계에게 2019년도 상반기는 도전과 굴곡의 연속이었다. 일본 불매운동과 환율 상승에 따른 대외적 경영부담이 추가됐지만 HMR, 건강기능식 등 새로운 시장과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면서 나름의 성장동력을 확보해 왔다.
그 결과 업계 리딩 기업들은 악화된 대외여건 속에서도 매출액과 순이익의 성장세를 소폭이나마 이어가는 등 나름 선방하고 있다.
2019년도 상반기 식품업계의 매출액 기준 실적은 전반적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CJ제일제당의 매출이 1.1% 늘어났고 대상은 5.3% 증가했으며 매일유업도 7.1%나 늘었다. 그 외 오뚜기, SPC삼립, 하림, 빙그레, 오리온도 모두 2018년도 상반기 매출액보다 더 많은 실적을 거뒀다. 해태제과, 남양유업, 대한제분, 선진 등 일부 기업들이 매출액 감소를 보였지만 이 역시도 3% 미만에 그쳤을 뿐이다.
이 같은 실적은 인구감소, 환율급등, 일본 식자재 방사능 논란 등 대외환경의 악화현상을 감안할 때 나름대로 선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환율과 52시간제 직격탄, 이익률 악화
그러나 매출액이 아닌 이익, 즉 마진을 기준으로 보면 문제가 달라진다.
식품업계 Top10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 중 삼양사, CJ제일제당, 대한제당, 롯데푸드, 농심, 대상 등 6개 업체가 전년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축소됐다.
특히 삼양사의 2019년 영업이익은 165억4000만 원으로 전년동기 547억2000만 원 대비 69.8% 감소했다. CJ제일제당의 영업이익은 전년(1574억5000만 원)대비 55.8% 감소한 695억5000만 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실적은 최종 경영실적인 순이익률에 그대로 반영됐다. CJ제일제당의 순이익은 2018년 대비 30.4% 감소됐고 삼양은 2.4%, 농심은 1.2% 감소했다. 이 밖에도 사조동아원, 대주산업, 해태제과 등도 순이익 역주행을 경험했다.
올 해 상반기 식품기업 이익률 악화의 주요한 원인으로는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제 등 근로환경의 변화에 따른 인건비 리스크 및 미·중 무역갈등을 비롯한 대외환경 악화를 꼽을 수 있다.
실제로 상반기 경영실적 공시대상에 속하는 식품기업 52개 사가 발표한 상반기 실적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활동 중 인건비를 반영한 ‘판매비와 관리비’ 항목이 평균 5.35% 증가했다. 가장 많이 폭등한 곳은 에이치엘사이언스로 128.7% 증가했다. 반면 서울식품공업, 남양유업, 현성바이탈, 마니커, 한탑 등은 오히려 판매비와 관리비가 감소했다.
반면 식품을 제조하기 위해 들어가는 식자재와 식품첨가물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매출원가는 2018년 상반기 대비 2.1% 증가했다. 이처럼 기업들의 영업이익 감소는 주52시간제와 최저임금 증가에 따른 임금인상 등 인건비 증가가 주요한 원인으로 보인다. 이 중 사조대림은 올 해 상반기 매출원가 2067억5000만 원으로 2018년 상반기 1716억6000만 원 대비 20.5%나 증가했다. 하림의 매출원가는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했고 SPC삼립은 10.4% 늘어났다.
이익률 하락은 기업의 펀더맨탈 약화로 드러나고 있다. 국내 20대 식품기업들 중 CJ제일제당, 오리온, 대한제당, 대한제분, 선진 등이 모두 올 해 상반기 보유현금 중 100억 원 이상이 감소했다. 반면 하림, 사조대림, 농심 등은 오히려 보유현금이 증가했지만, 이는 장·단기차입금과 회사채 발행을 통해 확보한 운전자금이었다.
이와 관련 식품업계 관계자는 “현재 식품시장은 1인 가구 등을 중심으로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으며, 국내외적 경영환경도 녹녹하지 않다. 이번 상반기 실적도 이를 뒷받침한 것”이라며 “앞으로 위기의식을 갖고 신제품과 마케팅 개발, 해외시장 개척 등을 통해 어려운 도전들을 해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