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성 작년 8월 제조 기준 제정으로 에자키 글리코 사 첫 출시
그 동안 일본에서 재난 구호물품으로 큰 관심을 모았던 액상분유가 지난해 관련 법령 개정으로 일본산 제품이 최근 본격적으로 출시됨에 따라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충분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비싼 가격이 시장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코트라 오사카 무역관에 따르면, 최근 일본 최초로 에자키 글리코가 액상분유 ‘아레크레오’를 발매하며 오프라인 메이저 유통망을 통해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재해 발생시에 가장 약자가 되는 것은 모유나 분유를 통해서만 영양 공급을 받는 영유아”라며, “위기적인 상황에서도 아기들에게 영양 공급이 끊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액상분유 제품 개발의 계기”였다고 밝혔다.
액상분유는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간편함을 장점으로 우리나라나 미국, 유럽 등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그동안 법적 규정이 없어 제조·판매가 불가능했고 고가와 모유 수유에 대한 고정된 시각 등으로 수요 파악이 어려워 제조사들도 적극적으로 제품 개발에 나서지 않았다.
그렇치만 계속된 관심과 판매 요구로 2018년 관련법이 마련됐으며, E에자키 글리코가 이번에 최초로 일본산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 메이지 제과도 정부로부터 액상분유 제조, 판매 허가를 취득했으며 조만간에 제품을 시중에 선보일 예정이다.
일본 소비자들이 이처럼 액상분유에 관심을 두는 것은, 지진 등 잦은 재해에 유용할 뿐만 아니라 상온에서 6개월간 장기보관이 가능해 재난대비 비축물품으로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물에 희석시키지 않고 그대로 먹일 수 있으며, 제조 과정의 멸균처리로 가정에서 조제할 때 보다 위생적이며 젖병 세척도 불필요해 신혼부부나 맞벌이 부부의 육아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판매가 본격화됨에 따라 액상분유가 시장에서 얼마나 인기를 모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액상분유는 일반 분유에 비해 제조 공정이 복잡해 제조 단가가 높은데, 이번에 발매된 제품의 가격은 기존 분말 분유에 비해 약 4배 정도 비싸다. 이 점이 시장에 어떻게 작용할지 눈여겨 보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홈쇼핑에서 수입 액상분유의 노출이 증가하는 등 일본 내에서도 시장이 서서히 형성되는 것을 감안할 때 소비자의 지지를 받을 경우 고가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육아 선진국으로 불리는 북유럽의 경우, 스웨덴에서는 일반 분유와 액상 분유의 판매 비율이 거의 절반 정도로 양분하고 있으며 핀란드에서는 액상 분유가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볼 때, 여성의 사회진출이 증가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시장 확대 가능성은 충분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일본 정부, 알레르기 예방 등 모유 수유 효능 삭제도 유리한 환경 조성
공정 복잡해 분말 분유 가격의 4배…시장에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
■ 모유수유 시각 변화 ‘시장성장 요인 되나?’
일본은 오랜 기간 동안 모유 수유를 적극 권장해 왔으나, 최근 관계부처 지침에서 모유의 긍정적인 효능에 대한 표현이 일부 빠지는 등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조사에 의하면 2015년 기준 오로지 모유로만 수유하는 산모 비율은 약 55%로, 2016년 한국의 약 18%에 비해 매우 높다. 이에 대해 일본의 한 언론은 “가히 ‘신화’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일본은 모유 수유를 적극 권장하는 문화가 오랫동안 자리 잡아 왔으며, 이로 인해 유아용 유제품, 유동식은 알러지나 비만 등 건강을 저해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맹목적으로 믿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에자키 글리코가 이번에 발매한 액상분유에는 “모유 대체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음”이라고 표기되었다. 이는 유아용 액상 유동식 중 일본 소비자청이 건강증진법에 근거해 해당표기가 허가된 최초 사례로, 일본에서도 눈길을 끌만한 변화라는 평이다.
또 일본 내 산부인과와 보건소의 지도 근거가 되는 수유 및 이유식 관련 지침서의 최근 버전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2019년 3월에 발간된 해당 지침서는 2007년 이후 12년 만에 개정이 이루어졌는데, 모유수유가 영유아기의 알러지 질환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기존의 표현을 “예방효과는 없다”고 명기했으며, 분유를 병용한 수유가 비만 위험도를 높인다는 기존표현도 삭제했다.
따라서 모유 수유에 대한 이러한 시각 변화는 액상 분유 시장 확대의 큰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현지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 67년 만에 지위 획득한 액상분유
일본에서는 최근까지도 각종 규제로 인해 액상분유의 제조 및 판매가 불가능했다.
가장 큰 원인이 됐던 법규는 식품위생법에 근거해 1951년 제정된 우유 및 각종 유제품에 대한 성분 규격으로, 예전에는 해당 법령에 분말로 된 분유에 대한 정의만 있었고 액상분유에 대해서는 정의 자체가 없어 일본 내에서는 사실상 제조를 할 수 없었다. 또 엄격한 유제품 위생관리와 건강증진법 등이 추가적인 장벽으로 작용하며 액상분유의 일본 내 유통, 보급이 대단히 어려웠다.
하지만 8년 전 일어난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 소아과학회에서는 관계 부처에 대해 ‘재해시에 이용할 수 있는 액상분유와 일회용 젖병의 확보’를 제의한 바 있다. 또 2016년에 발생한 구마모토 지진 때 주일 핀란드대사관에서 구호물품으로 액상분유가 배포된 것을 계기로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액상분유의 국내 판매를 촉구하는 시민활동도 활발히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일본 후생노동성은 2018년 8월, 우유 및 각종 유제품에 대한 성분규격 상에 유아용 액상분유의 규격 기준을 정한 개정법령을 공포·시행함으로써 비로소 일본기업에 의한 액상분유의 제조 및 판매가 가능해 졌다.
이 외에도 2018년 9월, 홋카이도 지진이 발생했을 때 구호물자로 발송된 수입품 액상분유에 대해 해당지자체 공무원이 국내에서 사용된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사용을 자제하도록 하는 문서를 첨부한 사실이 보도되며 논란이 발생했는데 이 또한 액상분유의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