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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부동산 엔진'' 장착 막후

곡산 2009. 1. 17. 16:29

롯데 ''부동산 엔진'' 장착 막후

일요신문 | 기사입력 2009.01.16 16:25


롯데그룹이 부동산 개발과 관련해 겹경사를 누리고 있다. 지난 연말 서울시가 도심 내 1만㎡(약 3000평)가 넘는 대규모 부지의 용도변경을 허용해주기로 하면서 롯데칠성이 물류센터로 사용해온 서울 서초동 부지 3만 3000㎡(약 1만 평)의 상업용도 개발이 가능해졌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도 걸림돌이었던 서울공항 비행안전 문제에 대해 정부가 활주로 각도 변경 대안을 제시하면서 사실상 허용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신동빈 부회장

이렇듯 부동산에 대한 남다른 식견으로 그룹 성장을 견인해온 신격호 회장이 최근 새로운 부동산 엔진에 시동을 걸고 있는 듯하다. 부동산 개발 전문 회사 롯데자산개발에 대한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서 '또 하나의 부동산 신화'를 그려나갈 조짐이 엿보이는 것이다.

롯데자산개발은 지난 2007년 7월 롯데쇼핑과 롯데건설이 출자해 설립한 회사로 주주들의 당시 지분율은 롯데쇼핑 60%, 롯데건설 40%였다. 설립 직후인 2007년 10월 롯데쇼핑과 롯데건설이 각각 180억 원, 120억 원 규모로 유상증자에 참여해 발행주식 총수를 종전의 1만 주에서 600만 주로 불렸다.

롯데자산개발의 몸 불리기는 최근 들어 더욱 도드라졌다. 지난해 10월 기존 주주인 롯데쇼핑과 롯데건설이 각각 67억 원씩 유상증자에 나서는 동시에 롯데칠성음료가 신규로 66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를 하면서 롯데자산개발 주식총수가 1000만 주로 늘어났다. 12월엔 기존의 3대 주주 중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와 더불어 호텔롯데 롯데제과 롯데미도파 호남석유화학 롯데대산유화 케이피케미칼을 대상으로 550억 원 규모 유상증자가 단행됐다. 주식총수도 2000만 주를 넘어섰다. 롯데자산개발 설립 이후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계열사들이 총 1050억 원을 쏟아 넣어 회사 규모를 무려 2000배로 키운 셈이다.

계열사들의 증자 참여로 덩치를 불린 롯데자산개발은 곧바로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 방화동 886번지 일대에 위치한 '김포공항 스카이파크 복합쇼핑센터' 부지 19만 5000㎡(5만 9000평)를 157억 원에 사들였다. 이 부지에선 현재 롯데자산개발이 호텔롯데 롯데쇼핑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복합쇼핑몰을 건립 중이다.

12월엔 대한통운이 보유하고 있던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5가 75번지 소재 빌딩(지하 2층, 지상 5층)을 145억 원에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가 대한통운 인수를 검토한다'는 풍문을 낳기도 했지만 롯데 측은 이를 부인한 상태다. 그밖에 롯데자산개발은 중국 선양(瀋陽)지역 쇼핑몰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롯데자산개발의 활발한 부동산 사업 확장은 그동안 그룹의 큰 수익을 담당해온 부동산 분야를 이 회사로 특화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더불어 롯데자산개발의 몸 불리기는 롯데그룹 총수 일가에게도 적잖은 이익을 안겨줄 전망이다. 롯데자산개발에 주주로 참여 중인 주요 계열사들이 신격호 회장 일가가 대주주로 앉아 있는 회사들이기 때문이다.

롯데자산개발 지분 29.85%를 보유한 최대주주 롯데쇼핑의 경우 한국롯데를 물려받게 될 신격호 회장의 차남 신동빈 부회장(14.59%)과 신 회장 장남인 일본롯데의 신동주 부사장(14.58%), 그리고 이들 형제의 누나인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0.79%) 등이 주요주주로 올라 있다. 롯데자산개발 지분 6.71%를 보유한 롯데미도파는 롯데쇼핑의 지배를 받는 회사다.

롯데제과 역시 롯데자산개발 지분 6.71%를 갖고 있다. 롯데제과는 신 회장이 지분 11.33%, 신동빈 부회장이 4.88%, 신동주 부사장이 3.48%, 신영자 부사장이 2.52%를 각각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롯데자산개발 2대주주인 롯데건설(지분율 17.62%)에서도 신 회장 일가가 소량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다. 신 회장 일가가 대주주로 참여 중인 계열사들의 롯데자산개발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결실을 맺으면 결국 신 회장 일가의 이익도 늘어나는 식으로 지배구조가 물려 있는 셈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