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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서 모스크바까지… ‘유통 거인’ 세계를 품다

곡산 2009. 1. 21. 07:02

소공동서 모스크바까지…

‘유통 거인’ 세계를 품다

창립 30돌 맞은 롯데쇼핑

79년 시작 1년만에 유통 1위

170여개 마트ㆍ슈퍼와 시너지

베이징 이어 베트남 출점 준비

1979년부터 2009년까지. 30년 전 서울 중구 소공동 1번지에 터를 잡은 롯데백화점 본점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만 영플라자, 에비뉴엘로 소공동 일대 ‘롯데의 영역’을 넓혔고, 본점은 거듭된 증축과 리뉴얼로 한층 세련미를 갖췄다. 전국적으로 25개의 백화점을 거느렸고, 대형마트와 슈퍼, 인터넷쇼핑몰과 홈쇼핑으로 유통 부문도 확장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임대매장 위주의 백화점과 재래시장 형태에 머물렀던 유통산업은 롯데백화점 개점과 함께 진화를 거듭해온 셈이다. 덕분에 제과에서 출발한 롯데지만 어느새 30년의 세월을 거치며 유통이 그룹을 떠받치는 단단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왕국’이라는 롯데의 별칭이 ‘유통’ 뒤에 붙는 이유다. 서른 살 생일을 맞아 발간된 ‘롯데쇼핑 30년사’를 통해 롯데쇼핑이 한국 유통사에 남긴 발자취를 더듬어보고 세계로의 도약 계획을 살펴봤다.

▶백화점 출점 늦둥이가 30년간 유통 1번지=한국 최초의 백화점은 1906년 지금 서울 명동 사보이호텔 자리에 들어선 미츠코시 오복점이었다. 소규모 잡화점 정도의 점포가 근대화된 백화점 형태를 갖추고 본격적인 경영 체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1954년 미도파백화점이 개점했고, 1963년 삼성그룹은 구(舊)미츠코시 경성 지점인 동화백화점의 상호를 신세계로 바꿨다.

신세계를 가진 삼성이나 미도파를 경영한 대농에 비해 롯데는 출발이 늦었다. 롯데백화점이 소공동 터에 롯데쇼핑센터라는 이름으로 오픈한 것은 1979년 12월 17일. 착공한 지 3년8개월 만이었다. 그러나 영업면적 1만9835㎡에 지하 1층, 지상 7층인 롯데백화점은 규모부터 다른 백화점의 2~3배에 달했다. 유니폼을 갖춰 입은 종업원들의 깍듯한 인사와 친절한 서비스는 처음 선보이는 것이었고, 백화점 내부는 고급 자재와 화려한 쇼윈도로 치장됐다.

덕분에 개점 당일엔 백화점을 ‘구경’하러 나온 사람이 30만명에 달했고, 소공동 일대가 북새통을 이뤘다. 밀려드는 고객 때문에 백화점 측은 셔터를 3차례나 닫았다 올려야만 할 정도였다. 덕분에 개점 100일 만에 롯데쇼핑센터의 입점객은 1000만명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10만여명이 다녀간 셈이다.

롯데백화점은 개점 다음 해인 1980년 454억원의 매출로 시장점유율 38%를 기록했다. 단숨에 신세계백화점을 제치고 유통업계의 정상을 차지했다. 이어 1982년엔 단일 점포로서는 국내 유통업체 최초로 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고, 1994년엔 백화점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15년이 지난 올핸 9조원을 목표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성장과 선전의 비결로는 ‘롯데호(號)’를 이끄는 신격호 회장의 넓은 안목과 치밀한 추진력이 먼저 꼽힌다. 신 회장은 안정적인 경영을 지향하지만 일단 결심이 서면 새로운 도전 앞에서는 망설이지 않는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다. 자본을 모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일단 방향을 정하면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발빠른 부지 확보와 인수ㆍ합병(M&A) 전략을 통해 현재 롯데는 유통 부문에서 25개 점포의 백화점과 63개의 롯데마트, 110개의 롯데슈퍼로 확장했고, 인터넷쇼핑몰과 홈쇼핑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올리고 있다.

롯데는 부채가 거의 없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기업에 있어서 차입금은 우리 몸의 열과 같고, 과다한 차입금은 만병의 근원’이라는 신 회장의 지론에 따른 것이다. 덕분에 외환위기 당시에도 롯데의 자본금 대비 부채 비율은 80% 안팎에 그쳤다.

▶소공동에서 모스크바까지=롯데쇼핑은 30년간 국내에서 쌓은 유통 노하우를 이젠 해외시장 공략에 활용할 계획이다. 신격호 회장 역시 사사 발간 기념사를 통해 “지난 30년간 롯데쇼핑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많은 성장과 발전을 이룩했지만, 이제 글로벌 무한경쟁이라는 새로운 출발선 위에 있다”며 “이제 롯데쇼핑은 국내를 넘어 보다 원대하게 펼쳐진 세계 시장을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는 뜻을 밝혔다.

롯데쇼핑은 지난 2006년 국내와 영국 런던 동시 상장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한 길을 열었다. 업계 최초로 2007년 9월엔 러시아 모스크바에 롯데백화점 해외점포 1호점을 오픈했다. 지난해 중국 베이징올림픽 기간에 2호점을 열었다.

롯데마트 역시 2007년 12월에 중국 마크로 8개점에 이어 지난해엔 인도네시아 마크로 19개점을 인수하며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업 M&A를 통해서뿐 아니라 지난해 11월엔 베트남 호찌민 시에 베트남 1호점을 개설하며 해외 3개국에서 28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앞으로도 브릭스(VRICs: 베트남 러시아 인도 중국) 위주로 해외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백화점의 경우 이미 진출해 있는 러시아와 중국의 주요 도시가 대상이지만 인도와 베트남에도 주재원을 파견해 백화점 오픈을 위한 사전 조사와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유통업의 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으로 판단하고 베이징뿐 아니라 상하이 톈진 선양 칭다오 광저우 항저우 청두 우한 등 주요 대도시를 후보군에 올려놓았다.

러시아는 모스크바 추가 출점은 물론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을 추가 백화점 출점 도시로 검토하고 있다. 베트남 역시 하노이를 중심으로 출점을 검토 중이고, 지난해 현지 법인을 설립한 인도의 경우 뉴델리 뭄바이 방갈로르 등 인구 1000만명 이상 대도시를 중심으로 출점을 추진하고 있다. 30년간 ‘한국형 유통’ 노하우를 축적한 롯데쇼핑이 이를 바탕 삼아 어떠한 글로벌 롯데로 변신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정현 기자(hit@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