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따라 MB물가지수에 편입된 제품의 가격 인상을 자제한 기업들이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한계 상황에 몰린 탓이다.
특히 정부의 요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격 인상을 밀어붙인 업체들은 극심한 소비 침체에도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어 대비된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정부 정책에 따르면 손해’라는 관행이 이번에도 입증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결국 그동안 가격 인상을 자제해 온 기업들이 더 이상 가격 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어 물가가 줄줄이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는 물론 시민단체까지 가격 인상 자제를 압박했던 밀가루 업체의 경우 타격이 가장 컸다. 정부는 밀가루를 직접 수입하겠다고 밀가루 업체를 압박했으며 시민단체는 오히려 가격을 인하하라고 으름장을 놨었다. 급기야 밀가루 업체들은 지난 4월과 5월 밀가루 값을 인상했다가 정부의 물가 안정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석달 만에 밀가루 값을 내렸다.
그 결과는 CJ제일제당의 경우 3·4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5% 증가했지만 적자로 돌아서 당기순이익 -250억원을 기록했다. 대한제분도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38% 상승했음에도 불구 영업이익은 -174억원을, 삼양사 역시 적자로 전환해 당기순이익 -330억원을 기록했다.
서울우유도 당초 3월 흰 우유 가격을 인상키로 했으나 ‘서울우유 1ℓ’가 ‘특별관리품목’으로 지정되는 시점과 맞물려 인상 시기를 놓친 나머지 상반기 적자(-50억원)을 기록했다. 결국 서울우유는 7월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그러나 농심, 롯데제과 등은 리뉴얼하는 편법을 동원해 가격을 올리거나 양을 줄이는 방법으로 MB물가지수를 요리조리 빠져 나갔다. 특히 이들 밀가루 수요업체는 밀가루 인하에 따른 가격인하 압박을 받았으나 인상된 가격을 그대로 고수해 하반기 이후 실적을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MB물가지수’가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하면서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달 설탕 가격이 인상되면서 음료업계가 이미 가격을 인상하거나 내년 초 인상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코카콜라는 지난 1일부터 전 제품의 출고가를 인상했다. 콜라는 4∼7%, 미닛메이드 주스가 10∼12% 인상됐다. 또한 롯데칠성과 해태음료도 주스제품을 10%가량 인상할 계획이다. 여기에 간장, 고추장 등 장류업체도 환율 영향으로 가격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MB물가지수 품목에 대한 가격은 우리가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과 공동 협력 하에 상생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MB물가지수는 통제 개념이 아니라 정부가 물가안정 노력을 강화한다는 하나의 수단이자 표현”이라고 말했다.
/yoon@fnnews.com 윤정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