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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CEO―(77) 삼이원식품 정재수 사장]

곡산 2008. 10. 20. 08:58

[크리스천 CEO―(77) 삼이원식품 정재수 사장]

“충성된 종 심정으로 고향 섬길 것”


'Why not change the village(마을을 왜 변화시킬 수 없는가).'

우리나라 낫도 시장의 선두주자인 삼이원식품 충북 영동공장 입구에 걸려 있는 문구다. 지난해 정재수(56·개포동교회 장로) 사장은 영동에 낫도 생산라인을 갖추며 줄곧 이 말을 되뇌었다.

오랫동안 조명사업을 해온 정 사장은 5년 전부터 웰빙식품으로 알려진 일본식 청국장 낫도 사업에 뛰어들었다. 강원도 평창과 경북 안동에서 낫도를 생산해온 정 사장은 사업이 안정권에 접어들 무렵 기막힌 소식을 접했다. 고향인 충북 영동이 이단의 근거지로 변하고 있다는 것. 그는 짐을 싸들고 영동군 학산면 고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기 위해 뭔가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폐교 건물과 운동장까지 총 1만900여㎡를 매입했다. 이 땅은 바로 60여년 전 정 사장 부친이 지역의 교육발전을 위해 초등학교 부지로 희사한 것이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아버지의 흔적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폐교로 변한 학교 건물과 관사, 그곳에서 50여m 떨어진 곳에는 아버지가 세운 범화교회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곳에 낫도공장을 세워 아버지처럼 지역에 보탬이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정 사장의 손이 닿자 폐교는 삼이원식품 영동공장 사무실로, 맞은편에는 일본산 낫도 최첨단 완전 자동 생산설비라인을 갖춘 공장이 세워졌다. 특히 운동장 중앙에는 성경에서 이삭의 우물로 불리는 '르호봇'이 들어섰다. 르호봇은 정 사장이 깨끗한 물을 개발해 최고의 낫도를 생산하자며 새벽기도를 시작한 지 60일 만에 일라이트 광맥이 흐르는 지하 212m에서 터진 천연 암반수였다.

이런 기적의 장소를 널리 알리고자 그는 플래카드에 비전을 적었다. 그것이 '마을을 왜 변화시킬 수 없는가'이다. 즉,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정 사장의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농촌의 소득을 증가시켜 농민의 삶을 살 만하게 변화시키자는 그의 소망이 담겨 있다. 회사명 '삼이원'도 '고객을 이롭게, 농민을 이롭게, 사원을 이롭게 한다'는 뜻을 담아 지었다.

그러나 공장 설립 초기 시련도 많았다. 콩 씻은 물이 금강을 오염시킨다는 투서로 곤욕을 치렀다. 이단의 횡포도 심심찮게 발생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주민들의 냉담함이었다.

"당시 영동 지역에 가뭄이 들어 주민들이 참 힘들었습니다. 그때 제가 이 지역 모든 세대에 암반수를 식수로 공급했지요. 이후 주민들이 적극 격려해줬습니다. 현재 암반수는 주민들의 주 식수원이기도 합니다. 또 원하는 주민들을 공장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했습니다."

천연 암반수를 사용한 삼이원식품의 '하이낫도' 제품은 현재 홈쇼핑이나 백화점, 대형 할인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끈적이는 점성을 거북해하는 이들을 위해 환이나 가루 제품도 나온다. 지난달엔 일본의 낫도생산 상위업체인 마루미야낫도와 합작회사 설립 계약을 맺었다. 다음달부터 마루미야낫도가 국내에 수출해온 월 1억원 이상의 낫도를 OEM 방식으로 영동 공장에서 본격 생산한다. 또 삼이원식품들이 일본으로 수출된다.

이달부터 정 사장은 '물 장사'에도 나섰다. 기적의 우물인 암반수가 아토피 환자에게 좋다고 소문이 나면서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정 사장은 수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미네랄 함량이 많다는 것을 알아냈고 '밸런트 워터'로 상표 등록을 마친 뒤 지난달부터 생수개발에 들어갔다. 그는 "하나님께서는 어떤 모습으로든 계속 기적을 만들어주고 계신다"며 "충성된 종의 심정으로 열심히 지역을 섬기겠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공장을 설립하며 부지의 10분의 1을 범화교회 새 성전 부지로 헌납했다. 50년 전 아버지가 세운 범화교회는 아들이 마련한 '더 좋은 땅'으로 자리를 옮겨 이달 말 준공을 목표로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2대에 걸친 아름다운 헌신의 모습을 통해 정 사장의 고향은 복음의 열매로 무르익고 있다.

영동=글·사진 노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