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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호] 김호연 끝없는 ‘정치 야망’ <내막>

곡산 2008. 10. 22. 08:20

[제667호] 김호연 끝없는 ‘정치 야망’ <내막>
| 2008·10·21 09:56 |
  
지난 4·9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이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다. 낙선의 충격을 훌훌 털고 대외행보에 본격 나선 것. 과거 ‘은둔의 경영자’란 닉네임이 무색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어찌 보면 경영자 시절보다 더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회사 지휘봉을 놓은 그가 뭐가 그리 바쁜 것일까.

4년 뒤 꽃 필 텃밭에 물주나

지난 4월9일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소속으로 충남 천안에서 도전장을 던진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은 현역인 박상돈 자유선진당 의원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접전 끝에 고배를 마셨다.
여느 낙선자와 마찬가지로 김 전 회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 3월 선거에 전념하기 위해 빙그레 회장직에서 물러나 딱히 할일도 없었다. 주변인들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낙마 이후 집에서 두문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재계에서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재계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은 재임 시절 외부 활동이 거의 없어 은둔의 경영자로 불렸다”며 “30년 넘게 기업 활동을 하면서 정치인의 뜻을 품은 만큼 낙선의 충격도 컸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 전 회장도 “선거 출마는 갑작스런 결정이 아니다. 기업 활동을 하는 동안 정치를 하고 싶다는 강한 소망을 진작부터 갖고 있었다”고 출마의 변을 밝힌 바 있다.
그의 칩거는 선거 후 두 달 가까이 계속됐다. 김 전 회장이 공식적으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6월. 천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천안발전포럼’발족식에서다. 김 전 회장은 천안발전포럼 대표를 맡고 있다.
천안발전포럼은 천안의 발전과 올바른 정책지식의 공유·확산을 위해 발족한 단체. 천안이 당면하고 있는 교통, 환경, 교육, 복지, 문화, 경제 등 각 분야의 현안과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분기별 1회씩 정기 정책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이 부회장으로 있는 백범 김구 기념사업회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의 부인인 김미씨는 김구 선생의 손녀다. 김 전 회장은 김구재단 이사장이기도 하다. 그는 소유 주식 등 약 1백70억원 정도의 사재를 털어 김구재단을 설립했다. 김구재단은 천안발전포럼을 지원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또 윤봉길·이봉창 기념사업회 등 독립·민족지도자에 대한 추모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김 전 회장이 천안을 기반으로 활동 보폭을 넓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천안발전포럼을 발족한 것도 그렇고, 김구재단 사무실을 서울에서 천안으로 옮긴 것도 그렇다. 그는 지난 7월 한국자유총연맹 천안시지부장에 취임한데 이어 충청장학문화재단 이사에 새로 선임되기도 했다.
그는 지부장 취임사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더불어 사는 지역사회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일각에선 김 전 회장의 차기 총선용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천안은 김 전 회장의 선친인 고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의 고향이다. 백부인 고 김종철 전 국민당 총재가 6선 의원을 지낸 지역 또한 천안이다. 둘째 숙부인 김종식 전 의원도 김 전 총재가 작고하자 천안 지역구를 물려받아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다.

4·9총선 낙마 천안서 기반 다지기 시동 “뼈 묻겠다”
천안포럼 발족 등 맹활약…한나라당 당협위원장 선출

이런 인연 탓에 김 전 회장은 천안을 ‘정신적 고향’으로 여기고 있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천안은 제 집안의 뿌리이자, 독립운동가 기념사업을 펼쳐 온 저에게는 정신적 고향”이라며 천안과의 인연을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 전 회장은 ‘정치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한나라당의 충남도당 당원협의회 조직 정비에서 천안 지역위원장에 올랐다. 김 전 회장은 지난 8월 충남도당 주요당직자 워크숍에서 “새롭게 개편된 도당 주요당직자들이 한나라당이 충청의 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차기 총선을 노리고 있다는 시각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는 지역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천안에서의 활동은) 정치활동이 아니라 정책활동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총선 당시) 내가 천안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를 했기 때문에 지역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건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도 “정치활동이라고 해서 아주 별스럽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진심을 갖고 시민들의 애로를 함께 고민하고, 봉사하고, 또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정치의 바른 모습이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은 또 “천안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지난 총선에 출마한 만큼 천안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은 ‘정치인 김호연’에게는 당연한 과제”라며 “선거에서 선택받고 선택받지 못하고는 그 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19대 총선은 2012년 4월 치러진다. ‘정치 야망’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지금부터 부지런히 텃밭을 가꿔야 한다. 정치인 집안의 피가 흐르는 김 전 회장이 다음 선거에서 다시 ‘정치 본색’을 드러낼지 주목된다.


김호연 경영복귀설 진상-회장실 문패 왜?
오너 없는 빙그레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의 경영 복귀 여부도 관심거리다. 김 전 회장은 지난 3월 18대 총선을 앞두고 빙그레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그는 “그동안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큰 그림을 그리고,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는 데 주력해왔다”며 “대표이사 회장직 유지 여부가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보나, 정치에 전념한다는 상징적 차원에서 퇴임한다”고 밝혔다.
빙그레는 대신 당시 이건영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당초 김 전 회장의 빈자리를 메울 것으로 알려졌던 정수용 대표이사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빙그레는 이에 따라 김호연, 정수용 공동대표에서 이건영 단일 대표이사 체제로 바뀌게 됐다.
김 전 회장은 1992년 한화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빙그레를 맡아 ‘김호연 단독대표 체제’를 구축해오다 2000년 정수용 부회장을 새 대표이사로 임명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났다. 그는 현재 빙그레 주식 3백27만여주(33.26%)와 한화 주식 12만여주(0.17%)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보유주식 가치는 1천억원이 넘는다.
업계 일각에선 김 전 회장이 빙그레의 연말 인사를 전후해 회장직에 다시 오를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다. 빙그레 본사 사옥에 마련된 김 전 회장의 사무실도 그대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빙그레 측은 김 전 회장의 복귀설에 대해 “김 전 회장의 경영 복귀 계획은 전혀 없다”며 “본사 회장실은 폐쇄하지 않았지만, 내부의 사무기기 등 김 전 회장의 사물을 모두 철수해 텅 비어 있는 상태”라고 일축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