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별난 냄새, 그러나 머릿속에 각인되는 발효식품들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6.07.21 07:41
독특한 향미가 제품의 정체성…자국민엔 고향의 맛이자 미식
신동화 명예교수(전북대·한국장류기술연구회장)

인류가 출현하기 이전, 태초부터 존재했던 수많은 발효식품은 무기물과 유기물을 이용하는 미생물의 생존 수단이 빚어낸 자연의 산물이었다. 인류의 생존 역사 또한 이러한 발효식품의 활용과 궤를 같이한다.
본래 발효란 미생물의 작용 중 인간의 기준에 따라 '유익한 것'과 '해로운 것(부패)'으로 분류한 것인데, 그 나눔의 가장 중요한 잣대가 바로 맛과 '냄새'가 아닌가 한다.
대부분 발효식품은 미생물이 내는 효소작용에 의해 원료 중 고분자 물질이 분해되고, 이 분해 산물들이 다시 새로운 물질로 합성되면서 고유하고 독특한 향미를 발현한다. 이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요소는 휘발성 성분에 의한 냄새, 즉 향이다. 거의 모든 발효식품은 저마다 독특한 향미를 지니고 있어, 냄새만 맡아도 어떤 식품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우리의 대표적 발효식품인 청국장, 된장, 고추장 등은 눈을 감고 냄새만으로도 제품을 명확히 감별해 낼 수 있을 정도다. 즉, 독특한 냄새가 곧 발효제품의 정체성을 스스로 나타내는 셈이다.
우리 발효식품 중 가장 차별화된 냄새를 풍기는 대상은 단연 청국장이다. 다른 식품과 비교 불가능한 청국장만의 독특한 향은 그 자체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영양학적 가치와 함께 그 깊은 맛을 즐기는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 여러 나라의 발효식품 중 이처럼 독보적인 냄새를 풍기는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나라와 민족마다 문화적 배경에 따라 매우 다르고 독특한 향미를 지닌 제품들이 많다. 특히 타 문화권의 사람들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 만큼 강렬한 제품들도 여럿이 있다.
이러한 차별화된 냄새는 주로 단백질 원료를 이용할 때 발생한다. 원료에 함유된 단백질이 발효 미생물의 작용으로 분해되면서, 질소를 함유한 저분자 휘발성 물질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젓갈류와 유럽 각국을 대표하는 치즈류가 대표적이다. 치즈 발효에 관여하는 미생물 군집은 소화를 돕는 등 각기 다른 수백 가지의 특성이 있다. 예컨대 블루치즈의 쿰쿰한 냄새에 중독되는 것은 시트러스 계열의 톡 쏘는 향기에 이끌리는 심리와 비슷하다.
그렇다면 이 강렬한 냄새들을 우리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림버거(Limburger) 치즈는 인간의 발 냄새를 유발하는 것과 비슷한 계열의 세균이 만들어 낸다. 이와 유사한 스팅킹 비숍(Stinking Bishop), 에푸아스(Époisses) 치즈 등의 향미를 표현하자면 '이성을 유혹하는 체취'와 '페로몬' 그 사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독특한 향 발산 특성을 이용해 모기를 유인하는 연구에 활용하기도 한다.
육류 발효제품에서 증식하는 진균(곰팡이) 역시 고기의 지방과 단백질을 기질로 삼아 소시지만의 차별화된 맛과 향을 만들어 낸다. 유럽의 전통 육가공품인 살라미(Salami), 소프레사타(Sopressata), 카포콜로(Capocollo) 등의 생산에는 페니실리움 살라미(Penicillium salami)같은 유익한 곰팡이가 관여한다. 이들의 포자가 발효실을 점령함으로써 대를 이어 일정하고 고유한 향미를 지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지독한 냄새의 백미는 아마 그린란드 상어고기를 발효시켜 만든 '하카를(Hákarl)'일 것이다. 마치 찌르는 듯한 썩은 오줌 냄새(암모니아 향)가 나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사람은 수용하기 어렵지만, 아이슬란드 토착민들에게는 귀한 전통 발효식품이다. 특히 이 발효 과정은 상어고기 자체에 포함된 치명적인 독성 물질을 제거하는 과학적 역할도 한다.
영국의 특산물인 '마마이트(Marmite)'는 맥주 양조 과정에서 나오는 폐 효모를 이용한 발효식품이다. 강한 감칠맛과 함께 특유의 씁쓸하고 퀴퀴한 향이 나는데, 우리네 오래된 씨간장의 풍미와도 닮았다. 주로 빵에 발라 먹지만 본고장인 영국 내에서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스웨덴 등 북유럽에서 즐겨 먹는 '수르스트뢰밍(Surströmming)'은 청어를 염장 발효시킨 음식으로, 흔히 하수도관 뚜껑이 열렸을 때 나는 냄새에 비유되곤 한다. 이 강렬한 악취는 여행객들에게 해당 국가를 각인시키는 강렬한 촉매제가 된다.
우리의 '발효 홍어' 역시 이들과 겨루어도 절대 뒤지지 않는 강력한 암모니아성 풍미를 자랑한다. 생선 발효제품으로는 가나의 '모모네(Momone)', 이집트의 '페시크(Fesikh)'가 있으며, 깊은 맛을 내는 우리 '액젓' 또한 이 계보에서 빠질 수 없다.
이러한 독특한 냄새와 맛은 낯선 이들에게는 거부감을 줄 수 있으나, 오랜 세월 이를 접하며 자란 자국민들에게는 결코 잊지 못할 고향의 맛이자 향수이다. 콩을 발효해 만든 중국의 '수푸(부유, 腐乳)' 역시 여행 중 독특한 향미로 기억에 남는 식품 중 하나일 것이다. 김치와 된장찌개 향에서 고향 어머니를 연상하는 것은 한국인임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증표다.
세계는 넓고, 미생물과 인간의 대화가 만들어 낸 독특한 발효식품의 세계는 이토록 다양하다. 코를 찌르는 최악의 악취 뒤에 숨겨진 깊은 감칠맛은, 인류의 뇌리에 가장 강렬하게 각인되는 최고의 미식 경지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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