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이아름 식품기술사의 컴플라이언스 리포트]15화: "초콜릿에 곰팡이가 폈어요"… 사실은 여름이 남긴 흔적

곡산 2026. 7. 19. 07:50
[이아름 식품기술사의 컴플라이언스 리포트]15화: "초콜릿에 곰팡이가 폈어요"… 사실은 여름이 남긴 흔적
  •  이아름 식품기술사
  •  승인 2026.07.18 12:34

가을마다 반복되는 소비자 문의… 블룸(Bloom)은 미생물이 아니라 유통 과정서 생긴 품질 변화
사진은 특정기사와 무관 (@pixabay)

"초콜릿에 하얗게 곰팡이가 피었습니다."
9월 무렵이 되면 식품회사 고객센터에는 해마다 비슷한 소비자 클레임이 접수된다.

초콜릿 표면이 하얗게 변해 있으면 대다수 소비자들은 곰팡이가 생긴 것으로 생각하고 불량식품으로 신고한다. 그러나 실제 원인은 미생물이 아니라 여름철 유통 과정에서 발생한 '블룸(Bloom)' 현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흥미로운 점은 소비자의 클레임은 가을에 접수되지만, 그 원인은 이미 한여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여름철 반복된 온도 변화가 몇 달 뒤 소비자의 손에서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현상이다.

초콜릿은 다른 과자류보다 온도 변화에 훨씬 민감한 식품이다. 제조 직후 아무리 완벽하게 템퍼링(Tempering)을 마쳤더라도 유통 과정에서 녹았다가 다시 굳는 일이 반복되면 내부 결정 구조가 변하면서 표면이 하얗게 변하는 블룸 현상이 나타난다.

블룸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발생한다. 하나는 카카오버터가 녹았다가 다시 굳으면서 표면으로 이동해 생기는 지방 블룸(Fat Bloom)이고, 다른 하나는 습기에 의해 녹은 설탕이 다시 결정화되면서 나타나는 설탕 블룸(Sugar Bloom)이다. 두 현상 모두 미생물이 증식한 것이 아니라 온도와 습도 변화에 따른 물리적인 재결정화 현상이라는 점에서 원인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따라서 블룸이 발생한 초콜릿은 독소를 생성하거나 식중독을 일으키지 않는다. 안전성만 놓고 보면 섭취해도 문제가 없는 제품이다.

하지만 안전성과 품질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블룸이 생긴 초콜릿은 반짝이던 광택은 사라지고 표면이 얼룩처럼 하얗게 변해 외관부터 달라진다. 카카오버터와 설탕이 균일하게 형성하고 있던 결정 구조가 무너지면서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던 특유의 식감도 변한다. 매끄럽게 녹아내리던 초콜릿 대신 다소 거칠고 퍼석한 느낌이 나타나고 풍미 역시 감소한다.

법적으로는 안전한 식품일 수 있지만 소비자가 기대했던 초콜릿의 품질은 이미 크게 떨어진 상태인 것이다.

품질은 공장에서 무너지지 않는다

현장에서 가장 자주 확인되는 문제는 제조 공정보다 유통과 보관 환경이다.

많은 물류센터의 상온 창고는 냉장·냉동시설과 달리 온습도가 정밀하게 관리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여름 창고 안으로 들어가 보면 숨이 턱 막힐 정도의 열기가 느껴지는 곳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초콜릿이 부분적으로 연화되거나 녹기 쉽다.

물류센터 관리가 잘 이뤄진다고 해서 안심할 수도 없다.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서는 직사광선이 비치는 진열대나 출입문 가까이에 초콜릿이 놓여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고, 창고 역시 환기가 원활하지 않으면 쉽게 고온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처럼 유통과 판매 과정에서 초콜릿이 녹았다가 다시 굳는 일이 반복되면 블룸이 발생하고, 소비자는 몇 달 뒤 제품을 구매한 후에야 그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가을에 접수되는 소비자 클레임의 원인은 여름철 품질관리에 있었던 셈이다.

곰팡이와 블룸은 어떻게 다를까

소비자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곰팡이가 핀 것이 아니냐"는 점이다.

다행히 블룸과 곰팡이는 비교적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블룸은 냄새가 거의 없고 표면 전체에 고르게 하얀 결정이 형성된다. 반면 곰팡이는 쉰내나 부패취가 나며 솜털처럼 입체적으로 자라거나 푸른빛 또는 녹색 포자가 관찰된다.

만약 이취가 발생하거나 곰팡이 특유의 형태가 보인다면 블룸이 아니라 미생물에 의한 변질 가능성을 의심하고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온 유통 가능'과 '품질 유지'는 다르다

초콜릿은 법적으로 상온 유통이 가능한 식품이다. 그러나 상온 유통이 가능하다는 것과 여름철 어떤 환경에서도 품질이 유지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제정 초기부터 식품의 안전성과 함께 소비 적합성(Suitability)을 중요한 목표로 제시해 왔으며, 최근 개정판에서도 이 원칙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다시 말해 식품은 단순히 안전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기대하는 품질을 유지한 상태로 전달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초콜릿 블룸은 이러한 소비 적합성의 중요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블룸이 생긴 초콜릿은 안전하게 먹을 수 있지만, 소비자는 하얗게 변한 외관과 달라진 식감만으로도 이미 품질이 떨어진 제품이라고 판단한다. 소비자가 기억하는 것은 '법적으로 안전했던 제품'이 아니라 처음 구매했을 때 기대했던 맛과 품질이다.

기후변화로 폭염이 일상이 된 지금, 초콜릿 품질관리도 달라져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상온 보관이 가능한 식품'이라는 기준을 충족했는지가 아니라, 유통과 판매의 모든 과정에서 제품이 녹지 않는 환경을 얼마나 유지했는가가 더 중요하다.

좋은 품질은 제조공장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손에 전달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지는 관리 속에서 완성된다. 여름철 하루의 관리가 몇 달 뒤 가을, 소비자의 신뢰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식품업계는 다시 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아름 식품기술사는...
국내 식품 연구소에서 15년 이상 국내외 유통사 및 제조사를 대상으로 식품안전 시스템 구축·적용, 컨설팅, Audit(FSSC22000, HACCP) 및 교육 업무를 수행해 왔다.

현재는 식품 안전·법규·인증 기준을 중심으로 외식업과 식품 제조업 현장을 연결하는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정리하고 실무 기준에서 실제로 적용 가능한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저서 『음식점과 제조업을 지켜주는 단 한 권의 가이드』를 통해 창업 및 운영 과정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를 정리했으며, 프랜차이즈 업태별 식품안전 관리 주체와 법·제도 보완 필요성을 분석한 논문 “The Korean food franchise industry: Diverse development and conceptual definitions of a food safety managing body”를 공동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