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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매운맛’ 표준 지표 설정 시급

곡산 2024. 11. 19. 20:04

 

‘K-푸드 매운맛’ 표준 지표 설정 시급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4.11.19 07:54

불닭 사태, 정량적 수치화 필요성 제기
하루 0.7~3.3mg 적당…30~90mg 섭취 건강 위해성
스코빌지수 대신할 과학적 체계·직관적 표시 제정을
삼양라운드스퀘어 매운맛 지표인 ‘BFL’ 개발 추진
섭취 시 맵도 값 기준 내수·수출용 제품에 동일 적용

최근 덴마크에서 한국 라면 ‘불닭볶음면’이 ‘너무 맵다’는 이유로 리콜 조치됐다가 두 달 만에 규제가 풀린 사건이 있었다. 덴마크 식품당국의 리콜 조치에 제조사 삼양라운드스퀘어(前 삼양식품)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실제 조리 후 섭취하게 되는 캡사이신 함량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제출하는 등 적극 대응해 오명을 벗을 수 있었다.

불닭볶음면 리콜 해프닝을 전 세계 주요 언론이 집중 보도하게 되면서 리콜 조치됐던 6월 한 달간 구글에서 불닭볶음면 검색량이 역대 최고를 찍는 등 세계인의 관심이 폭증, K매운맛이 재조명되는 계기가 돼 전화위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듯 ‘K매운맛’이 전 세계를 호령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캡사이신 등 매운맛에 대한 표준지표 설정과 관련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난 13일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컨슈머소사이어티코리아 2024’에서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 주최로 ‘K-푸드 매운맛 캡사이신의 역할과 안전성’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에서 ‘K매운맛’이 글로벌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캡사이신 등 매운맛에 대한 표준지표 설정과 관련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사진=식품음료신문)

지난 13일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컨슈머소사이어티코리아 2024’에서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 주최로 ‘K-푸드 매운맛 캡사이신의 역할과 안전성’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가 진행됐다. 학술대회에서는 매운맛을 중심으로 한 K푸드의 수출전략과 캡사이신 관련 안전 이슈, 소비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안 등에 관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학술대회에서 ‘한국인의 캡사이시노이드 섭취량 추정 및 섭취 안전성’에 대해 발표한 이화여자대학교 권영주 교수는 “고추의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시노이드(Capsaicinoids)는 캡사이신과 디하이드로캡사이신 등 다양한 유사체의 총칭으로, 섭취시 에너지 균형, 비만에 주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지만 점막 자극으로 위장 장애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유익성과 유해성은 섭취량에 따라 판가름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 연구팀은 캡사이신의 섭취 건강효과를 알아보기에 앞서 문헌연구와 HPLC(고성능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분석을 통해 주요 매운 식품들의 캡사이시노이드(캡사이신) 함량과 한국인의 평균 섭취량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고춧가루에는 100g당 26.2~153.6mg의 캡사이시노이드가 들어있다. 한국인이 많이 먹는 김치류인 물김치, 배추김치, 열무김치에는 각각 100g당 0.09~0.49mg, 0.47~2.71mg, 0.74~4.31mg이, 장류인 고추장, 쌈장에는 2.71~15.64mg, 0.68~3.91mg가 들어있다. 핫소스(타바스코소스), 김치만두, 고추참치 등 상용식품에 들어가 있는 캡사이시노이드 함량은 각각 100g당 20mg, 0.11~0.64mg, 1.78~8.52mg이 함량돼 있었다. 라면에는 1회 섭취량에 0.7~5.60mg가 들어있다고.

이러한 함량에 따라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해 계산한 섭취량은 고춧가루 중간 매운맛을 사용하는 가정에서는 하루에 3.25mg의 캡사이시노이드를 섭취, 아주 매운맛을 사용하는 가정에서는 7.91mg을 섭취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최고섭취량은 1일 118.01mg으로 여자보다 남자에서 높은 섭취량을 보이고, 30~50대에 섭취량이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 교수는 “캡사이신의 섭취 안전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하루에 0.7~3.3mg 사이의 섭취량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최대 19.4mg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30~90mg 이상의 극도로 높은 섭취량은 캡사이신으로 인한 위식도역류질환 등 건강 위해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양라운드스퀘어 윤아리 상무는 최근 있었던 덴마크의 불닭볶음면 리콜 사건 등 매운맛 관련 글로벌 이슈와 대응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발표에서 윤 상무는 “현재 불닭볶음면은 생산을 하면 바로 매출로 잡힐 정도로 글로벌 상승세를 구가하고 있다”며 “실제로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올해도 역대 최대 수출실적을 달성할 예정이다. 지난 2021년 6420억 원이었던 연매출액이 올해는 1조6522억원에 달해 4년새 3배 가까이 뛰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라면이 지속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K푸드만의 차별성과 현지화, 품질과 글로벌 규제적합성 4가지가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덴마크 리콜 사태에 따라 불닭볶음면을 비롯한 한국 라면을 글로벌 소비자가 매운맛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로 선택할 수 있고, 글로벌 스탠다드로 인정받기 위해 매운맛을 정량적으로 수치화하는 표준지표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기존 매운맛을 수치화하는 지수로는 ‘스코빌지수(SHU)’가 있다. 고추나 후추 등에 포함된 캡사이신의 농도를 계량화해 매운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지수로, 총 캡사이신의 15~16배를 해 수치화한다.

하지만 이러한 지수를 모든 식품에 적용하기는 힘들다. 특히 면과 함께 섭취하고물에 끓이는 조리과정이 있는 라면 제품의 경우 최종 소비자가 섭취하는 스코빌 지수가 상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윤 상무의 설명. 그는 업체가 제공하는 스코빌 지수만으로 정확한 맵기의 제품을 선택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덴마크 리콜 당시에도 라면 조리 후와 최종 섭취 시 캡사이신 함량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이 부재했다는 점이 리콜의 오류로 지적됐고, 불닭볶음면의 조리 후 캐사이신 함량이 총 캡사이신 함량의 위험 초래 기준인 11.8mg 미만임이 공신력 있는 글로벌 기관을 통해 밝혀졌기에 리콜이 해제될 수 있었다고 윤 상무는 설명했다.

이에 윤 상무는 라면 제품의 매운맛에 대해 과학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삼양라운드스퀘어는 내년까지 불닭볶음면 전 제품과 관련 매운맛 제품에 자사 매운맛 지표인 ‘BFL(Buldak Fire Level)’을 개발, 확대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BFL은 국가 공인의 KS 시험법을 통해 실제 취식시 맵도를 측정한 값을 기반으로 해 내수용과 수출용 제품에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글로벌 시장에 부합하는 맵도 표기 방식을 연구 중이라고 윤 상무는 전했다.

윤 상무는 “과학적 검증에 근거한 매운맛 지표에 대한 표준화, 객관화를 위해 제품 유형별 분석법을 확대하고 표준화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K푸드의 대표 맛인 매운맛에 대한 안전성의 인증으로 K푸드의 품질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K푸드 세계화에 따른 전 세계 매운 성분에 대한 연구를 선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학술대회에서는 매운맛을 중심으로 한 K푸드의 수출전략과 캡사이신 관련 안전 이슈, 소비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안 등에 관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사진=식품음료신문)

토론에 참여한 한국식품과학연구원 김정년 박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슈가 발생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서 우리 한국 식품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에 있어 K푸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외교가 가장 중요하다. 또 국제적인 조화를 이루기 위해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규제들은 과감히 철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래소비자행동 조윤미 대표는 “더 많은, 더 넓은 시장에 대비하고 대한민국을 대표되는 매운맛에 대한 인식을 더욱 넓히려면 이에 대한 공신력 있고 과학적인 체계와 이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고 다양한 품목에 적용할 수 있는 표시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내 소비자의 이익과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해 과다섭취, 중독 등을 피하기 위한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 식품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정보제공 방식들을 관련 단체, 정부와 적극적으로 대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