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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황 속 빵 소비 증가…웰니스 빵 580억 엔 규모

곡산 2024. 5. 13. 07:21
일본 불황 속 빵 소비 증가…웰니스 빵 580억 엔 규모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4.05.10 13:20

빵집 도산도 역대 최고…고물가·적자 누적·외상채권 회수난 등 주요인
갓 구운 빵 외엔 포장 빵 선호…슈퍼마켓 제품 고급화
IT와 접목 빵 구독 서비스…기업에 식사·간식용 제공
크룽지 등 한국산 베이커리 인기…수입액 2240만 불
삼립 ‘Bread 31’ 브랜드 론칭…이달 중 앙금빵 등 출시

고물가와 원재료 상승 등으로 일본의 빵집 도산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지만 빵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 또한 건강 지향에 따라 고급스러운 제품보다 웰니스를 강조한 제품을 찾고 있으며, 한국산 베이커리도 인기를 얻고 있다.

코트라 후쿠오카무역관이 도쿄상공리서치 조사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2023년 일본의 빵집 도산 건수는 역대 최다인 3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85% 증가한 수치이며, 근래 들어 최대치다. 도산 원인에 대해서는 해당 조사의 응답자 중 약 90%가 판매 부진과 적자 축적, 외상매출채권 등의 회수난 등이라고 답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된 원인은 판매 부진이었다. 판매 부진으로 인한 도산은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했고 전체 결과의 86.4%를 차지했다.

이러한 어려움은 코로나19 영향이 컸다. 빵집은 코로나 시기 테이크아웃 붐과 함께 음식점과 비슷한 지원을 받아 코로나 관련 도산은 낮은 수준이었지만 엔데믹 이후 각종 지원 효과가 옅어지면서 코로나19의 영향이 점점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코로나19 관련으로 도산한 빵집은 17건으로, 전체 도산 중 약 절반인 45.9%를 차지했다.

고물가도 도산에 큰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고물가로 인한 도산이 10건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했다. 지속되는 엔저와 유가 상승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빵의 원재료인 밀이나 버터, 우유 등의 가격이 상승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또 소비기한이 짧은 빵은 다른 식자재에 비해 폐기율이 높다는 점도 빵집의 경영난에 일조했다.

고급 빵집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3년 '세븐일레븐'의 '황금의 식빵'에서부터 시작된 고급 빵 붐은 현재 그 위세를 아직 되찾지 못하고 있다. 고급 식빵을 판매하는 '노가미'는 현재 운영 중인 매장의 90%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서는 최근 노가미의 점포는 전성기의 절반 수준이며 가맹점 폐점도 눈에 띈다고 보도했다.

불황에도 불구 빵 소비량은 증가

이처럼 빵집 도산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본 내 전반적인 빵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야노경제연구소가 코로나 사태 이후 빵집에서 빵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갓구운 빵을 제외하고는 포장한 빵을 가장 많이 선호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현지에서는 포장 없이 판매하는 빵집의 줄어든 수요를 포장된 빵을 판매하는 편의점 또는 일반 마트의 전반적인 수요의 상승으로 상쇄해 전체 수요량이 늘어난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아울러 PR 타임스가 온라인 주문 고객을 대상으로 편의점 혹은 슈퍼마켓이 아닌 빵집에 가는 이유를 조사했는데, 가장 많은 소비자(77%)가 빵집에서만 살 수 있기 빵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으며 두 번째는 갓 구운 빵을 살 수 있다는 이유(55%)였다.

이에 대해 현지에서는 갓 구운 빵의 경우 슈퍼마켓이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현재 도쿄와 카나가와, 사이타마, 치바 등에 100개 이상 점포를 출점한 '이나게야'다. 이 점포 중 일부는 베이커리를 운영 중인데, 일반 빵집에 뒤처지지 않는 수준의 빵들이 판매되고 있으며 품질 또한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빵집의 특정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고품질의 빵을 구하기 위해 반드시 빵집을 가야 하는 이유가 줄어든 상황이다.

한편, 2010년 이후 일본의 빵 소비량은 쌀 소비량을 추월했고, 그 추세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밀가루 사용량도 늘고 있는데, 올해 2월 일본 농림수산성의 식품생산동태조사에 따르면, 식빵에 들어간 밀가루 사용량은 전년도 동월 대비 9.6% 증가했으며, 앙금빵, 크림빵 등이 속하는 카시 빵의 2월 밀가루 사용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가 증가했다.

자료 : PR TIMES / 후지경제그룹

웰니스 강조 제품 확대

2024년 1월 일본정책금융공고에서 발표한 '지향하는 식습관 등에 관한 조사 결과'에서 건강을 중시한다는 사람이 가장 많을 정도로 최근 웰니스를 고려한 소비자의 선호는 제빵 업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2020년 일본에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외식보다 집에서 식사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많은 브랜드가 흰 식빵 생산을 늘리는 탓에 웰니스 빵 시장이 축소됐다. 그러나 2021년 대기업 브랜드부터 저염을 내세운 제품이 발매되기 시작했고, 영양식으로써 섬유질과 통밀, 비타민, 칼슘, 단백질을 내세운 상품인 '베이스 브레드'가 편의점에 보급돼 시장이 확대됐다. 2022년에는 대형 브랜드가 빵에 기능성 표시를 취득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베이스 브레드가 대형 편의점에도 보급되면서 시장 규모가 확대됐다.

이러한 확장세는 후지 경제가 2023년 조사한 '카테고리별 웰니스 식품의 개발 트렌드 및 장래 전망'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2022년 웰니스 빵 시장은 558억엔 규모로 2021년 대비 12.3%로 성장했고, 2023년은 2022년 대비 3.6%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과거 웰니스를 강조한 상품들은 맛이 기존 제품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기술력 향상으로 맛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고, 건강에 대한 의식 향상에 힘입어 그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빵과 IT의 접목

빵 사업을 IT 사업화한 사례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곳이 'PAN for YOU'로, 정기 빵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 기업은 2017년 설립 이후 제빵사와 판매자, 소비자를 연결하는 3자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 네 가지를 서비스하고 있다.

이들은 먼저 기업을 대상으로 직원들의 복리후생을 위해 식사 및 간식용 빵을 제공하는 'PAN for YOU office'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가입한 기업 수가 400개 사가 넘는다고 한다. 또 빵을 판매하고자 하는 빵 가게를 다양한 방법으로 연결해 주는 'PAN for YOU Biz' 플랫폼과 전국 빵집의 갓 구운 빵을 배달하는 정기 서비스 'PANSUKU', 전국 빵집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빵 상품권 플랫폼 '전국 빵 공통권'을 운영 중이다.

△판매 부진으로 일본의 빵집 도산이 이어지고 있지만 편의점과 마트의 수요 상승으로 빵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 또한 한국 베이커리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 시작된 크룽지가 MZ세대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은 후쿠오카 현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크룽지(왼쪽)와 고양이 모양 식빵.(사진=기업 홈페이지)

한편, 한국 베이커리 제품이 일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무역관이 방문한 후쿠오카의 한 베이커리 전문점에 따르면,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크룽지와 고양이 모양 식빵이다. 크룽지는 크루아상의 생지를 누룽지처럼 납작하게 만든 후 구운 것으로 2023년 한국에서 시작됐다. 게다가 크룽지의 상품 설명이나 이름의 유래 등이 한국어로 적혀 있다고 하는데, 이는 한국에 관심이 있는 일본의 젊은 세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무역관은 말했다.

크룽지 외에도 고양이 모양 식빵도 인기다. 이는 귀여운 캐릭터 혹은 동물 모양을 활용해 맛뿐만 아니라 눈으로 보는 즐거움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마케팅은 이전부터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무역관은 예상했다.

이러한 수요 확대에 따라 대일 수출액도 늘고 있다. 일본 재무성 무역통계 따르면 2021년 1814만7000불이었던 수입액이 2023년에는 2242만2000불 규모로 23.5%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도 최근 현지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삼립이다. 삼립은 최근 일본 웰니스 빵 시장을 겨냥해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한 베이커리 브랜드 'Bread 31'을 론칭했으며, 5월 중에는 앙금빵과 견과류를 이용한 빵을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