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편의점 헬스장·커스텀 맥주…日 MZ 정조준스텔스 가전·일렉솔트·수소 요리 눈길 ‘확’

곡산 2023. 1. 25. 08:01

편의점 헬스장·커스텀 맥주…日 MZ 정조준스텔스 가전·일렉솔트·수소 요리 눈길 ‘확’

[2023년 일본 히트 예감 상품]

  • 노승욱 기자
  • 입력 : 2022.12.16 15:58:00
 
 
 
2023년 계묘년에는 어떤 ‘신상’이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을까.

기업가라면 누구나 알고 싶은 주제다. 이웃 나라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본 경제·트렌드 전문지 ‘닛케이트렌드(이하 닛케이)’는 최근 ‘2023년 일본 히트 예감 상품’ 리스트를 발표했다. 새해에 일본 시장에서 ‘뜰 만한’ 상품이나 이벤트를 영향력, 신규성(참신성), 판매 경향 등을 기준으로 선정했다. 저출산, 고령화, 비혼, 1인 가구 등 일본과 트렌드가 비슷하게 흘러가는 한국에도 시사점이 적잖을 듯하다.

2023년 日 주요 히트 예감 상품

편의점식 헬스장, 수소 요리 레스토랑

결론부터 얘기하자. 닛케이가 꼽은 2023년 일본 히트 예감 상품 1위는 막간을 이용해 가볍게 생활 운동을 할 수 있는 ‘편의점식 헬스장’이다.

1위 편의점 헬스장 ‘초코잡’.



퍼스널 트레이닝(PT) 헬스장을 운영하는 리잡(RIZAP)이 지난 7월 선보인 헬스장 ‘초코잡(chocozap)’이 그 주인공. 365일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되는 초코잡은 운동을 ‘틈틈이’ 즐기려는 이들을 타깃으로 한다. ‘운동에 진심’보다는 ‘자기관리에 진심’인 MZ세대를 노렸다.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접근성’. 월 3만원 정도만 내고 회원으로 가입하면 전국 100여개 점포에서 언제든 초코잡을 이용할 수 있다. 기차역, 지하철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위주로 출점 중이고 내년 3월까지 전국 300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초코잡에 갈 때는 신발을 갈아 신거나 옷을 갈아입거나 샤워 용품을 챙길 필요가 없다. 출근 중이든, 여행 중이든, 지나가는 길이든 잠시 운동이 하고 싶을 때 가볍게 운동을 하는 것이 초코잡의 콘셉트기 때문. 운동 기구 외에도 체성분 측정기, 자가 제모기, 개인실 등을 구비해 미용 관리에 관심 많은 여성 회원도 손짓한다.

닛케이는 “운영과 유지비가 저렴한 초코잡은 근처에 충분한 주차 공간만 있다면 농촌 지역으로 진출하기에도 적합해 보인다. 시골에서는 헬스장이나 미용실을 이용하려면 수십 분간 운전해서 가야 하기 때문이다. 편의점처럼 가볍게 방문할 수 있어 ‘체육관의 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호평했다.

2위 ‘스텔스 가전’. (닛케이트렌드)



2위는 ‘스텔스 가전’이다. ‘스텔스 가전’ 하면 소음이 적은 조용한 가전인가 싶지만 아니다. ‘가구 안에 들어간 가전’을 의미한다. ‘루저 스마트 테이블 STB135’가 대표적이다. 언뜻 서랍이 달린 테이블로 보이지만 실은 냉장고가 숨어 있는 ‘서랍식 냉장고’다. 용량은 135ℓ로 1인 전용 냉장고 크기. 무선 스테레오 스피커, 스마트폰 충전 등의 기능도 있다.

스텔스 가전의 좋은 점은 본래의 장소 이외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것. 가령 서랍식 냉장고는 고기, 야채 등 일반 식재료 대신 과일, 디저트, 안주 등을 넣어 거실에 두면 안성맞춤이다. TV 시청이나 게임을 즐기면서 바로 손을 뻗어 꺼내 먹을 수 있기 때문. 온도는 최고 12℃까지 설정할 수 있어 와인셀러를 대신할 수도 있다.

침대 옆에 두는 사이드 테이블 형태 소형 제품도 있다. 닛케이는 “지난 7월에는 이케아도 공기 청정기가 장착된 ‘사이드 테이블’을 선보였다. 일부 스텔스 가전은 이미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만큼 인기”라고 상황을 전했다.

3위 개인 취향에 따라 알코올 도수를 조절해서 마시는 ‘커스텀 맥주’.



3위는 산토리가 선보인 커스텀(cus tom) 맥주 ‘비어볼(beer ball)’. 얼음과 탄산수가 담긴 잔에 16%의 고농도 맥주를 조금씩 부어 원하는 농도로 희석해서 마시는 것이 특징이다. 맥주는 알코올 도수가 2%가 되도록 따르면 뒷맛이 깔끔하고 경쾌한 ‘라이트 맥주’가 되고, 알코올 도수가 8%라면 진한 감칠맛 나는 탄탄한 맥주로 완성된다. 각자 취향과 기분에 따라 도수와 맛을 결정할 수 있어 ‘개인 맞춤형 맥주’로 불린다.

닛케이는 “이미 도쿄 시부야에서 칵테일을 비롯한 각종 주류와 음료 100여종을 원하는 알코올 도수로 주문할 수 있는 바(bar)가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연일 붐비고 있다”며 개인 취향을 중시하고 저도주를 선호하는 Z세대를 겨냥한 주류 시장의 변화를 소개했다.

4위 짠맛을 증강시켜 저염식을 돕는 ‘일렉솔트’.



4위는 맛없는 저염식을 맛있게 먹도록 도와주는 마법의 숟가락 ‘일렉솔트’다. 미야시타 요시아키 메이지대 연구실과 기린홀딩스가 개발 중인 이 제품은 겉보기에는 보통의 숟가락이나 밥그릇과 거의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의 미약한 전류를 흘리면 음식의 짠맛이 보다 강하게 느껴지는 ‘염미 증강’ 효과가 나타난다. 전기를 통해 맛의 느낌을 변화시키는 ‘전기 미각’ 원리를 이용한 것.

일렉솔트를 이용하면 어떤 요리든지 평소의 3분의 2로 염분량을 줄여 조리해도 싱겁지 않게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게 제조사 설명이다. 건강을 위해 저염식을 실천하려는 이들의 상당수가 ‘맛이 없어’ 포기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 제품이다. 현재 시제품을 만들어 약 60명을 대상으로 실증 실험 중이고 2023년 중 상품화 할 계획이다.

닛케이는 “저염 식품 전문점과 레시피 책을 취급하는 출판사와 함께 다양한 저염 메뉴를 실제로 시도해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신맛이나 쓴맛 등을 전기 미각으로 제어하는 연구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미래에는 하이테크 덕분에 다양한 음식 맛을 즐기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고 전망했다.

6위 수소로 고기를 굽는 모습. (닛케이트렌드)



6위는 ‘수소 조리 레스토랑’. 수소는 연소하면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해 수증기가 발생한다. 때문에 직접 불에 구우면 식재료의 수분 증발을 억제할 수 있다고. 이런 원리로 인해 고기나 생선이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고 육즙이 풍부하게 보존된다는 설명이다.

수소를 사용한 요리를 가게의 스테디셀러 메뉴로 제공한 가나가와현 후지사와시의 한 식당 셰프는 “식당 입장에서는 연소 효율이 높은 수소를 사용하면 조리 시간을 단축하는 장점도 있다. 맛있는 요리를 빠르게 할 수 있어 다른 셰프들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수소가스 전용화로도 등장했다. 가나가와현 하코네에서 고급 료칸을 운영하는 ‘고라화선’을 포함해 2023년 말까지 50곳 이상에서 수소 요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게 닛케이의 전망이다.

10위 2023년 오픈 예정인 ‘해리포터 테마파크’ 조감도. (닛케이트렌드)





신기술로 생활 불편 해소 제품 눈길

개인 맞춤 ‘AI식’, 남성 위한 ‘맨테크’

11위는 인공지능(AI) 기술로 개인 맞춤형 메뉴를 제안하는 AI식(食) ‘뉴트리시(newtrish)’다. 이용자의 체중·혈압·근육양 등 생체 데이터와 영양소 데이터를 분석해 전용 앱을 통해 개개인에게 딱 맞는 영양 최적식을 제안한다고.

이용 방법은 이렇다. 일단 서비스 이용 전, 개인별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약 2주간 생체 데이터를 체조성계나 활동량계 등으로 측정한다. 이를 통해 최적화된 AI식 메뉴를 추천하면 이용자는 지정된 메뉴만 먹도록 권장된다. 만일 다른 메뉴를 먹었을 경우, 해당 메뉴를 촬영하면 앱에서 화상으로 메뉴를 해석해 영양성분과 열량을 제시한다. 내년 1월 서비스 시작 예정으로, 월 이용 요금은 미정이지만 ‘몇 만원’ 정도라고만 알려졌다.

15위는 애묘인을 위한 기능성 고양이 사료 ‘캣푸드(cat food)’다. 특히, 태생적으로 약한 고양이의 신장 기능을 개선하는 치료제가 포함된 식품이 전 도쿄대 대학원 의학계 연구진에 의해 개발돼 주목받는다. 고양이용 치료제 연구를 진행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자금난에 프로젝트가 중단되자, 하룻밤 사이에 수천 건의 기부가 쏟아져 2억엔 넘는 연구 자금이 모였다는 스토리는 유명하다. 올봄에 출시돼 초기에는 일부 애묘인에게만 알려졌으나 갈수록 인지도가 상승하며 인기를 더해가는 중이다.

22위는 프랑스에서 안티(anti) SNS 열풍을 타고 시작된 사진 공유 앱 ‘비리얼(Be Real)’이다. 하루에 한 번 무작위로 통보되는 촬영 시간에만 셀카를 찍을 수 있어 일상 속 꾸밈없는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촬영한 사진은 필터 보정도 할 수 없다. 지나치게 예쁘게만 포장된 SNS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을 타깃으로 한 역발상 SNS다. 틱톡도 지난 9월 통보 3분 이내에만 촬영할 수 있는 ‘틱톡 나우’를 선보이는 등 SNS의 문법이 달라지는 조짐이 엿보인다.

24위는 여성향 팸테크(fam-tech)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맨테크(man-tech)’ 제품이다. 여성만 겪는 질환이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팸테크처럼, 남성의 그것을 해소해주는 제품들이 눈길을 끈다. 맨테크는 주로 불임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 집으로 배달되는 ‘재택 정자 검사 키트’ ‘정자 동결 서비스’ 등이 대표 상품. 생식 능력을 분석한 보고서를 온라인상에서 볼 수 있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전문가 상담이 가능하다고. 세탁 가능한 교체 패드가 달린 남성용 요실금 대비 팬티도 맨테크 사례로 언급된다. 정확한 판매량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4년간 매출이 4배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27위는 ‘풀라이프(FULLIFE)’라는 스타트업이 만든 녹지 않는 얼음 ‘앤드(&) 아이스’다. 딸기에서 추출한 딸기 폴리페놀로 만든 이 얼음은 천연 보형성 원료 덕분에 약 30분이나 형상을 유지할 수 있다. 얼음이 잘 녹지 않으니 술이나 음료에 넣으면 맛이 희석되지 않고 오랫동안 차가운 상태를 유지시켜주는 것이 매력이다. 대화를 즐기며 저도주를 천천히 마시는 젊은이들의 스타일에도 어울린다. 형태를 장시간 유지할 수 있으니 하트나 별 모양으로 세공한 것도 재미 요소다. 향후 캐릭터 모양의 얼음 등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2023년 초 발매 예정으로, 예상 판매 가격은 250엔 정도다(약 2500원).

유튜브 ‘창업직썰’에서 일본 2023년 히트 예감 상품 설명과 관련 영상을 볼 수 있다. (창업직썰 제공)



▶ 한국에서 유행 지난 게 이제야?

▷뿌링클 가루·과일 소주…10년 지나서 ‘난리’

닛케이트렌드



닛케이트렌드에서 선정한 히트 상품 리스트를 보면 요즘 일본에서 한류 열풍이 얼마나 뜨거운지 체감할 수 있다. 한국에서 수년 전에 유행했던 것이 일본에서 뒤늦게 유행하는 경우가 적잖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국에서 10년 전에 유행했던 ‘참이슬 톡톡’이 일본에서는 올해 상륙해 뒤늦게 인기를 끌고 있다. 올 4월에 일본에 선보인 지 5개월 만에 연간 판매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닛케이는 “알코올 도수가 5%로 낮고 탄산이 들어 있어 마시기 좋은 한국 소주”라며 ‘올해의 히트 상품’으로 선정했다.

닛케이가 선정한 2023년 일본 히트 예감 상품 23위는 생활용품 즉시 배송 서비스 ‘오니고(OniGo)’다. 주문 후 10분 만에 상품이 도착한다고 자랑하는 오니고는 ‘B마트’ ‘요마트’ ‘쿠팡이츠마트’의 복제판이다. B마트가 이미 수도권을 넘어 대전까지 진출한 반면, 오니고는 아직 도쿄 23구에서만 이용 가능하다. 배송도 오토바이 대신 자전거 위주로 이뤄져 한국과 격차가 크다.

26위는 ‘뿌링클 파우더(가루)’다. 국내 bhc치킨의 뿌링클 치킨과 판박이다. 닛케이는 “뿌리면 어떤 음식도 맛있어지는 마법의 가루다. 각종 음식에 뿌려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본 유튜버들이 주목받고 있다”고 소개한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일본 외식업계에서는 치즈 닭갈비, 달고나 커피, 양념치킨 등 한국에서 유행한 상품들이 뒤늦게 열풍을 일으키는 경우가 적잖다. 이런 현상을 보면 일본의 히트 상품을 한국에 적용하는 것보다 한국에서 유행한 것을 일본에 가서 상품화하는 것이 어쩌면 더 승산이 높을지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9호·송년호 (2022.12.21~2022.12.27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