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2분기 최대 성과 국내외 실적 쌍끌이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0.08.24 02:20
48개사 매출 소폭-이익 대폭 증가…하반기도 장밋빛
국내 집콕으로 가정간편식·간식 수요 급증…해외선 라면·만두·과자 등 K-푸드 인기
CJ, 슈완스 등 통큰 선투자 효과…어닝 서프라이즈
농심·하이트진로·해태제과 영업이익 세 자릿수 껑충
대상·동원산업·오뚜기·오리온·샘표 39~80% 성장
풀무원 외형 5600억 달성…해외 사업 첫 흑자 전환
식품업계가 코로나19의 확산과 역대 최장기 장마의 우울함에도 불구하고 2분기 실적에 호조세를 보였다. ‘집콕’이 늘어나면서 가정간편식(HMR)이나 라면, 과자 등 간식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고, 그동안 공들여 추진한 해외사업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실적 개선을 견인한 것.
코로나19 위기 속 HMR과 과자를 취급하는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은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국내에선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밥 수요가 늘어난 동시에 유학생과 해외 거주자들이 귀국하고 내국인은 해외에 나가지 못하면서 국내 체류 인구가 사상 최대로 늘어나 식품 판매 규모가 급증했다. 해외에서는 한국 라면·만두·과자 등 K-푸드가 인기를 끌었다.
CJ제일제당은 HMR 확산과 해외시장 성장에 힘입어 384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그야말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선사했다. 특히 식품사업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12.1% 증가한 2조191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134% 증가한 1264억 원이다. 국내에서는 가정간편식(HMR) 판매가 늘며 코로나 19로 인한 외식 감소에 따른 매출 축소를 상쇄했다. 해외에서는 슈완스 인수, 공장 건설 등 통 큰 투자가 효자가 됐다. 글로벌 식품 매출(미국 슈완스매출 7228억 원 포함)이 전년 동기 대비 26% 늘어난 1조485억 원을 달성하며 1분기에 이어 1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냉동만두 ‘비비고’가 K-푸드 열풍 주역으로 떠올랐다.
오리온, 해태제과 등 제과 업계도 수익성이 개선됐다. 코로나 19와 장마 영향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 스낵류 판매가 늘어난 것이 역시 주요했다.
오리온은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오리온은 2분기 매출액 5151억 원, 영업이익 862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3%, 71% 늘었다. 특히 순이익은 78.3% 늘어난 657억 원이었다. 한국 법인에서는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5.4%, 19.6% 성장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한국 과자 위상을 톡톡히 했다. 특히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 법인이 두 자릿수 이상으로 성장하며 17%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베트남 법인은 작년 새롭게 출시한 쌀과자 ‘안’과 양산빵 ‘쎄봉’의 인기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2%, 106.5%으로 고속 성장했다. 러시아에서도 초코파이와 비스킷 제품이 잘 팔리면서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6.5%, 105.4% 늘었다.
해태제과는 2분기 영업이익이 17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0% 증가했다. 매출은 1% 증가한 1881억 원이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223억 원으로 116% 늘었다. 반기순이익은 136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라면 업계도 활황을 이어갔다. 농심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 413억9000만원을 기록해 작년 동기보다 무려 404.8% 증가했다.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17.6% 증가한 6680억 원을 기록했다. 농심 라면은 K푸드 열풍의 일등공신이었다. 영화 '기생충'에 나온 '짜파구리'가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농심 라면이 불티나게 팔렸다. 특히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자 필수 비상식량으로 농심 라면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이 늘었다. 스낵 부문의 매출도 176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 상승했다.
삼양식품의 실적도 돋보였다. 삼양식품은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94억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41% 증가했다. 또 매출은 1740억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30% 늘었다. 삼양식품의 지난 2분기 실적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내수 라면 성장률은 1분기 대비 크게 둔화됐지만 중국 618행사의 영향으로 2분기 수출액이 작년 동기보다 56% 증가한 1089억 원을 기록하며 분기 사상 처음으로 1000억 원대를 돌파했다.
국내 사업의 비중이 높은 오뚜기는 좋은 실적에도 다소 아쉬움을 삼켰다. 오뚜기는 2분기 매출 6409억 원, 영업이익 52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 39.6% 증가한 수치다. 비교적 속도가 더딘 해외 시장 공략에 따라 영업이익 성장률은 경쟁사 대비 다소 뒤쳐졌다. 실제 오뚜기의 2분기 해외 매출은 698억 원 수준으로 경쟁사 대비 다소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률이 국내보다 높은 31.5%에 달한다는 점에서 더욱 아쉽다는 설명이다.
동원산업도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자랑했다. 동원산업의 2분기 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7.7% 증가한 7209억 원, 영업이익은 55.4% 늘어난 898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30%가량 웃돌았다. 동원산업은 미국에서 참치를 생산하는 자회사인 스타키스트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면서 동원산업의 실적도 동반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동원F&B도 호실적을 냈다. 2분기 일반식품 부문은 작년보다 58% 증가한 109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동원F&B은 주요 수익창출원이던 참치와 발효유(덴마크 드링킹 요구르트) 대신 국물 요리 등 상온 HMR과 냉동식품 등이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풀무원의 2분기 매출은 5651억 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6% 성장한 147억 원이었다. 해외 사업은 2분기에 영업이익 18억 원으로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미국과 중국 식품사업이 적자에서 벗어나 수익을 낸 덕이다. 올해 상반기에 두부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네 배 성장한 점, 미국 내 두부 시장 시장점유율 75% 가량, 김치 시장은 40%에 육박한다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수익성 개선 전략의 효과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미국·중국·일본 등 해외시장에서 냉동 HMR 제품 판매 호조가 실적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상은 2분기 영업이익 610억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80.5% 성장했고, 매출액은 7819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9% 늘었다.
샘표식품은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 789억 원에 영업이익 153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 영업이익은 58% 늘어난 실적이다.
한편 야외활동이 줄고 학교 우유 급식 감소 등의 영향으로 음료 및 유업계, 급식 업계는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유업은 2분기 매출 3천553억 원, 영업이익 20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7% 줄어들었다. 다만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개학 연기 등으로 유업계가 전면적 타격을 입은 것을 고려해 보면 '선방'했다는 평이다. 매일유업은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셀렉스의 신규 라인업이 추가되면서 하반기에 실적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성인 건강식 '셀렉스', 고마진 브랜드 '상하목장', RTD 커피 '바리스타룰스'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들은 각자 해당 카테고리 내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며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잡고 있다.
남양유업은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남양유업은 2분기 매출2천441억 원, 영업손실 119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가량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5월 경쟁사 비방 사건으로 또 다시 논란에 휩싸여 이로 인해 다시 점화된 불매 움직임이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으리라는 평이다. 다만 이 사건 외에도 출산률 저하로 인한 분유 시장 축소 기조, 개학 연기로 인한 우유급식 시장 경색 등의 악재로 유업에만 집중해 온 남양유업의 타격이 더욱 컸을 것이라는 분석을 업계는 내놓고 있다. 실제 남양유업은 우유급식 시장의 25%를 점유하고 있는 시장 2위 사업자이기도 하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2분기 실적으로 매출 5980억 원과 영업이익 293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작년 2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1%, 영업익은 36% 각각 줄었다. 2분기 사업 부문별 실적에서 음료는 4.9% 줄었고 주류는 26% 감소하면서 그동안 주류 사업 부문의 부진을 상쇄하던 음료 부문이 올 2분기 들어 대부분의 제품에서 역신장세를 보였다.
반면 하이트진로는 2분기 매출액 5816억 원, 영업이익 541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9%, 410.9% 증가했다. 주요 경쟁사의 밀어내기 영업에도 불구하고, 국산 맥주와 소주 매출액 모두 15% 내외로 성장하면서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작년의 경우 테라 등 신제품 출시 관련 마케팅 비용 증가로 이익률이 하락했지만, 테라와 진로이즈백 판매 호조에 힘입어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하반기에도 역시 식품 업계의 전망은 장밋빛이다. 계속되는 코로나19 여파에 집밥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글로벌 사업이 확장되면서 국내 주요 식품기업 성장세가 이어진다는 전망. 업계는 앞으로도 해외 시장과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이 지속 성장의 엔진 역할을 톡톡히 해나갈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부분의 카테고리가 포화 상태에 빠져 있는 국내 유통 시장에서 한 두 분야의 사업에만 집중할 경우 위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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