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도 500억 원으로 증가…베트남 이어 미국 진출
삼양식품 ‘불닭면’ 1억6000만 불…무역의 날 브랜드탑
저성장 내수, 이색 제품 경쟁…해외 공략 가속화될 듯
작년 라면업계는 역대 최대 수출액을 갈아치우면서 해외에서 시작된 인기를 지속적으로 이어갔다. 특히 주요수출국인 중국의 작년 광군제 기간 중 프로모션으로 11월 중 수출실적이 1400만달러에 달하는 등 눈에 띄는 성장을 보였고 신제품 출시와 주요 수출 시장 내 유통망확대, 할랄 인증 등으로 지속적인 수출 증가가 전망되고 있다. 국내시장에서는 지속되는 내수시장 침체와 1인가구 증가 및 가정간편식 확대 등의 상황에서도 고군분투하며 새로운 시장 창출을 노력을 계속 이어갔다. 이 중 건면 시장은 새로운 영역으로 자리잡았고 식품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친 마라 열풍에도 반응하며 관련 제품이 각 라면 제조사별로 쏟아져 나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작년 11월까지 수출액은 4억2810만 달러로 2018년 같은 기간 동안 4억1310만 달러 보다 1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중 수출 주요품목 중 가공식품에서 쌀가공식품과 생우유에 이어 세 번째의 증가율을 보이면서 라면의 해외시장 진출로의 활로모색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아울러 주요품목별 식품 수출 금액에서도 5번째로 높았다.
특히 중국에서 작년 11월까지 1억1360만 달러 어치가 팔렸는데 이는 매운 맛 계열 라면들에 대한 소비가 꾸준하고 입점매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며 나타나는 현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의 경우도 매운 라면 및 국물 없는 라면의 판로 확대 추세와 편의점 겨냥 신제품 출시로 전년대비 확대세가 지속됐고 미국은 쫄면이나 건면, 미역국면 등 다양한 신제품 출시가 한국산 라면 인기가 꾸준했으며 히스패닉 등 미국 내 타 인종 중심 신규소비가 확대되고 있어 수출 증가세가 이어졌다. 아세안 지역에서는 인도네시아는 불닭볶음면이, 베트남에서는 오뚜기 소고기라면이나 농심 건면 등 신제품 런칭이, 태국에서는 판촉 강화 등이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키워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농심 작년 해외 매출은 2018년보다 18% 성장한 7억 6천만 달러를 예상했다. 중국과 미국, 일본, 호주 등 해외 법인 모두 두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농심은 신라면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주요 국가의 대표 유통채널을 적극 공략한 점을 성장 비결로 꼽았다. 미국에서 월마트나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사를 중심으로, 중국에서는 전자상거래와 대도시 중심으로, 일본에서는 편의점 판매 강화로 현지 사정에 맞춘 마케팅 방식으로 판매를 늘려나가고 있다.
농심은 해외 시장 진출 전략으로 현지화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 현지화 전략중 대표적인 사례가 용기면의 종류수다. 미국에서 전자렌지 사용이 많고 더 간편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용기면 제품에 비해 2종이 더 많은 6가지 종류의 용기면을 판매하고 있다. 생산면에서도 LA지역에 1공장을 운영중이며 작년 8월에는 캘리포니아주 코로나 지역에 2억 달러를 들여 15만 4천㎡ 규모의 2공장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가동은 2021년말을 목표로 하고 있다. 2공장은 1공장의 3배 규모로 건면과 생면을 포함한 생산능력을 갖추고 2025년까지 미주지역에서 현재 2배가 넘는 6억 달러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에서 판매하는 봉지면 김치라면도 현지화 전략 사례로 꼽힌다. 국내 식습관과 달리 해외에는 라면과 김치와 곁들여 먹는 문화가 보편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뚜기도 작년 연말까지 라면 수출액을 500억 원을 바라보면서 2018년보다 해외 시장의 성장을 예상했다. 라면 수출액이 전체에서 큰 비중을 차지 하지 않지만 2016년 320억원, 2017년 370억원, 2018년 450억원 등으로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뚜기는 베트남에 2018년 6월에 공장을 설립하고 현지 생산을 통해 진라면의 가격을 900원에서 500원대로 대폭 낮추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 공장은 1분에 225인분의 봉지라면을 생산할 수 있으며 ‘진라면’ ‘진짜장’ ‘북경짜장’ 등을 통해 인지도를 쌓고 있다. 아울러 현재는 호치민, 하노이, 다낭 등 현지 대도시를 중심으로 판매지역을 넓히고 있으며 프랑스 유통업체 빅시 입점, 편의점 외식업체 중심 공급확대를 진행하며 베트남 판매를 늘리고 있다. 오뚜기에 따르면 라면 시장 지속 모니터링 후 유의미한 니즈가 따라줄 경우 2공장 설립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라고.
오뚜기는 미국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도 보였다. 작년 이사회를 통해 오뚜기아메리카 회사명 변경의 건을 가결한 바 있다. 미국 시장은 다양한 국가의 문화가 공존하며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잠재 수요가 높기 때문에 도전해야할 시장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중국 등으로 라면을 수출하고 있는데 해외 시장에서는 가성비 높은 라면 전략으로 해외매출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수출에서는 ‘불닭’브랜드로 매운맛 성장세의 선두에 있는 삼양식품이 가장 두드러졌다. 작년에 ‘불닭’ 브랜드가 출시 7년만에 누적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작년에 있었던 56회 무역의 날 시상식에서 단일 브랜드 상품 수출 실적이 1년 동안 1억불 이상인 소비재 업체에게 수여하는 ‘브랜드 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브랜드탑 수상 실적은 불닭브랜드로 연간 1억6천만 달러에 달하고 한국 라면 수출의 약 44%수준이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이 같은 수출 실적에 힘입어 창사이래 작년 5천억 원 달성을 예상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안정적인 수요를 바탕으로 현재 대형 유통사와 협업을 통한 판매망 확대가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불닭볶음면이 작년 광군제 기간에만 44억 원이 판매 되는 등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작년 내수시장에서 건면 마케팅이 활발했다. 농심이 신라면 건면을 2월에 출시하면서 한달 만에 월간 매출액 9위를 기록하고 250일만에 5천만 봉을 판매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면을 기름에 튀기지 않고 맛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건강한 라면으로 시장을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농심은 건면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고 최근에는 짜왕 건면까지 출시하면서 건면의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풀무원은 건면을 기존의 두배인 하루 37만개 생산할 수 있게 음성 라면 공장의 시설을 증설하고 농심의 건면 시장에 맞불을 놓았다. 풀무원은 2016년부터 건면 생산을 시작해 시장을 1400억원 대까지 키웠다. 농심 신라면 건면 출시와 함께 비유탕 건면 브랜드인 ‘생면식감’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생산시설 증설과 더불어 국내 최고 수준의 건면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하며 점유율 확대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작년 여름 ‘생면식감 꼬불꼬불 물냉면’을 출시했다.
삼양식품이 작년 10월 ‘불닭볶음면’의 건면 버전인 ‘라이트 불닭볶음면’ 출시했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불닭볶음면을 즐기는 소비자가 칼로리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도록 건면 제품을 출시했으며 너무 매워 오리지널을 제대로 맛보지 못했던 소비자도 즐길 수 있도록 출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비유탕면은 기존부터 있어왔고 칼국수나 냉면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건면을 카테고리로한 시장이 그동안 형성돼지 않았지만 농심과 삼양식품의 참전으로 확대 조짐이 보이고 있다. 비유탕면과 유탕면은 설비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투자가 필요한 데 내수가 침체가 된 상황에서 업체들이 뛰어들 것인지는 지켜볼 문제”라고 말했다.
라면업계는 유통업계와 협업해 내놓은 초저가라면이나 뉴트로 컨셉의 제품의 출시를 이어갔다.
최초 저가라면은 이마트 24가 시작했다. 기존 5개입 2750원(개당 550원)이던 민생라면의 가격을 1950원(개당 390원)으로 낮춰 큰 인기를 끌었다. 농심은 저가와 뉴트로 트렌드를 더해 1982년 출시해 인기를 끌다가 1990년 단종된 해피라면(개당 550원)을 부활 시켰다. 특히 트레이드 마크인 '나팔 부는 아기 천사' 캐릭터를 그대로 살리고 조리시간 단축 및 맛 종류를 확대해 출시했다. 삼양식품은 홈플러스와 함께 5개입 2000원의 '국민라면'을, 오뚜기는 4개입의 1880원의 '오!라면'을 선보이면서 저가라면 경쟁에 불이 붙었다. 출시 20일 만에 해피라면은 750만개, 오!라면은 500만개가 판매 됐다. 반대로 프리미엄급 라면은 신라면건면이나 괄도네넴띤을 제외하고는 참패를 면치 못했다.
라면업계에서 마라열풍도 빼 놓을 수 없다. 특히 현지의 맛을 강조하는 마라라면이 지속적으로 선보여졌다.
7월에는 삼양식품이 마라탕과 마라샹궈의 맛을 구현한 ‘마라탕면’과 ‘마라볶음면’을 출시해 3달만에 400만개를 판매했고 풀무원은 한화이글스와 협업해 출시한 '포기하지마라탕면'을 출시 한달 만에 100만 봉지를 판매했다.
9월에는 농심이 중국법인과 공동개발해 중국 사천지역의 정통 마라탕을 그대로 구현한 용기면 '마라고수 마라탕면'을, 오뚜기는 홍콩 이금기 정통 마라소스를 원료로 사용하고 화조라유와 사천우육베이스를 첨가해 정통 마라샹궈를 재현한 '마라샹궈면'을 출시했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올해 해외시장에서의 성장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수출국의 성장률 둔화 등 전세계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에 대한 장기적인 대비책 마련이 시작 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내수 시장은 침체가 계속 될 것이며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HMR의 확대 등 내수 시장의 어려움은 지속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바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다양하고 이색적인 제품을 통해 소비자 취향을 공략하는 시도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작년 신라면 건면을 통해 발견한 건면시장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건면시장 확대에 적극 나선다. 기존 제품을 새롭게 선보이는 것는 물론 건면 기술을 활용해 익숙한 면요리를 제품으로 만들어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라면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제품은 신라면, 안성탕면, 짜파게티, 너구리, 육개장 사발면 등 전통의 강자들이다. 이 제품들이 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장수 브랜드 이미지 재구축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올드 이미지를 탈피해 젊은 소비자와 호흡하는 친근한 이미지로 전환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과 마케팅 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오뚜기는 2012년 삼양을 제치고 국내 라면 시장 2위를 차지한 이후 수성하고 있다. 오뚜기에 따르면 라면의 지속적인 맛과 품질을 개선하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면서 이뤄낸 결과라고. 올해도 소비자에게 각인되는 맛과 품질 그리고 다양한 마케팅 활동으로 라면업계내 위치를 지켜나가겠다고.
오뚜기 관계자는 “라면 저염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소재개발과 다양화를 통해 소비자 입맛에 맞추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올해는 작년에 진행 했던 가성비 제품, 새로운 시장 공략, 기존제품의 리뉴얼에 대한 방향은 계속될 이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적재적소의 마케팅 활동을 이어나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삼양식품은 올해 해외시장에서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불닭브랜드의 수요가 확고한 중국, 동남아 지역에서는 유통망과 마케팅을 강화하고,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미주, 유럽시장에선 현지 입맛을 고려한 수출 전용 신제품을 출시한다. 또한 내수 시장에서는 리뉴얼된 삼양브랜드에 중점을 두고 점유율 확대를 위해 노력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커지는 HMR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간편식, 소스 등 제품의 카테고리를 더욱 넓히고 해외시장 맞춤형 전략을 통해 더 큰 브랜드로 키워나가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