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업계가 최근 작년 실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작년 한 해 최저임금 상승, 주 52시간 근무제 등 각종 인건비 문제, 외식업계의 불황 등 악재들이 겹치고 신제품 및 신사업의 시도가 곳곳에서 일어난 만큼 작년 실적은 다소 주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정간편식, 밀키트 등 변화하는 트렌드와 이에 따른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신사업들이 자리잡아가고 있으며 굳어져버린 내수 소비시장에서 벗어난 해외 진출 사업 또한 활발해지고 있어 올해 실적 전망은 밝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자료에 따르면 작년 식품 업계 상장사 44개사 전체 매출액은 95조1454억여 원으로 전년 대비 평균 5.52% 상승했다.
CJ는 작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0.5% 증가한 1조3325억 원으로 집계돼 글로벌 사업 성장에 힘입어 양호한 경영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보다 9.8% 증가한 29조5234억 원을 기록했다.이중 식품&식품서비스 부문이 8조5945억 원으로 29.1%의 매출 비중을 차지하며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CJ는 작년 인수한 물류회사 및 냉동식품업체의 실적이 반영되고 만두류 등 글로벌 식품 매출이 증가함에 따라 이번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또 작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업 재편 및 합병으로 향후 사업 간 시너지가 더욱 가시화함에 따라 글로벌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CJ제일제당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13.3%, 7.2% 증가한 18조6701억 원과 8327억 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바이오사업 핵심 제품인 사료용 아미노산과 식품 조미 소재 판매가 확대되고 해외 인수 업체의 사업 안정화가 더해져 바이오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4.2% 증가한 4조8889억 원, 영업이익도 42% 늘어난 1941억 원을 기록했다.
또 식품사업부문은 가정간편식 매출이 전년보다 20% 이상 성장하며 2조원에 육박했고 만두 등 글로벌 식품사업의 고성장으로 가공식품 매출이 크게 늘면서 전체 매출은 3.5% 높아진 5조2718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판매비용 상승 등으로 1.5% 감소한 3575억원이었다.
CJ프레시웨이도 창사 이래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경기 침체로 전방산업인 외식업계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마진 개선 전략과 판매 수수료 개선 등 효율성 증진 작업으로 견고한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사측은 보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전년 대비 약 12.92% 증가한 2조2696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영업이익은 15.45% 증가한 507억 원을 시현했다. 특히 가정간편식 관련 원재료 등을 공급하는 유통경로 매출은 전년보다 600억원 이상 증가하며 성장을 견인했다.
CJ, 식품 외형 5조2700억…영업이익 1.5% 줄어든 3500억
대상, 2조9500억에 영업이익 늘어난 1200억 시현
대상은 지난해 매출 2조9596억여 원으로 전년 대비 다소 줄어들었으나 1201억여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전년 대비 24% 이상 성장했다. 식품BU의 케이터링사업은 맞춤형 제품 활성화 및 신규 카테고리 확대 등을 통해 외식, 급식, 프랜차이즈 등 전반적인 부문에서 매출신장을 이뤄냈다.
소재BU는 전분당부문에서 지속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켜 연간 최대 생산량을 확보했다. 또 바이오부문은 아미노산의 안정적 생산·판매와 위탁생산(CMO)사업의 성장, 2017년 출시한 히스티딘(Histidine)의 성공적 시장 정착 등 큰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라이신 부문은 2015년 인수한 이후 인수 이전 기간까지 포함해 생산, 매출 최고실적을 기록했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매출 1조6954억원, 영업이익 644억원, 당기순이익 84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중장기 수익성 개선을 위한 ZBB(zero based budget)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나뚜루 사업 양수와 몽쉘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파키스탄 초코파이 공장 신설, 미얀마 제빵업체 인수 등을 완수한 한 해였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연간 연결기준 매출액이 2조3462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49억여 원으로 전년 대비 12.6% 증가했다. 작년 10~11월 탄산음료 부문의 매출과 탄산음료 시장 내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점에서 음료 부문의 이익이 개선됐고 주류 부문의 적자가 축소되면서 작년에 이어 올해 실적 개선도 전망되고 있다.
동원F&B는 작년 매출액이 9.8% 늘어난 2조8025억원, 영업이익은 872억원으로 전년 대비 20.5% 증가했다. 주력 제품인 참치캔과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가정간편식(HMR)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사측은 분석했다. 작년 미니언즈, 뽀로로 등을 활용한 캐릭터 프로모션, 팝업스토어 등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참치캔 매출이 전년 대비 10% 증가했으며 안주 브랜드인 ‘심야식당’을 비롯한 간편식 제품 또한 매출 상승세를 보였고 온라인 부문인 동원몰도 25% 성장했다.
SPC삼립은 매출 2조2008억여 원, 영업이익 599억여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55%, 9.6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캐시카우였던 베이커리 부문을 간편식 중심으로 탈바꿈하며 성장성과 수익성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다는 평이다. 푸드 부문 원가 부담 완화 및 식품유통 마진율 상향 조정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으며 청주공장을 통한 신사업은 전사 수익성 개선을 이끌 수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농심의 작년 매출은 2조2364억 원으로 전년대비 1.3% 늘었고 영업이익은 856억 원으로 8.1%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7% 감소한 843억 원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농심이 실적 리바운드를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미국, 일본, 호주 등 해외 시장에서의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매출 정체 상태인 국내 시장에서도 신제품 출시, 일부 스낵 가격 인상 등이 향후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동원, HMR 등 신성장동력 호조 2조8000억…온라인 고성장
롯데칠성, 매출 소폭-영업익 대폭 증가…2조3400억에 840억
농심, 내수-수출 실적 개선…오뚜기·SPC삼립 2조2000억대
오뚜기는 작년 매출액 2조2468억 원, 영업이익 1517억 원으로 각각 5.67% 3.88% 증가했다. 건조 식품류나 양념 소스류의 매출액이 전년 대비 상승했고, 국내 라면 시장의 성장률보다 높은 판매량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삼양식품은 작년 4693억여 원의 매출과 511억여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전년도보다 각각 2.37%, 27.37% 증가한 실적을 거뒀다. 작년 전인장 회장과 김정수 사장 부부의 회삿돈 횡령 혐의로 인한 오너리스크로 이미지 훼손은 불가피했지만 수출 호조와 까르보 불닭볶음면의 인기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신세계푸드는 작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은 각각 273억원, 8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8.2%, 58.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다소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매출액은 1조278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8% 증가하는데 그쳤다. 작년 4분기 기준 식품 사업 부문은 두 자릿수 성장했지만 작년부터 그룹 내 급식 위탁 비중을 줄인 데다 부진한 외식 경기, 인건비 부담 등 영향으로 수익성에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푸드는 최근 식품 제조사업을 확대하면서 실적 개선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식품업계의 국내외 수요는 확대될 전망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 CJ제일제당, 오리온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실적 안정세가 지속된다는 전망이다. 국내외 매출 상승이 주요한 요인으로, 특히 미국과 중국에서의 국내 식품업체들의 경쟁력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 향상과 가정간편식 등 신사업의 확대, 식품류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한 국내 실적 안정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