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된 바나나맛·메로나 ‘빙그레’ 수상한 변신
카페·아이스크림 매장 낸 ‘속내’ 촉각…신사업 진출 우려감에 매장은 썰렁
변효선기자(gytjs4787@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11-08 02:05:33
▲ 한화에서 독립할 당시부터 단순한 사업구조로 보수적인 경영을 고집하던 빙그레가 최근 사업 다각화 행보를 보이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행보가 실적하락에 빠진 빙그레에게 탈출구로 작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빙그레 본사가 위치한 배재정동 빌딩 ⓒ스카이데일리
최근 주력 사업인 유제품과 빙과 시장의 위축으로 위기에 빠진 빙그레가 사업 다각화 행보에 나서면서 여론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김호연 빙그레 회장은 1992년 한화그룹에서 독립할 때부터 지금까지 우유 및 빙과시장만을 중심으로 한 보수적 경영을 고집해왔던 터라 이번 사업 확장에 더욱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여전히 전문경영인이 이끌고 있기는 하지만 사업다각화 배경에는 오너인 김 회장의 주문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익성이 악화되자 잠시 눈을 돌렸던 정계를 벗어나 2014년 등기이사 신분으로 빙그레에 돌아온 김 회장이 기존 경영방식에서 탈피해 다른 사업에까지 눈을 돌리게 됐다는 관측이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실제로 최근 5년간 빙그레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작년과 올해 성적만 해도 차이가 크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빙그레의 매출액은 2014년 8200억에서 7996억으로 하락했고 영업이익 또한 417억에서 317억으로 크게 줄었다.
올해 상반기 실적도 마찬가지다. 매출액의 경우 작년 상반기 3994억에서 4004억으로 소폭 오르긴 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모두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올 상반기 147억으로 작년 상반기 성적인 232억보다 약 37% 하락한 수치를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또한 198억에서 127억으로 36% 줄어든 상태다.
색다른 콘셉트로 눈길 끄는 옐로우 카페, 일회성 방문객들만 넘쳐
▲ 빙그레가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 지하에 오픈한 바나나우유 플래그십 스토어인 옐로우 카페는 오픈 후부터 많은 방문객들이 찾았지만 일각에서는 일회성으로 끝날 확률이 높아 지속적인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옐로우카페.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는 빙그레가 신사업을 펼치고 있는 현장을 직접 찾아가봤다. 지난 3월 11일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 지하 2층에 오픈한 옐로우 카페는 바나나맛우유 플래그십 스토어다. 현대백화점과 빙그레가 협업해 운영하는 이 카페는 오픈 후부터 9월까지 약 4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거대한 바나나맛 우유가 입구를 차지하고 있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끄는 이 카페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SNS) 등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찾는 손님이 많아졌다고 한다.
실제로 스카이데일리는 취재 도중 인터넷을 통해 보고 궁금해서 찾아왔다는 손님을 만날 수 있었다. 옐로우카페 앞에서 만난 김혜원(21)씨는 “피키캐스트 어플리케이션에서 옐로우카페를 보고 콘셉트가 너무 귀여워 궁금해서 한 번 들러봤다”며 “식사 후 매장을 찾아 직접 사먹어 볼 예정이다”고 말했다.
외국인 손님이 많다는 점 또한 장점으로 꼽힌다. 박지수(25)씨는 “내국인보다 외국인 손님이 많은 것 같다”며 “꼭 관광명소에 온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일본인·중국인과 더불어 히잡을 쓰고 있는 아랍인 등 다양한 국적의 손님들이 매장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회성이 짙어 지속적인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섞인 반응이 나왔다. 대학생 류진수(26·가명)씨는 “구매는 하지 않고 사진만 찍고 지나가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홍보용으로는 좋으나 카페 사업 진출은 잘 모르겠다”는 의견을 보였다. 친구와 함께 매장 앞 바나나우유 모형과 사진을 찍던 이후규(21)씨는 “일회성 성격이 짙은 것 같다”며 “굳이 더 볼 것이 없어서 또 찾아오진 않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앞 가게 ‘폴바셋’은 사람들 북적이는데…파리 날리는 ‘소프트랩’ 대조
▲ 빙그레가 아이스크림 원재료 제조 판매를 위한 시험 무대로 만든 것으로 알려진 팝업스토어 소프트랩 매장에는 정작 고객들이 거의 없었다. 반면 맞은 편 폴바셋에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사진은 소프트랩 팝업스토어 ⓒ스카이데일리
지난달 14일 롯데백화점 잠실점 지하 1층 식품관에 문을 연 소프트 아이스크림 팝업 스토어 ‘SOFT LAB'은 경쟁업체 폴바셋과 마주해 있었다. 그러나 잠실 롯데백화점이라는 노른자 위치를 획득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매장에는 손님이 드문 편이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맞은편 폴바셋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소프트랩 직원은 이에 대해 “날이 추워서 그런지 별로 손님이 찾지 않는다”며 “그래도 주말에는 평일에 비해 좀 낫다”고 말했다. 같은 매장의 또 다른 직원도 “지나가다 종종 들리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매장 앞에서 마주친 직장인 박해연(37)씨는 “집이 근처라 퇴근길에 매일 지나치게 되는데 보통 한두 팀 정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프트랩은 빙그레가 소프트 아이스크림 원재료의 제조·판매를 위한 시험 무대로 기존 저가형 소프트 아이스크림과는 달리 액상 형태로 냉장 유통되는 것이 특징이다. 빙그레는 오픈 당시 “원유 함유량·유지방·유크림 함량이 높아 진한 우유 맛을 느낄 수 있다”며 “특히 국내산 우유만 사용하며 제조한 지 5일 이내의 제품만 판매하기 때문에 신선하다”고 밝힌 바 있다.
손님이 많지는 않지만 이런 장점 때문인지 이용한 고객들 중에는 팝업스토어 오픈 한 달도 채 안된 상태에서 매장을 재방문 하는 소비자도 보였다. 소프트랩을 방문한 전한나(29·여)씨는 “배스킨 보다 부드러워 매장을 두 번째 찾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유 및 유제품 대표기업이긴 하지만 이미 시장을 선점한 기업들이 있어 후발주자인 빙그레가 안정적인 매출을 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미 매일유업의 폴바셋이 고급소프트아이스크림 시장에 자리매김 한 상태라 좀 늦은 감이 있다”며 “롯데푸드의 경우 ‘파스퇴르 밀크바’를 열어 최근 B2B(기업 간 기업 거래)위주 사업에서 직접 소비자 판매에 나서며 사업 확대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빙그레는 지금에서야 B2B시장 공략에 나섰기 때문에 시장 영향력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뒤늦은 만큼 확실한 차별화가 돼야 소프트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소프트랩을 이용했던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해 확실한 차별화를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구와 함께 해당 매장을 찾은 박지원(34·여)씨는 “부드러운 식감이 장점이나 맞은편에 있는 브랜드 폴바셋과 크게 다른 점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소프트랩을 방문했던 송지윤(24·여)씨도 “용량은 더 많은 편이긴 하나 맛이나 식감·가격 등에서는 큰 차이를 못 느꼈다”며 “성공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차별성과 아이덴티티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 우유 및 빙과류를 중심으로 한 빙그레가 화장품 사업에도 뛰어든다는 소식에 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빙그레는 “화장품 사업은 마케팅 용일뿐 사업진출은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다. 사진은 빙그레 사무실. ⓒ스카이데일리
최근 빙그레는 화장품 사업에도 뛰어들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빙그레는 CJ올리브네트웍스·한국콜마와 손잡고 대표 상품인 ‘바나나맛우유’의 용기 디자인과 상표권을 활용한 화장품을 11월 중순께 CJ올리브영 매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해당 화장품에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10대 젊은 친구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생 박선영(18·여)씨는 “디자인이 예쁘다면 구매해 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정인오(19)씨는 “여자친구가 캐릭터 상품 등 용기가 독특한 화장품을 좋아한다”며 “매장에 나온다면 여자친구에게 선물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왔다. 식품기업이 화장품 사업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의아하다는 시선이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식품회사가 화장품 사업에 나선다니 제품의 질이 아닌 용기의 디자인으로 승부를 보려는 것으로 밖에 안보인다”며 “만일 빙그레가 화장품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면 화장품 업계에서 살아남기란 무리가 있어보인다”고 전망했다.
몇몇 시민들도 이와 비슷하게 빙그레의 화장품 사업을 우려하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 송파구에 거주한다고 밝힌 박해연(29)씨는 “식품업체가 어쩌다 화장품 사업을 하게 됐는지 궁금하다”며 “신선한 발상이긴 하나 중저가 화장품 시장은 이미 입지가 있는 브랜드들이 있기 때문에 성공 여부는 의문이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직장인 김하은(24·여)씨는 “바나나 우유랑 화장품이라니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며 “요즘 바나나가 인기라 식품산업에서부터 시작해 관련 제품이 이미 너무 많이 나와있어서 벌써부터 식상해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친구와 함께 길거리를 지나던 전은지(18)씨는 “화장품 용기의 디자인보다는 제품 성분이 중요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김태규 빙그레 홍보팀 관계자는 “최근 아시다시피 빙과·유음료 시장 등이 한계에 부딪히는 등 빙그레의 상황이 좋지 않아 사업 다각화를 하고 있기는 하다”며 “그러나 화장품과 엘로우 카페의 경우 사업다각화라기 보다는 마케팅 활동의 일환으로 기존 사업의 강화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소프트랩 또한 원재료 판매를 목적으로 시장을 테스트하는 용도”라고 덧붙였다. 빙그레 홍보팀은 소프트랩 매장이 생길 예정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아직 재협의 중이라 알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빙그레측의 말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나온 옐로우카페의 경우에도 카페형 플래그십 스토어로 시작했지만 내년에 2호점 개점이 계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기존 사업 마케팅의 일환으로 카페를 2호점이나 내겠다는 주장은 신뢰하기 힘들다”며 “사실상 카페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설명이 더 신빙성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프트랩의 경우도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을 따라 프랜차이즈 사업 진출을 위해 징검다리로 팝업스토어를 활용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에 나돌고 있다”며 “화장품 사업도 마케팅용이라고는 하지만 사업 진출에 앞선 시장 테스트인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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