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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삼양라면) 라면代父 영욕, 안타까운 급추락 ‘존재감까지’

곡산 2016. 12. 4. 23:26

라면代父 영욕, 안타까운 급추락 ‘존재감까지’

원조 국민간식 열풍 ‘이젠 과거의 영광’…편의점 매대 안보이며 3위도 위협

신정연기자(pringles331@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05-11 16:42:15

▲ 라면을 주력으로 내세운 삼양식품(사진)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은 한국 최초 라면생산 업체로 고 전중윤 삼양식품 회장이 시대적 사명감으로 라면을 만들기 시작했다. ⓒ스카이데일리

삼양식품 라면의 현주소는 편의점과 대형마트, 슈퍼마켓 몇 군데만 돌아봐도 실감할 수 있었다. 기자가 둘러본 거의 대부분 편의점 및 매장 직원들은 ‘삼양식품 라면은 잘 안 팔린다’고 전했다.
 
서초역 인근의 편의점 점주는 “농심과 오뚜기는 잘나가는 반면 삼양식품은 10개 중 0.5개 꼴로 팔린다”면서 “신라면과 진라면은 하루에 두 번꼴로 매대를 채워 넣는데 삼양식품 라면은 한 달에 두 번 정도만 채워 넣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대치동 인근의 편의점 점주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보통 인기 있는 순으로 매대를 진열하는데 신라면, 진라면 순이며 삼양식품의 라면은 맨 아래 쪽에 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삼양식품 라면의 추락에 대해 업계에서는 “꼬꼬면 열풍 이후 최근엔 프리미엄 짬뽕이 유행이다”며 “뒤쳐진 팔도조차 이연복 쉐프를 내세워 마케팅이라도 애쓰는 모습을 보이는데 반해 삼양식품은 트렌드를 쫓아가려는 노력마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 출처: AC 닐슨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지난해 13년 만에 당기순손실 34억원…업계 3위 자리조차 위협받아
 
라면가의 원조 삼양식품이 안타까운 추락세는 기업 실적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연결 기준 삼양식품은 지난해 3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2002년 이후 13년만에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작년엔 한 풀 꺾여 삼양식품 매출액은 7.6% 줄어든 2909억원에 그쳤다. 업계에 따르면 라면 원재료비 및 판관비 감소에도 불구하고 외형 축소로 인해 삼양식품은 업계 3위 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삼양식품은 2012년까지만 해도 업계 2위를 유지하며 라면 명가의 명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2013년 시장점유율이 13.3%로, 오뚜기에 0.8%p 차이로 밀려나 업계 3위로 주저앉았다. 오뚜기와 점유율 차이는 2014년 2.9%p, 2015년에는 6.9%p로 점점 더 커졌다.
 
반면 업계 4위인 팔도와의 격차는 좁혀지고 있다. 팔도는 2014년 라면시장 점유율이 8.1%로 삼양식품에 5.2%p나 뒤졌으나 지난해에는 2.7%p로 차이를 크게 줄었다.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의 라면 시장 점유율을 보면 오뚜기의 선전과 삼양식품의 급락 추세가 뚜렷하게 대비된다. 닐슨코리아가 집계에 따르면 한달간 오뚜기는 진짬뽕의 선전으로 24.1%로 급부상한 반면 삼양식품은 점유율 한자리 수인 9.8%로 추락했다.
 
▲ 기자가 둘러본 거의 대부분 편의점 매장 직원들은 삼양식품의 라면은 잘 안 팔린다고 전했다. 아예 매대에 삼양식품 라면이 없는 곳도 있었다. 서초역 인근 한 편의점의 라면 매대(사진)에서는 삼양식품의 라면을 찾을 볼 수 없었다. ⓒ스카이데일리

오뚜기와 농심이 지난해 10월 진짬뽕과 맛짬뽕을 출시한지 2개월 만에 2000만개, 2700만개를 각각 판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같은 기간 삼양식품 갓짬뽕 판매량 200만개 안팎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1300~1500원짜리 프리미엄 제품을 팔면서 별다른 특색 없이 구색 갖추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그나마 프리미엄 짬뽕의 경우 오뚜기 진짬뽕이 출시된지 1개월만에 갓짬뽕을 내놓았지만 프리미엄 짜장은 농심의 짜왕이 출시된 지 5개월 뒤에야 갓짜장을 선보였다.
 
마트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비빔면은 팔도비빔면, 짬뽕은 진짬뽕에 손이 간다. 아무래도 소비자들은 원조 제품부터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하려면 뭔가 달라야 할 텐데, 어설프게 따라 해서 이도저도 아닌 맛을 내기가 쉽다”고 평했다.
 
이마트 역삼점의 라면코너 파트너는 “삼양식품이 뒤늦게 갓짬뽕, 갓짜장, 갓비빔 제품을 내놨지만 소비자들은 시장에 미리 나온 제품 맛에 익숙해져 후발 주자는 웬만해선 뒤집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마트에 라면 종류만 70~80개 정도 되는데 삼양식품은 제품 종류도 적다”면서 “농심이나 오뚜기는 설령 시장에서 반응이 좋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신제품을 내놓는 반면에 삼양식품은 그런 시도조차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15년 12월 31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강남 한 편의점, 13종류 라면 중 삼양식품 라면은 단 1개 뿐 ‘매대 없는 곳도’
 
서초역 인근의 편의점에는 13종류의 라면 종류 가운데 삼양식품 라면은 단 1개뿐이었다. 한 편의점 점주는 오히려 “최근에 삼양식품이 신제품을 내놓은 것이 있냐”고 되물으며 “영업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삼양제품은 삼양라면이나 불닭볶음면만 취급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또 다른 편의점은 삼양식품에서 만든 라면 제품을 아예 매대에서 찾아 볼 수 없었다.
 
선릉역 인근의 편의점 점주는 “삼양식품 라면은 진짜 잘 안 나간다”며 “그나마 갖다놓은 것도 구색 맞추기용”이라고 밝혔다.
 
판매점에서 만난 소비자들로부터 삼양식품 라면의 맛에 대한 평가도 들을 수 있었다. 신라면을 주로 찾는다는 고객은 “삼양라면은 맛이 밋밋한데, 얼큰한 걸 좋아하는 한국인 입맛과 거리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마트에서 만난 주부 역시 “옛날 라면 맛을 잊지 못하는 어르신들 입맛에 딱 맞는 제품”이라며 “아이들에게 순한 맛 라면을 주려고 노력하지만 라면은 아무래도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얼큰한 국물을 찾을 수밖에 없는데 삼양라면은 밋밋하다”고 평했다.

삼양식품 약사(略史), 국민 식품에서 우지 파동까지
 ▲ 초창기의 삼양라면. [사진=삼양식품 홈페이지]
삼양라면은 1963년 9월에 출시된 국내 최초의 라면이다. 산업화 이전,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못살던 시절에 고 전중윤 삼양식품 회장이 사명감을 갖고 라면 시장에 뛰어들었다.
 
남대문을 지나가다 서민들이 5원짜리 꿀꿀이죽을 사먹기 위해 줄을 선 걸 보고 "값싸고 영양가 있는 끼니를 공급하겠다"며 정부를 설득했고, 일본의 명성식품으로부터 라면 기계 2대를 들여와 생산을 시작했다.
 
1968년 베트남 파병 한국군에 수출했고 1969년 1500만 봉지를 파는 국민식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절대강자였던 삼양식품은 1985년 농심에 역전 당했다. 농심은 너구리(1982년), 안성탕면(1983년), 짜파게티(1984년)를 연속으로 히트시켜 마침내 점유율 42.2%에 올라 40.9%였던 삼양식품을 제쳤다. 이후 농심은 최고의 역작 신라면(1986년)을 출시하며 1위 자리를 굳혔다.
 
1989년에 삼양식품은 ‘우지 파동’으로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았다. 라면에 공업용 우지(쇠기름)를 사용했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한 때 생산 중단까지 했고,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때는 늦었다. 우지 파동은 정치적 맥락이 있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다. 우지 파동 이듬해인 1990년 삼양식품은 매출이 30% 줄었고, 점유율은 17.6%로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