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삼다수 전운…백산수 추격 속 ‘CJ 제주행’ 긴장
식음료 많아 ‘무늬만 제약’ 눈총…제약 17%(연결) 비중 ‘생수 배수진’ 전망
김도현기자(dh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03-30 17:27:28
▲ 식음료매출 비중이 높아 제약계에서 ‘무늬만 제약사’라는 시선을 받는 광동제약(사진·본사)을 향한 엇갈린 시선이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폭 증가한 매출 등을 들어 부러워하는 반면 내부 일각에서는 사업 효율성 및 주력상품 등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제약회사를 표방하고 있지만 비타500, 제주 삼다수 등 음료판매 실적 비중이 높아 제약계에서 ‘무늬만 제약사’라는 시선을 받아 온 광동제약에 대한 안팎의 평가가 엇갈려 이목이 쏠리고 있다.
30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제약업계에서는 큰 폭의 매출 신장을 부러워하는 여론이 일고 있는 반면 내부 일각에서는 사업의 효율성 저하와 주력 상품의 이탈 위협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안팎의 평가가 엇갈린다는 의미는 그만큼 해당 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는 것을 반증하는 현상이다”며 “그동안 본업인 제약사업 외에 비타500, 삼다수 등 부업인 음료사업에 열중한 행보가 부른 ‘자승자박’ 현상 아니겠느냐”고 안타까운 감정을 드러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 장수제약사로 명망 높은 광동제약이 주력 사업이 아닌 음료 사업 때문에 흔들릴 수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상이다”며 “특히 광동제약의 상징과도 같은 고 최수부 창업주 타계 후 2대 경영 시작점에서 논란이 불거져 나왔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및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5723억원의 매출액(개별)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513억원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실질적인 사업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8억원·11억원 감소한 487억원·334억원 등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에 광동제약 안팎에서는 “매출액과 비교했을 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의 증가율은 다소 초라해 보인다”며 사업의 효율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식품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관련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의 이유로 광동제약 주력 상품이 속한 시장의 ‘출혈경쟁’을 꼽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광동제약이 무늬만 제약사 소리를 들으면서도 식음료 사업에 열중해 온 가운데 타 식음료 업계 업체들과의 경쟁 구도가 형성돼 가격 경쟁을 벌이다 보니 매출은 올랐으나 실익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앞서 광동제약은 식음료 사업을 통해 상당한 재미를 봤다. 지난 2001년 출시한 ‘비타500’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전체 매출에서 음료 매출 비중이 높아졌다. 반면 기존 주력사업이었던 의약품 매출 비중은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식음료 업계에서 광동제약 열풍은 ‘비타 500’에서 그치지 않았다. 2006년 출시한 ‘옥수수수염차’ 또한 높은 인기를 끌었고, 2012년에는 우리나라 생수시장의 절대강자로 불리는 ‘제주 삼다수’의 판권까지 확보하게 되면서 관련 업계에서 광동제약의 파워는 더욱 막강해졌다.
덕분에 식음료 매출 비중은 날이 갈수록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의약품 매출 비중은 점차 줄어들었다. 최초 비타500 출시 당시 90%를 웃돌았던 의약품 매출 비중은 2014년 28.0%(연결기준)까지 급락했다. 지난해에는 신사업 등의 영향으로 연결기준 17.1%까지 떨어진 상태다.
그런데 광동제약이 점점 식음료 기업 색채가 짙어지고 사이 시장의 상황도 조금씩 변해갔다. 광동제약의 히트상품을 표방한 유사제품들이 속속 등장했고, 고객들도 점차 한 가지 제품에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또 광동제약이 어렵사리 판권을 획득한 ‘삼다수’ 또한 생수시장의 경쟁 과열로 시장 점유율이 점차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처럼 식음료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 지다보니 광동제약 또한 자연스레 경쟁 대열에 합류하게 됐고, 결국 이렇다 보니 매출 규모는 커졌더라도 사업의 실효성 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삼다수 리스크’ 부상하나…“계약종료 아냐 ‘+1년’ 옵션” vs “실적 봐야…장담 못해”
광동제약 내부에서는 “그나마 실적을 지탱하던 주력 상품의 판권 마저 뺏길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광동제약 내부에서는 오는 12월 14일로 예정된 판권 만료일을 ‘잠재적 리스크’로 여기는 분위기가 높다. 특히 대기업 계열 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이 삼다수 제조사인 제주개발공사와 함께 탄산수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등 급격하게 ‘친근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시선을 끌고 있다.
▲ 자료: AC닐슨 ⓒ스카이데일리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광동제약 한 관계자는 “광동제약 내부에서는 CJ제일제당이 삼다수의 제조사 제주개발공사와 손잡고 탄산수를 출시하는 것이 탄산수뿐만 아니라 생수 시장에도 진출하려는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며 “유통 판로는 물론 방송 등을 통한 간접광고(PPL)에도 강점을 보이는 CJ그룹의 접근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고 전했다.
CJ그룹은 방송계열사 CJE&M의 다수의 인기 프로그램을 통해 탄산수를 히트 상품으로 키워낸 전례가 있다.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등 유명 예능프로그램에 씨그램(코카콜라), 트레비(롯데칠성음료) 등을 자연스럽게 노출해 탄산수 열풍의 숨겨진 주역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런 CJ그룹의 식품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은 제주개발공사와 함께 탄산수 출시에 드라이브를 건 상태다. 양 측은 각각 12억원, 18억원을 출자해 ‘JVC(Joint Venture Corperation, 가칭)’을 4:6비율로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 홍보팀 관계자는 “탄산수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지만 출시 시기 만큼은 올 해 하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광동제약 안팎의 분위기와 달리 정작 회사 측의 입장은 별로 걱정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삼다수 계약 종료에 따른 판권 이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최초 계약 당시 ‘+1년’이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즉, 계약종료기간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그는 “자세한 사항은 제주개발공사 측과 통화해보라”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제주개발공사 측은 광동제약 측과 사뭇 다른 대답을 내놨다. 광동제약 측이 확신에 차 있는 ‘계약 기간 1년 연장’ 사항에 대해 다소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제주개발공사 관계자는 “계약내용이 대외비라 정확한 언급은 할 수 없으나 ‘+1년’의 경우 옵션일 뿐이다”며 “계약내용에 근거한 매출액·판매량 등 일정 기준이 돼야 적용될 수 있다”고 답했다.
삼다수가 여전히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점, 전체 생수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사실 상 ‘+1년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서는 오히려 “계약 만료까지 모르는 일 아니냐”며 확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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