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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베네 파죽지세 성장 토종커피 恨 ‘냉혹한 내리막길’

곡산 2016. 12. 4. 23:22

파죽지세 성장 토종커피 恨 ‘냉혹한 내리막길’

실적 곤두박질 충격에 부채비율 치솟고 소비자 외면까지 ‘창업주 눈물 퇴진’

신정연기자(pringles331@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03-11 02:55:09

카페베네 창업자 김선권 회장은 과거 캐나다 여행 중 팀홀튼이라는 브랜드가 스타벅스와 던킨도넛을 제치고 캐나다 토종브랜드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국내에도 토종브랜드 카페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김 회장은 외국 업체가 득세하던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2008년 11월 카페베네 천호동에 1호점을 개점했고 이후 세를 확장해 토종 커피브랜드 선두 격으로 치고 올라섰다. 그는 연예기획사 싸이더스HQ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해당 소속사의 연예인들을 다수 출연시키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했다. 그러면서 점포를 많이 내는 전략을 내세웠다. 2010년 1월 100개에 불과하던 매장이 2011년 1월 약 450개로 늘어났다. 2012년에는 미국, 중국, 필리핀 등에도 매장을 세워 2013년 8월에는 국내외 통틀어 1000호점을 돌파했다. 하지만 2013년부터 매출이 내리막을 걸었고, 적자로 전환하더니 점차 그 폭이 확대됐다. 무리한 확장이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토종 커피브랜드 카페베네의 실적 감소와 이에 따른 원인을 취재했다.

▲ 카페베네는 2010년 즈음 국내 커피 소비자들에게 자생적인 토종브랜드로 인기를 얻으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매장수가 감소하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 폭도 점차 확대되고 있어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카페베네 매장 전경 ⓒ스카이데일리

토종브랜드 카페베네가 위기를 겪고 있다. 한때 매출액이 가파르게 성장했고, 매장수가 1000개를 돌파하며 2020년까지 가맹점을 1만 곳으로 늘린다는 계획도 야심차게 발표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매장수가 감소하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 폭도 점차 확대되며 위기에 봉착했다.
 
카페베네의 매출액은 2010년부터 뛰어올랐고 2012년에 정점을 찍은 후 2013년을 기준으로 2015년 3분기 누적까지 점점 감소했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2012년 2207억원에 달했던 연결매출액은 ▲2013년 1874억원 ▲2014년 1464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기준 ▲2014년 누적 1142억원 ▲2015년 3분기 960억원으로 하락세를 나타났다.
 
당기순이익 역시 2012년까지 흑자를 유지하다가 2013년부터 2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2014년 114억원, 2015년 3분기 누적 82억원의 손실을 기록해 적자폭이 확대됐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15년 9월30일 기준.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부채비율 역시 늘었다. 2011년 249.3%에 불과했으나 2012년 657.7%로 두 배 가량 상승했다. 2013년 664.9%로 비슷하게 유지하다가 2014년 1401.6%, 2015년 3분기 누적은 4319.2%까지 치솟으며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소비자들, 브랜드 자체에 메리트 없어…“맛도 별로고 비싸”
 
카페베네의 위기는 소비자들의 차가운 반응에서 그대로 전해졌다. 스카이데일리는 명동, 방배동, 서대문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위치한 카페베네를 찾아 실제 소비자 반응을 들어봤다.
   
명동점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학교가 인근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처음 방문했다”며 “카페베네라고 하면 그래도 인지도가 있는데 이렇게 사람이 없는지 몰랐다”고 했다.
 
이어 그는 “커피 맛은 다 똑같은 것 같지만 저렴한 가격의 다른 커피집도 많은데 비싸 보인다”고 말했다.
 
카페베네를 일주일에 한번 이상 방문한다는 인근 직장인 여성은 “특별히 선호해서 온다기보다 가까워서 찾는다”며 “확실히 다른 지점보다 맛있는 것도 아닌 느낌이고 예전에 비해 얼음 량이 줄었다”고 했다.
 
카페베네를 자주 방문한다는 한 소비자는 “스무디나 다른 음료 종류를 먹기 위해 이곳에 방문하는 것이지 각별히 커피를 맛보기 위해서만 이곳을 방문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 강남의 한 상권에는 스타벅스와 카페베네가 길 하나를 두고 마주보고 자리 잡고 있다. 평일 낮시간대 스타벅스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꽉 찬 반면 카페베네는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스카이데일리

서울 강남의 한 상가 사례를 보면 스타벅스와 카페베네가 서로 마주보고 자리를 잡고 있다. 평일 낮시간대 스타벅스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꽉 찬 반면 카페베네는 한산했다. 이곳 카페베네를 방문한 한 소비자는 “카페베네는 국내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편하게 갈 수 있는 이미지가 아니다”며 “소비자들이 카페베네를 방문할 큰 메리트가 없다”고 말했다.
 
한 여성 고객은 “예전에는 도우(반죽)도 좋은 걸 쓰고 와플도 바삭하고 맛있었는데 요즘은 직원들이 대충 만드는 것 같다”며 “본사 측에서 관리가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또 그는 “스타벅스는 오래 있어도 눈치 보이지 않고, 사람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조용해서 자유롭게 공부나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며 “일부러라도 스타벅스가 있는 위치를 검색해서 찾아간다”고 밝혔다.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른 커피 브랜드 관리 소홀 비판
 
오피스와 각종 커피전문점들이 몰려있는 강북의 한 카페베네 역시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곳 인근에서 만난 고객은 “커피 소비자들은 커피 맛도 중요하지만 브랜드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카페베네는 흔하기도 하지만 인기가 감소한 느낌이다”고 말했다.
  
▲ 한때 ‘바퀴베네’라고 불릴 정도로 매장 수가 늘어났던 카페베네의 매장 수가 최근 줄어들고 있다. 일부 가맹점주들에 따르면 ‘폭탄 돌리기’라는 말까지 나오며 영업적자가 나기 전에 매물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최근 매장을 철수한 카페베네 서초역점. ⓒ스카이데일리

기자가 만난 한 카페베네 매장 직원은 “카페베네가 사업을 계속 확장하면서 본사에서 커피 자체에 대한 관심이 줄어 본사 관리가 소홀하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카페베네가 잇따른 사업 확장이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커피브랜드 자체에 대한 이미지가 소홀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바퀴베네’, ‘맛없는 커피’ 등으로 불리며 커피소비자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산됐다고 전했다.
 
카페베네가 론칭한 다른 브랜드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2011년 론칭한 ‘블랙스미스’는 매출과 매장수가 급감했고, 2012년 인수한 베이커리 마인츠돔은 역시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신규 점포 확장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카페베네 매장 수는 줄어들고 있다. 한때 카페베네는 바퀴벌레처럼 많이 퍼진다고 해서 ‘바퀴베네’라 불릴 정도로 많은 매장수를 자랑했지만 최근 점포 매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는 ‘폭탄 돌리기’라는 말까지 나왔다. 점포를 열었다 영업적자로 인해 폭탄이 터지기 전(망하기 전) 매물로 내놓는다는 것이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카페베네 국내 매장수는 2013년 907개, 2014년 928개로 다소 증가했으나 2015년 900개, 최근에는 점포가 더 줄어 800대 후반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 자료: 카페베네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이 같은 악재를 벗어나기 위해 카페베네도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카페베네의 최대주주는 김선권 회장에서 사모투자사 K3제5호로 변경됐다. K3제5호는 우선주에서 보통주 전환에 따라 84.2%지분을 갖게 됐으며, 김 회장의 지분율은 49.49%에서 7.3%로 줄었다.
 
또한 지난해 9월에는 최승우 사장을 선임하면서 김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김 회장은 해외사업과 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카페베네는 미국·중국시장에서 쓴맛을 봤고 최근에는 부동산 사업까지 손을 댔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며 “외형에 집중하다보니 디테일이 필요한 이미지에는 신경을 못쓴 것이 패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임 최승우 사장이 전임 김선권 회장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