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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나비 ‘아티제’(대한제분) 삼성家 큰딸 커피·빵사업 ‘이부진 효과’ 대단했다

곡산 2016. 12. 4. 23:01

삼성家 큰딸 커피·빵사업 ‘이부진 효과’ 대단했다

밀가루 명가 후계 맡고 3년 내리 적자…호텔신라 경영 무적자 행진 ‘극과극’

신정연기자(pringles331@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05-05 00:07:28

대한제분은 지난 1952년 창업주 이종걸 전 회장이 설립한 밀가루 회사로 ‘곰표 밀가루’로 널리 알려졌다. 대한제분은 CJ제일제당, 동아원과 함께 국내 제분업계 3대축을 형성하며 한때 재계 10위권에도 이름을 올린 적도 있었다. 2009년부터는 장남 이건영 부회장을 주축으로 2세 경영에 돌입했다. 이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 오르면서 밀가루와 사료의 원료가 국제 곡물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판단해 외식업, 자동차, 반려동물사업 등 다양한 신사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지난해 밀가루사업이 전체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두각을 드러내는 신사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식업과 반려동물사업은 고급화를 추구하며 야심차게 진출했지만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가운데 외식 브랜드 아티제는 삼성그룹(호텔신라)으로부터 인수한 사업인데 대한제분이 인수한 이후 성적이 떨어졌다. 기자가 직접 찾은 서울지역 매장은 삼성 관련 매장과 아닌 매장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스카이데일리가 대한제분 신사업 중 하나인 카페·베이커리 브랜드 아티제의 업황과 매장을 취재해봤다.

▲ 3대 제분업체 중 하나인 대한제분이 야심차게 시작한 커피·베이커리 브랜드 아티제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티제를 운영하는 보나비는 과거 삼성그룹 신라호텔의 자회사였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신라호텔이 운영할 당시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었지만 대한제분 인수 이후 줄곧 적자를 내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사옥내에 있는 삼성타운점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3대 제분업체 중 하나인 대한제분이 야심차게 시작한 커피·베이커리 브랜드 ‘아티제’가 삼성의 품을 떠난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업계의 시선을 받고 있다.
 
대한제분은 밀가루와 사료를 주로 판매하는 업체로 실적이 국제 곡물가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2009년 이종각 회장이 대한제분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장남인 이건영 부회장이 그 자리를 이어나갔다. 이 부회장은 본격적인 2세 경영에 돌입하면서 국제 곡물가격에 따른 실적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해왔다.
 
아티제 사업도 그 중 하나다. 아티제는 과거 신라호텔의 계열사 보나비가 운영하는 카페·베이커리 브랜드다. 당시 신라호텔은 대기업 골목상권 논란으로 아티제를 운영하는 보나비의 매각을 추진했다. 신사업을 추진하던 대한제분은 커피·베이커리 사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했고 매일유업, 동서식품, 삼양옵틱스 등 6개사와 인수전 끝에 2012년 4월 보나비를 301억원에 매입했다.
 
적자낸 적 없는 브랜드…삼성 품 떠나 한 번도 흑자낸 적 없어
 
호텔신라 및 업계에 따르면 보나비는 호텔신라 자회사 시절 단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었다. 대한제분에 인수되기 전년 2011년까지도 영업이익 12억원, 당기순이익 11억원으로 흑자를 냈다.
 
이 같은 흑자의 원인으로 당시 아티제 매장이 적었을 뿐더러 삼성서울병원, 서초동 삼성사옥, 태평로 삼성본관, 삼성생명 여의도점, 중앙일보 사옥 등 주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건물에 입점해있어 충성고객이 많았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호텔신라가 모회사여서 베이커리류의 고급화된 이미지도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한제분은 보나비 인수 후 기존에 삼성그룹 계열사 건물 내 아티제 지점을 그대로 두고 매장을 늘려갔다. 아티제 매장은 대한제분에 인수 직전 30여개에서 올 4월 기준 58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수익은 그만큼 따라주지 않았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15년 12월31일 기준.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인수 전 보나비의 실적은 ▲2011년 매출액 322억원, 영업이익 12억원, 당기순이익 11억원 ▲2012년 매출액 359억원, 영업이익 8916만원, 당기순이익 5272만원을 보였다.
 
2012년 4월 대한제분의 인수 이후 보나비의 실적은 3년 연속 적자행진을 기록했다. 실적은 ▲2013년 매출액 418억원, 영업손실 25억원, 당기순손실 29억원 ▲2014년 매출액 481억원, 영업손실 26억원, 당기순손실 28억원 ▲2015년 매출액 530억원, 영업손실 23억원, 당기순손실 27억원을 기록했다.
 
인수 이후 적자가 나오자 보나비 측은 신규 매장 출점으로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앞으로 지켜봐달라고 전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난해에도 보나비는 흑자전환을 하기는커녕 적자 규모를 유지했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보나비가 삼성그룹 품을 떠나니 삼성계열사 건물 외의 지점에서 사실상 빛을 못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시 순자산가액이 150억원이었던 아티제를 301억원에 사들인 것은 기존에 삼성그룹 계열사 건물 내에 있던 충성고객들에 대한 로얄티가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자가 찾아간 삼성그룹 계열사 내 아티제는 평일 낮시간대 임에도 불구하고 테이블이 꽉 차 있었다. 하지만 강남 및 여의도 몇몇 지점은 삼성그룹 건물 내 매장만큼 손님이 많지 않았다.
 
서초동 삼성 사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떨어져있는 아티제 강남역 지점의 한 손님은 “다른 지점도 방문해봤다”며 “강남역 다른 카페들은 사람이 너무 많은데 아티제는 사람이 별로 없어 작업할 때 집중할 수 있어서 찾아온다”고 말했다.
 
여의도에 위치한 삼성생명 빌딩 내 아티제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떨어진 아티제 여의도롯데캐슬점에 방문한 고객도 “옆에 있는 폴바셋 커피가 더 맛있어서 폴바셋을 자주 이용하는데 그곳에 자리가 없으면 여기로 온다”고 답변했다.
 
“호텔신라 시절과 달라진 점 크게 없어…가격만 비싸고 제품 경쟁력 떨어져”
 
▲ 외식업계는 고급화 전략을 내세운 아티제에게 경쟁자가 대거 늘었다고 분석했다. 대한제분에게 인수된 이후 주요 커피 브랜드들이 신규 매장을 경쟁력으로 증가시켰고 디저트 브랜드들 역시 늘어나며 아티제의 경쟁 상대가 되고 있다. 사진은 아티제 매장내 케익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외식업계에서는 아티제가 삼성그룹 메리트를 떠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대한제분의 아티제 인수 이후 스타벅스, 커피빈, 이디야 등 다양한 커피브랜드가 신규 매장을 경쟁적으로 늘려나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저가 커피 업체도 경쟁에 가세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존 삼성그룹 메리트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디저트 산업이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아티제는 다른 커피브랜드들과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베이커리류도 다른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소비자들에게 별다른 메리트를 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소비자 일각에서 나온다.
 
아티제는 2004년 유러피안 고급 커피전문점을 표방하며 등장해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많은 커피·베이커리 매장이 생기면서 아티제의 이 같은 고가 전략이 힘을 못 쓴다는 시선이 있다.
 
커피 제품 중 아메리카노는 커피 프랜차이즈 중 가장 높다는 커피빈과 같은 가격인 4500원을 유지했다. 이는 스타벅스 4100원보다 비싸고, 이디야커피 2800원보다 1.6배 차이 났다. 베이커리류 중 가장 기본적인 식빵도 파리바게트는 2200원인데 반해 아티제는 4800원에 달했다.
 
아티제 서초우성점에서 만난 고객은 “맛이 없는 건 아닌데 이 가격을 주고 이용하기에는 너무 비싸다”며 “매장수가 적어 뭔가 특별할 것 같지만 굳이 찾아서 오지는 않는다. 스타벅스나 커피빈을 가겠다”고 했다.
 
삼성 서초사옥을 방문한 고객도 “요즘 디저트류가 많이 등장하는데 종류도 생각보다 없고 베이커리류를 맛보기 위해 굳이 아티제에 방문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했다.
 
여의도점에서 만난 고객도 “커피와 베이커리를 병행하고 있다는 것이 아티제가 내세우는 강점이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다른 커피점과 비교해 정체성이 흐려지는 것 같다”며 “아티제만의 아이덴티티를 키워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 커피 브랜드 아티제는 대한제분이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야심차게 시작했다. 제품, 브랜드 이미지, 운영 방식에 있어서 호텔 신라 자회사 시절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매장 직원도 2010년부터 아티제에서 일해 왔지만 대한제분의 인수 전후로 매장 운영방식이나 직원 교육 측면에 있어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전했다. 사진은 대한제분. ⓒ스카이데일리
 
업계에 따르면 아티제는 대한제분이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제품, 브랜드 이미지, 운영 방식에 있어서 호텔 신라 자회사 시절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고 한다.
 
여의도 지점을 방문한 고객은 “이 근처에 근무하면서 몇 년전부터 아티제를 봐왔고 호텔신라에서 운영하다가 운영주체가 어느 업체로 바뀌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사이에 아티제는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운영주체가 호텔신라에서 중견 업체로 바뀐 것이 소비자들의 선호도에 있어서 아무래도 영향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매장 직원도 “2010년부터 아티제에서 일해 왔지만 대한제분의 인수 전후로 매장 운영방식이나 직원 교육 측면에 있어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전했다. 또 그는 “호텔신라 시절에는 용모나 예절 교육 같은 게 지금보다 철저하기는 했었다”며 “그래도 본사 측에서 잘해주면 잘해줬지 그 때보다 못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보나비 관계자는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봄, 여름, 가을 기점으로 아티제의 신제품을 내놓는다”며 “호텔 신라 시절과 신상품을 내놓는 시기가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에는 화장품업체 바비브라운과 협업을 시도하는 등 제품 차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