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그룹 몸집 불리기, 장·차남 야심 ‘엇갈린 성적’
장남 금융, 대우·현대證 잇단 좌절…차남 가업, M&A 포식 큰손 ‘승승장구’
임현범기자(hby6609@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04-27 00:07:37
동원그룹을 설립한 김재철 회장은 국내 대표적인 1세대 기업가로 손꼽힌다. 1958년 당시 23살 나이에 한국 최초의 원양어선 지남호에서 참치잡이를 시작한 그는 2년여 만에 선장이 돼 8년 동안 마도로스 생활을 했다. 그러다 1969년 동원그룹의 모태인 동원산업(주)을 설립했다. 참치통조림하면 동원참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 참치캔통조림 시장에서 압도적인 인지도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M&A를 펼친 결과 동원그룹은 수산전문업체에서 종합식품회사로 발전했다. 또 1982년 국내 대표 증권사였던 한신증권을 인수하면서 금융업계에도 진출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00년대 초반 식품과 금융으로 계열분리 작업에 나서면서 두 아들에게 사업을 물려줬다. 장남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은 금융을, 차남인 김남정 동원엔터프라이즈 부회장은 식품사업을 각각 물려받았다. 장남 김남구 부회장은 지난 2003년 동원그룹에서 금융을 완전히 분리해 독자 경영에 나섰다. 이듬해인 2004년 동원증권 대표이사에 오른 뒤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해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출범시켰다.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은 식품계열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를 맡아 경영을 맡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들 두 형제가 경쟁하듯 공격적인 M&A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는 가운데 상반된 결과물을 내놓고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스카이데일리가 2세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마도로스 집안 형제의 M&A행보 등을 취재했다. |
▲ 동원그룹 창업주인 김재철 회장의 두 아들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과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의 M&A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형인 김남구 부회장이 M&A시장에서 잇따라 고배를 든 반면 동생인 김남정 부회장은 취임 이후부터 최근 2년간 6건의 M&A를 성사시키며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한국투자증권 본사(왼쪽)와 동원그룹 본사 ⓒ스카이데일리
동원家의 형제,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과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의 M&A 행보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형제간 각자 맡은 사업부문에서 경쟁하듯 공격적인 M&A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데 그 결과가 사뭇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형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대형 증권사 인수에 잇따라 고배를 마시며 실패하고 있는데 반해 동생인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은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추진중인 M&A를 잇따라 성공시키며 포장재 분야로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잇따른 M&A 고배…김 회장 2020 슈퍼 금융사 목표 ‘암초’
김남구 부회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투자금융지주(한투금융)를 2020년까지 아시아 최고 투자은행(IB)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하지만 대우증권에 이어 현대증권 인수까지 연달아 실패하면서 당초 계획했던 목표 달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치러졌던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KB금융지주(KB금융)에 밀려 대형 증권사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됐다. 특히 김남구 부회장 입장에선 현대증권이 증권업계에 남은 마지막 대형 증권사 매물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M&A실패가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다.
▲ 형 김남구 부회장(왼쪽)이 이끄는 한국금융지주는 대우증권에 이어 마지막 남은 대형 증권사 매물인 현대증권 인수에 실패하면서 상대적인 경쟁력 약화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반면 동원그룹을 이끄는 동생 김남정 부회장은 기존 사업 외에 포장재분야 업체 인수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한국금융지주, 뉴시스]
한투금융이 자기자본 규모 3조3000억원인 현대증권 인수에 성공했다면 자기자본 규모가 6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럴 경우 대우증권을 인수한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업계 2위로 등극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증권 우선협상대상자에 KB금융이 선정되면서 한투금융은 미래에셋대우증권, NH투자증권, KB투자증권(현대증권 합병예정), 삼성증권에 이어 업계 5위 수준에 머물게 됐다.
특히 최근 증권업계가 자기자본 규모를 늘리는 등 앞 다퉈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서 수익창출 한계가 극명해진 증권사들이 대형화를 통한 IB사업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규모면에서 월등한 해외증권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자기자본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유리하다. 한국금융이 상대적인 경쟁력 악화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업계가 대형화를 통한 IB사업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한투의 잇따른 M&A 실패는 악재로 치부될만한 사안”이라며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김 회장이 인도네시아를 다녀온 것도 해외 증권사 인수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격적 M&A, 2년간 6건 성공…글로벌 식품사업 성장 ‘촉각’
형인 김남구 부회장이 M&A에 고전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동생인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은 성공적인 M&A행보를 이어나가고 있어 사뭇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참치통조림 시장의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M&A행보를 펼쳐 사업다각화 행보에 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동원그룹은 포장재분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룹 계열사 중 종합포장재 생산을 담당하는 동원시스템즈는 최근 2년간 포장재분야 업체 5곳을 인수했다.
지난 2014년 필름 생산하는 한진피엔씨를 35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유리병 제조업체인 테크팩솔루션을 2500억원에 인수했다. 또 참치캔 제조업체인 탈로파시스템즈를 300억원에 인수했다.
▲ 자료: 동원그룹 및 M&A 업계
이듬해인 2015년에도 공격적인 M&A행보는 이어졌다. 베트남 포장업체 인수를 통해 원가경쟁력 확보에도 나섰다. 지난해 9월 베트남 포장재 비닐포장재 생산업체인 탄티엔패키징(TPP)과 미잉비에트패키징(MVP)을 각각 890억원, 250억원에 인수했다. 이들 포장재분야 기업 5곳을 인수하는 데만 4300억원에 이르는 금액을 사용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동원그룹이 포장재 산업에 뛰어든 것에 대해 기존 사업을 벗어나지 않는 테두리 내에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매물 위주로 M&A를 진행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동원그룹이 참치를 통조림 형태로 가공·제조해 판매하는 만큼 포장업체 인수를 통해 수직계열화를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룹내 종합식품을 맡고 있는 동원F&B 역시 지난해 온라인 축산물유통 업체인 금천을 450억원에 인수했다. 그간 생육 유통 부문이 전무했던 동원F&B는 이를 통해 수직계열화 체제를 구축했다.
사실상 김남정 부회장은 부회장 취임 이후 2년간 무려 6건의 M&A를 진행해 성사시킨 셈이다. 이를 통해 창업주인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당초 목표로 밝힌 바 있는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기위한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재계 한 관계자는 “김남구 부회장이 동원그룹에서 계열분리 후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해 견조한 실적을 이어왔지만 M&A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이와 달리 김남정 부회장은 공격적인 M&A를 통해 향후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어 M&A에선 아우가 형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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