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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야(EDIYA) 원조 저가돌풍, 이젠 서민커피 ‘싼 역풍’ 부메랑

곡산 2016. 12. 4. 22:53

원조 저가돌풍, 이젠 서민커피 ‘싼 역풍’ 부메랑

파격 2000원대 아메리카노 파죽지세…더 싼 1000원대 쏟아지며 ‘주춤주춤’

신정연기자(pringles331@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06-24 00:05:44

 
 ▲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자존심을 지켜 온 이디야가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다. 그동안 강점으로 내세웠던 저가커피가 더 싼 저가가피의 잇단 등장에 밀리고 있다는 게 그 이유로 꼽히고 있어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이디야 강남 본사 사옥 ⓒ스카이데일리

국내 매장 수 1위를 차지하는 등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자존심을 지켜 온 이디야가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다. 그동안 강점으로 내세웠던 부분들이 하나 둘 경쟁업체에 밀리고 있다는 게 그 이유로 꼽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01년 중앙대점을 통해 첫 선을 보인 이디야는 사업 초기만 해도 지금과 같은 기업형 프랜차이즈의 모습이 아니었다. 오히려 일반적인 소형커피전문점 쪽에 더욱 가까웠다.
 
그러나 2004년 투자자문사 대표를 역임하던 문창기 회장이 인수하면서 상황은 확 달라졌다. 지금과 같은 기업형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탈바꿈 한 후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디야는 대기업 브랜드들의 각축장인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살아 남기 위해 나름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바로 가격 경쟁력 이었다. 당시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투썸플레이스 등 대부분의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아메리카노 한 잔에 4000원 넘게 팔았던 것과 달리 이디야는 2800원에 내놨다. 30% 이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 것이다.
 
이디야의 전략은 주효했다. 특히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젊은층들 사이에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인해 국내 경기까지 잔뜩 움츠려 들었던 2010년 이후에는 이디야의 저가 전략이 더욱 빛을 발했다.
 
이디야의 매출은 △2011년 245억원 △2012년 420억원 △2013년 786억원 △2014년 1162억원 △2015년 1355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장수도 △2011년 583개 △2012년 801개 △2013년 1052개 △2014년 1449개 등으로 빠르게 늘었다. 지난해 역시 매장수는 전년 대비 늘어 마침내 1800개를 돌파했다.
 
저가 커피 돌풍 주역 ‘이디야’, 성장세 한 풀 꺾이고 향후 전망도 ‘흐림’
 
 ▲ 자료: 이디야 ⓒ스카이데일리

그러나 최근 관련업계 등에서는 겉으로만 나타나는 성장을 마냥 좋게만 볼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세가 한 풀 꺾이는 추세고, 향후 전망 또한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게 그 이유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디야는 전반적인 수치만 봐서는 분명 상승세를 나타냈지만, 그 상승폭이 점차 완만해졌다. 이디야 및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이디야의 매출액 증가(전년 대비) 폭은 △2012년 175억원 △2013년 366억원 △2014년 376억원 등으로 꾸준히 올랐지만 지난해엔 193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매장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디야 매장수 증가폭(전년 대비)은 △2012년 218개 △2013년 251개 △2014년 397개 등으로 꾸준히 올랐지만 지난해엔 전년 대비 감소했다. 지난해 새로 생긴 이디야 매장수는 356개로 전년 보다 41개 적었다.
 
업계에 따르면 이디야의 작년 점포당 매출도 1년 전과 비교해 2% 정도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점포수 증가로 이디야 본사의 매출액이 증가하곤 있지만, 막상 가맹점주 입장에서 보면 기존에 비해 매출액이 감소한 것으로 보여진다는 게 관련업계 한 전문가의 견해다.
 
유통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디야 성장 정체의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강점으로 꼽혔던 가격경쟁력이 이제는 더 이상 강점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들어 소비자들의 얇아진 주머니 사정을 감안한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빽다방, 쥬씨, 커피에 반하다 등은 모두 1000원대 저가 커피를 앞세워 빠르게 점유율을 늘려 나가고 있는 브랜드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맥도날드·롯데리아 등의 패스트푸드점과 CU·GS25 등의 편의점들 마저 1000원 저가 커피 시장에 진출해 시장 경쟁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어차피 싼 맛에 먹는 저가 커피, 100원이라도 더 싼 곳으로 가는 게 당연”
 
국내 커피 시장의 저가 커피 열풍과 이에 따른 이디야의 약세는 현장에서 더욱 확연하게 드러났다. 스카이데일리는 서울 시내 곳곳에 위치한 이디야 매장 및 타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을 직접 찾아 소비자들의 반응을 들어 봤다.
 
이디야 매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디야를 접했을 때 가장 먼저 ‘저렴한 커피’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는 “최근에는 이디야의 자리를 넘볼 만한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많이 생기고 있어 결국 이디야 보다 저렴한 커피 매장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고 말했다.
 
저가 커피 매장이 몰려있는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만난 김우정(24세) 씨는 “단골매장이 아닌 경우에야 특별히 브랜드를 따질 일이 없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저렴한 커피를 파는 곳을 우선적으로 이용한다”며 “이디야와 타 저가 커피브랜드가 같은 장소에 있다면 당연히 타 저가 브랜드로 갔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디야 역삼점에서 만난 안동훈(45)씨는 “처음 생겼을 때는 기존 프랜차이즈 브랜드들 보다 저렴해서 이용했지만 지금은 이디야 보다도 더욱 저렴한 커피전문점이 많이 생겼다”며 “스타벅스 등 고가 커피브랜드는 커피맛을 신경쓰는 것 같아서 일부러 찾아서라도 가지만 저렴한 커피전문점의 커피맛은 다 비슷하기 때문에 무조건 저렴한 곳을 찾아가는 편이다”고 말했다.
 
“빽다방, 쥬씨 등 1000원대 커피 판매점 등장에 기존 대비 매출 30% 감소”
 

 ▲ 이디야는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젊은층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최근 1000원대 커피가 인기를 끌면서 주춤거리고 있다. 실제 이디야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도 위기감이 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의 이디야 매장 전경 ⓒ스카이데일리

실제 이디야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가맹점주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의 위기감은 팽배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의역 인근에서 이디야 커피를 운영하는 한 점주도 최근 주변에 늘어나는 저가 커피시장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그는 “쥬씨, 빽다방, 떼루와 등 저가 커피 브랜드가 주변에 생기면서 확실히 매출에 타격을 입고 있다”며 “다른 이디야 매장들도 대부분 비슷한 고충울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사 측에서 또한 이를 알고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본사 측에서는 가격으로 승부하기 보다는 신제품을 개발하는 쪽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점주들 역시 저가 커피 브랜드의 공세로 힘겨워 했다. 종로구 소재 한 이디야 매장 점주는 “우리 매장은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을 이용한 직장인 고객들이 많은 편이다”며 “그런데 최근 주변에 저가 커피 매장들이 들어온 후론 일 평균 매출이 약 30% 가량 줄었다”고 토로했다.
 
많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신규 창업자들 사이에서도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을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커피전문점 시장 자체가 포화 상태인 것을 창업자들도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전문점을 창업하더라도 자신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개인 매장을 더욱 선호하는 상황이다.
 
ING생명보험 소속 한 자산관리사는 “과거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을 상담하다 보면 이디야 선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이디야를 스타벅스·커피빈·엔젤리너스 등과 같이 고가도 아니고 쥬씨·빽다방,·커피에반하다 등과 같이 저가도 아닌, 다소 애매한 포지션의 브랜드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다. 이에 이디야 선호 현상이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