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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안전에 투자 아끼면 안된다/박명희 한국소비자원장

곡산 2009. 3. 21. 16:26

[fn논단] 안전에 투자 아끼면 안된다/박명희 한국소비자원장
2009-03-17 09:25:27

한국소비자원 위해정보시스템에 접수된 소비자 위해 사례는 2006년 1만4836건이던 것이 2007년에는 2만6330건, 지난해에는 3만5425건으로 매년 큰 증가 폭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원인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몇 가지 변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생산과정이나 관리과정에서 안전하지 못한 상품이 국제적으로 생산돼 소비자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에서 발생한 냉동 만두사건을 비롯해 중국발 멜라민 파동뿐 아니라 올 들어 발생한 미국의 땅콩버터 사건 등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또한 컴퓨터 배터리의 폭파사건, 가전제품의 화재사건과 불법 건축물의 화재사건으로 인해 많은 인명이 희생될 경우 문제가 되는 부분이 건축물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안전이 침해되는 사건들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둘째는 첨단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화학적 변화과정을 거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들이 시시각각으로 출시되면서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기도 하다. 

 셋째는 세계적으로 발생되는 안전사고의 발생에 대한 정보가 소비자에게 실시간으로 바로 바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의 안전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부분도 있다. 우선 경제주체들의 활동 영역이 국제화됨에 따라 다른 국가들에서 발생한 위해 요소들이 실시간으로 국내로 유입되고 있어 소비자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 세가지 원인의 해소를 위해서는 우선 상품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과거에는 제품 생산이 단일 사업자, 단일 공정라인으로 단순화된 경우가 많아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생산과정과 유통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제품 결함의 원인이나 발생단계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제품 안전을 위해 투입하는 비용이 증가한 것도 사실이다. 선진기업의 경우 이미 단계별로 제품의 안전성 설계, 시험, 검증을 위해 상당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기업들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소비자안전과 관련된 기준을 강화해 나가는 추세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과 같은 국제기구들도 제품 안전의 확보를 위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둘째, 아무리 무결점을 자랑하는 기업이라도 품질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따라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초기에 소비자들이 납득할 만한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리고 책임이 기업에 있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이고 과감한 대응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문제 발생 원인이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책임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제품의 생산과 유통에 있어서 소비자의 안전을 최우선시 여기는 최고경영자(CEO)의 안전 철학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셋째, 소비자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등 지속적인 위험 커뮤니케이션 설득을 통해 정확한 사실을 알리고 소비자는 해당 정보를 명확하게 이해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국가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상품의 위해 평가와 위험관리 그리고 위험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거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

 그러나 이러한 안전관리에는 상당한 비용이 수반되는 만큼 최근에는 경기가 침체되면서 비용을 절감하고자 하는 기업과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맞물려 안전 인증을 받지 않은 저가 제품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결국 소비자 위해를 유발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의 증가를 초래하게 된다.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이 비용 절감의 우선 순위로 제품 안전과 관련된 비용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심지어 안전은 불필요한 규제이고 기업의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것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이는 심히 우려할 만한 일이다. 안전에 대한 투자는 결코 비용이 아니라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투자라고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의심할 때는 과감하게 리콜을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소비자는 리콜을 결정한 기업을 소비자와 약속을 지키는 신뢰하는 기업으로 믿어주고 시장에서 자발적 리콜을 선택한 기업의 상품을 구입함으로써 안전관리를 실천하는 기업이 성공한다는 확신을 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