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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CJ제일제당은 창립 55주년을 맞아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가공 식자재를 공급하는 B2B 시장에 뛰어들었다. B2C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전공분야인 B2C 시장은 대기업 간의 경쟁이 치열해 기본적인 제품개발비뿐 아니라 판촉비만으로도 엄청난 투자비가 들어간다. 이에 CJ제일제당의 B2B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CJ제일제당은 B2B를 대상으로 하는 가공 식자재 시장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기업형 외식업소가 늘어나면서 이제 외식업계에서도 ‘손맛’에 의지하기보다 효율적인 매뉴얼에 따라 가공 식자재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CJ제일제당의 새로운 도전에 주역이 있으니 바로 ‘식품외식마켓SU 마케팅팀’이다. 망망대해 B2B 시장에서 이들의 고군분투를 들여다본다.
CJ제일제당의 ‘신시장’ 개척자들
식품외식마켓SU 마케팅팀은 업소용 가공 식자재의 사업전략, 마케팅전략을 세우고 수행하는 일을 한다. CJ제일제당의 기존 가공식품 영업이 대체적으로 B2C 형태였다면 이 팀은 B2B를 겨냥한 ‘신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2007년 가공 식자재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며 신설된 식품외식마켓SU 마케팅팀은 모두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업무를 총괄하는 유광렬 팀장을 중심으로 브랜드 매니저와 메뉴 프로듀서가 협력하고 있다. 브랜드 매니저들은 비냉동 신선식품, 냉동식품, 양식소스, 한풍소스 등 가공 식자재 분야를 나눠 업무를 담당한다. 메뉴 프로듀서는 메뉴를 개발하고 품평회를 진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관련 경력이 적게는 7년 많게는 20년이나 되는 베테랑 조직이다.
브랜드 매니저인 백승준 부장은 얼리지 않은 신선식품, 육가공, 식품을 아우르고 있으며, 엄세희 대리는 만두, 돈까스 같은 급속동결한 냉동제품을 담당하고 있다. 보관과 대량유통이 용이한 냉동제품을 다루는 만큼 엄 대리는 군납, 급식 같은 특수 분야까지 담당한다.
또한 소스분야는 크게 양식소스와 한식소스를 구분해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샐러드, 양식소스를 담당하고 있는 최현국 사원과 다진 양념 같은 한풍소스, 드레싱을 담당하고 있는 황인형 과장이 소스분야 브랜드 매니저의 역할을 하고 있다.
메뉴 프로듀서인 최성은 대리는 W호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셰프 출신으로 CJ제일제당의 가공 식자재를 이용해 메뉴를 개발하고, 고객사를 대상으로 품평회, 시연회를 진행하는 일을 한다.
이렇게 분야별로 나눠져 있지만 기본적으로 팀원들의 업무는 비슷하다. B2B 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해 메뉴를 직접 기획 개발, 고객사(社)에 제안하는 업무를 토대로 하고 있다.
종횡무진 발 빠르게
식품외식마켓SU 마케팅팀은 기존 식품 마케팅팀보다는 더 빠르게 뛰어야 한다. B2C 식품 시장에 비해 B2B 가공 식자재 시장은 더 빠르게 변하고 예측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이 팀은 전체적인 업무 주기와 속도가 빠르고, 마케팅뿐 아니라 제안영업과 메뉴개발을 아우르는 넓은 업무영역을 종횡무진하고 있다.
20년 동안 식품 마케팅 분야에 경험이 있는 유광렬 팀장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식품 마케팅을 할 때에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파악하는 게 비교적 용이했고, 제품의 사이클도 길었다. 그러나 가공 식자재 B2B 시장에서는 실제 수요자들의 반응을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 외식업체들이 일년이면 보통 4번씩 신메뉴를 개발해 발표하기 때문에 트렌드 변화의 속도가 기존 B2C 식품 시장보다 훨씬 빠르다”고 말했다.
특히 이 팀은 외식업체들의 편의성을 고려하는 ‘제안 영업’으로 차별성을 두고 있다. 외식업소에서 필요한 제품을 요청하기 전에, 그들에게 필요한 메뉴․상품을 먼저 만들어 제안하는 것이다. 물론 영업팀, 연구소가 따로 있지만 이 때문에 영업에 참여하는 일도, 제품 개발에 참여하는 일도 많다. 이처럼 팀원들은 단순히 마케팅 전략만 세우는 게 아니라 영업과 메뉴개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이를 위해 팀 내에 신메뉴, 신제품을 직접 개발하는 ‘메뉴 프로듀서’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셰프 출신의 메뉴 프로듀서는 가공식품 기술로만은 만족시키기 어려운 ‘맛’의 수준을 보완, 인더스트리얼 셰프(Industrial Chef)로 활동한다. 메뉴 프로듀서 최성은 대리는 “고객사들이 원하는 현장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 성공적인 메뉴개발을 위한 컨설팅을 해준다”고 말했다.
주기적으로 메뉴시연회를 실시하는 것도 팀의 강점이다. 경기도 안성 하선정 공장에 메뉴개발 시연회 장소인 ‘쇼룸’을 마련하고 고객사 담당자에게 실제 조리방법을 알려준다. 메뉴시연회는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한달에 4~6회 실시되며 올해만 해도 70여 차례의 시연회가 열렸다.
또한 팀원들은 트렌드를 예측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외식업계는 메뉴변화가 빠르고 신종플루 등 매출 변수를 조절할 수 없다보니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게 쉽지 않다. 팀원들은 외식업계를 이해하기 위해 최신 맛집을 탐방하는 것은 물론 직접 외식업소나 급식업소에서 근무하기도 한다. 한식, 일식, 분식 등 여러분야를 정해 한번에 3~5일씩, 1년에 6번씩 체험근무를 하고 있다.
업소에서 필요한 모든 가공 식자재는 다 모였다
CJ제일제당은 외식업소에서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가공 식자재를 보유하고 있다. 기존 식품사업에서 다양한 식품군을 갖추고 있는데다가, 이미 된장, 고추장, 설탕, 밀가루 같은 소재들은 업소용 대용량 제품으로 상품화된 것이 있기 때문이다.
B2B 사업용 가공 식자재는 크게 냉동육, 가공육, 소스류로 나뉜다. 냉동육에 250여가지, 가공육에 100여가지, 소스류에 150가지가 있다. 이중 소스류 75가지, 육가공 90여가지는 올해 개발된 신제품이다.
냉동육에는 데우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조리된 식품이 있다. 고소한 돼지고기를 이용한 ‘등심돈까스’, 고기, 부추, 잡채가 한데 어우러지는 ‘만두류’, 돼기고기 속살까지 양념한 ‘백설탕수육’, 매콤달콤한 강정소스를 발라 오븐에 구워 쫀득한 ‘숯불닭강정’, 햄버거 패티 등의 제품이다.
가공육에는 외식업소에서 각종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햄, 베이컨, 소시지 등이 있으며, 조리의 편리성을 위해 다양한 모양으로 포장돼 있다. 또한 소스류에는 음식의 맛을 완성시켜주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다진 양념, 김치 양념, 간장 양념 같은 한풍소스, 스파게티소스, 피자소스, 숯불바베큐소스 같은 양식소스, 식재료 본연의 맛과 어우러지는 각종 드레싱이 있다.
CJ제일제당은 이런 수백가지의 가공 식자재를 고객사들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2009 B2B Food Fair’를 개최한다. 지난해에 이어 2회째인 이번 행사는 26일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CJ인재원 Grand Hall’에서 열린다. 대기업의 가공 식자재 박람회인만큼 많은 고객사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행사에는 외식, 단체급식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며, 국내외 외식업계의 트렌드뿐 아니라 위생정보를 알려주는 강의가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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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 식자재 활성화로 외식업계 효율성 높이겠다” 식품외식마켓SU 마케팅팀 유광렬 팀장
▲외식 B2B 시장의 전망은.
-업계에서 국내 식자재 시장은 50조~5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중 가공 식자재 시장은 7조~8조원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되는데, 이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핵가족 확대, 여성의 활발한 경제활동 등의 이유로 외식문화가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회사 내에서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팀인데, 어떤 어려움이 있나.
-밀가루, 설탕 같은 소재사업을 제외하고 회사의 기본 체계가 B2C 분야에 맞춰져 있다보니 이를 B2B 분야에 적합하게 바꿔나가는 게 어려웠다. 시작은 어려웠지만 회사에서 B2B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사업이 안정궤도에 오르는 것은 큰 무리가 없다고 본다.
▲앞으로의 계획은.
-가공 식자재를 활성화해 고객사들이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운영의 효율성이 올라가면 자연히 수익구조도 개선되리라 본다. 무엇보다 고객사의 입장에서 시장을 바라보며, 이에 적합한 메뉴, 제품을 개발하는데 힘쓸 것이다. 또한 우리의 가공 식자재 사업은 단순히 제품판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외식업체들의 컨설팅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밍키 기자 cmk@ |